영화 '설국열차' 기자시사회 (2013.7.22. 왕십리CGV)

2013. 7. 24. 15:03연예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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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에 탈 준비 됐나요?

 

 

 

한국영화로서는 역대 최대 제작비인 4000만 달러가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지난 22일 기자시사회를 갖고 그 거대한 베일을 걷었다. <살인의 추억>,<괴물>,<마더>를 거치며 한국을 대표하는 명감독 반열에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 고아성과 함께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등 세계 정상급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완성한 ‘설국열차’는 단 한 차례의 기자시사회를 통해 이미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섰다. 봉준호 감독이 2004년 겨울날 홍대 앞 만화가게에서 처음 만났던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가 마침내 완성되어 영화팬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행당동 왕십리CGV에서 기자시사회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가슴 뛰는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봉준호 감독은 “그 동안 이 영화에 대해서는 ‘글로벌하다’는 것과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그런 수식어를 걷어내면 이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이렇게 개봉된다니 흥분되고 설레기도 하다. 이제 제 손을 떠났다니 속 시원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설국열차’는 기상이변으로 빙하기가 도래한 가까운 미래의 지구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펼치는 생존의 투쟁기이다. 꽁꽁 얼어붙은 지상에서 끝없이 달리는 ‘설국열차’ 안은 인간세계의 축소판이다. 꼬리 칸에는 최소한의 보급품으로 살아가는 하등인들이 차지하고 있고, 앞 칸에는 지휘부와 권력가들이 배불리 따뜻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꼬리 칸의 3등인 간들이 반항의 깃발을 들고 앞 칸으로 돌진하기 시작하면서 처절한 계급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봉 감독은 “처음부터 글로벌 대작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좋아했던 원작만화를 내손으로 영화화하고 싶었다. ‘노아의 방주’처럼 마지막 기차에 탑승한 인류의 생존자들이 전부 한국 사람만 있으면 어색할 것 같아 다국적 캐스팅을 한 것이다. 전작처럼 한국의 상황이나 특정한 시대 구체적 장소는 없다. 좌표 없이 만들다보니 허전하긴 했다. 이 영화는 보편적 이야기이다. 힘 있는 자와 없는 자. 달리는 기차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드라마는 전 세계 어디에나 공통적으로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그게 어찌 보면 한국적일 것이다 생각한다.”고 이야기의 첫 단추를 풀어헤쳤다.

 

 

 

 

크리스 에반스, 제이미 벨, 에드 해리스, 존 허트 등 쟁쟁한 외국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에 대해서는 “캐스팅 과정 자체는 우리영화 만들 때와 같다. 외국에선 캐스팅 디렉터가 있다. 그들을 통해 시나리오를 보내고 그랬다. 배우나 감독이나 단순하다. 자신의 전작을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배우와 감독이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것은 같은 생각이다.”

 

봉준호 감독은 배우들을 ‘존 허트님, 틸다 스윈튼 님’이라고 불렀다. “존 허트님, 틸다 스윈튼님이 제일 먼저 캐스팅되었다. 그들이 ‘괴물’과 ‘마더’를 좋아해서 이야기 나누기가 쉬웠다. 두 분의 크레딧이 있다보니 이후 캐스팅은 쉽게 풀렸다.” 그러면서 해외에서의 한국영화 위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물론 미국 텍사스의 극장에서 만나는 일반관객들이 한국영화에 대해 꿰뚫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외국 업계에서는 이미 한국영화가 유명하다. 미국이나 영국의 영화제나 업계내부에서는 한국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괴물’과 ‘마더’를 거치면서 꼼꼼한 연출 덕에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칭을 얻는 봉 감독은 이에 대해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별명을 들을 때마다 괴롭다. 스태프들이 웃을 것 같다. 내가 얼마나 허술한지 그들이 다 아는데. 사실은 스태프들이 꼼꼼하게 다 준비해 주는 것이고 나는 메꿔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설국열차는 하나의  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일종의 거대한, 달리는 타임캡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17년간 달린 세계. 그 느낌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송강호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양복 입은 악당이 있다. 그 악당이 입은 양복을 보면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자세히 보면 솔기가 터진 낡은 옷이다. 17년을 달린 기차 안에서 양복을 무한정 생산할 수 없으니 아마도 재활용된 것임에 분명하다. 카메라감독이랑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건 17년의 세월이 묻어있다. 우리끼린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우리끼리의 즐거움이었다. 크리스 에반스는 원래 보스톤의 엄친아이다. 미식축구 주장같은 하얀 피부를 가졌지만 17년간 꼬질하게 살았던 그런 인물을 만들어내야 했다. 피부가 속에서부터 더러워진 그런 느낌을 주자. 우리끼리 생각했다. 관객들이 캐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봉테일의 연출스타일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의 사투를 다룬 영화라서 액션씬 촬영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좁은 공간이니 중국무술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 스타워즈처럼 레이저 총을 쏘는 것도 아니다. 좁은 공간에서 인간들의 감정이 실려 있는 연출이 필요했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부대끼는 것처럼. 좁고 긴 공간에서는 화려한 무술동작이 아니라 인간적인,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봉준호 감독은 액션감독을 소개해 주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Eastern Promises)를 보면 비고 모텐슨이 발가벗은 채 사우나에서 싸우는 장면이 있다. 매니아에겐 유명한 장면이다. 좁은 공간에서 싸우는 컨셉이다. 그걸 연출한 줄리안 스펜스(Julian Spencer)이 우리 영화의 액션을 짰다.”

 

“루크 라스퀴알리노라고 잘 생긴 배우가 있다. 액션영화를 많이 해본 친구는 아니지만 조금 다른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있긴 하다. 좁은 기차에서 치고받고 싸우면 저렇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영화로서는 가히 천문학적 금액이라고 할 수 있는 4000만 달러(430억 원)의 제작비에 대해 감독은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감독이란 존재가 그런 것 같다. 타고난 욕심쟁이이다. 제작비가 30억 원이 있으면 35억 원을 쓰고 싶은 법이다. ‘괴물’ 때도 ‘아, 12억 정도만 더 있었다면’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에도 400억이라지만 영화 찍을 때 40억만 더 있었다면 생각했다. 그 돈이면 영화 한 편 더 찍을 수 있는 데 말이다.” 그러면서 미국 블록버스터와 비교했다.

 

“보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 한국에서는 역사적 대작이지만 미국에선 중급영화이다. 크리스 에반스가 미국 TV에 나가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무슨 영화 찍나요?“라는 말에 ”규모는 작지만 괜찮은 영화에요.“라고 홍보한다. 그가 나온 <어벤저스>는 2400억 원짜리이다. 여름 씨즌 미국 영화는 1억 5천에서 2억 달러 정도 된다. 우리 영화는 저예산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영화인 셈이다. 대작이지만 효율적으로 찍었다. ‘마더’보다 촬영기간이 짧다. 2개월 4주. 결코 3개월을 넘기지 않은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원작만화와는 다른 점이 많다. “달리는 열차에 생존자가 있고, 열차 밖은 새로운 빙하기가 닥쳤다. 이게 프랑스 만화의 위대한 발상이고 그 덕분에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적으로 재창조할 때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프로틴 블록’(제작사 측에서는 영화의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그 정체를 밝히지 말라고 부탁했다!) 같은 디테일한 것을 만들어내는 재미가 있다. 원작에선 열차의 목적지가 모호하게 나온다. 나는 1년에 한 바퀴씩 도는 순환선 구조를 만들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는 어디를 지난다. 시계처럼. SF를 만드는 재미이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앞으로 전 세계 167개 국가에서 차례로 개봉될 예정이란다. 봉준호 감독은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괴물’이나 ‘마더’가 여러 나라에서 개봉되었지만 대부분 아트하우스나 제한상영이었다.  와일드 릴리스한 적이 없다. 영화제를 통해서도. 마치 우리나라에 ‘타인의 취향’이나 ‘빌리 엘리어트’가 개봉되는 형태처럼 개봉되었었다. 이번 영화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다. 배급사 측에서 167개 나라 리스트를 보여주었는데. 우리가 잘 모르는 나라 이름이 있었다. 마치 올림픽 개막식 입장할 때 보는 그런 나라 이름. 그걸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다.” 감개무량한 봉 감독은 이렇게 덧붙인다. “아프리카, 남미에서도 개봉한다. 반응도 보고 싶고, 무대인사도 하고 싶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의 주제가 보편적 인간사를 다루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비슷하다. 비행기를 타면 비즈니스석이 있고 이코노미 석이 있기 마련이고, 기차를 타도 특등석 일반석이 있다. 부자가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다. 힘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다. 우리생활 속에 이미 스며들었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이다.  우리영화는 기본적인 주제를 다루니까 최소한의 연결고리를 가진 셈이다.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8월 1일 개봉한다. (박재환 201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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