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개봉영화(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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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홀랜드 드라이브] All about Betty (데이비드 린치 감독,Mulholland Drive 2001)
(박재환 2003.6.10.) 시간이 있어 멍하니 영화만 쳐다보고 있을 때, 왠지 조금은 지적인 유희를 즐기고 싶을 때,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환상적인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작품을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사실, 그의 영화는 보다가 잠들어도 좋고, 깨어나서 다시 봐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해 안 되는 장면에 대해서는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 둘러보면 "아, 그런 심오한 뜻이~" 라는 뜻밖의 기쁨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한 영화이다. 영화는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두 여자가, 어떻게 하다 보니 철천지원수가 되어 살인청부를 하게 되고, 그 죄책감, 혹은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잔뜩 마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아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2008.02.19 -
[파이터 블루 (阿虎)] 유덕화의 불타는 투혼 (이인항 감독 阿虎: The Fighter's Blue , 2000)
(박재환 2001/6/7) 지금은 정말 애정을 가진 일부 열혈 팬들의 지지에 의해서만 홍콩영화가 한국의 극장가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소룡이나 성룡 같은 스타를 열외로 하더라도, 주윤발이나 임청하, 왕조현 같은 1세대 스타들이 떠나간 자리엔 여명이나 곽부성, 그리고 최근에는 고거기 같은 신인들이 언제나 새로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예전의 폭발적 흥행력을 제공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대열에서조차 비교적 멀리 떨어진 인물이 바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유덕화이다. 그는 , 같은 홍콩 영화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릴 때 빼어난 외모와 감미로운 노래솜씨로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유지했었다. 그가 오천련과 나와서 LPG 가스통을 머리에 얻어맞고 코피를 쏟으며 죽어가던 나, 왕가위 영화 중 가장 오락적이었던 ..
2008.02.19 -
[두사부일체] 여고괴담, 상춘고 스타일 (윤제균 감독 頭師父一體, My Boss, My Hero, 2001)
(박재환 2002.7.22.) 정준호가 연기하는 '계두식'은 아마도 닭대가리에서 따온 이름인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식'은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다. 이전에 >의 오동진 컬럼에서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다시 찾아보았다. 그때 사학비리의 대표적 학교로 손꼽히던 그 학교의 당시 교장이름이 '상춘식'이었다. 물론 그 문제의 학교는 '상문고'였고. 근데 의 배경이 되는 그 엄청난 학교이름은 '상춘고'였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오동진 기자가 나보다 5~6년 연배일 것 같은데.. 내가 다니던 부산의 중학교, 고등학교에도 물론 그러한 흉악무도한 선생이 있기는 했었다. 물론, 자기 아들 '소중하다'고 학교 와서 선생 멱살 잡고 행패 부리던 그런 학부모도 있긴 했었다. 내가 전교조가 아닌 이상..
2008.02.18 -
[친구] 곽경택 감독의 동년왕사 (곽경택 감독,2001)
(박재환 2001/3/18) 대만의 후샤오시엔(侯孝賢) 감독이 만든 일련의 영화나 양덕창 감독의 을 보면, 대만사회의 밑바닥 인생, 암흑가 똘마니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들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학내와 가정의 문제들과 범죄집단으로 흘러가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결국 대만현대사의 불행한 과거가 은연중에 깔려있음을 느끼게 된다. ‘민주수호’라는 미명 하에 가해지는 공산세력, 반정부세력에 대한 탄압인 ‘백색테러’와 집단 이데올로기 속에 억압받는 청춘들이 일탈하여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에서는 동화할 수 없지만 공감하게 되는 모티브와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곽경택 감독의 새 영화 를 보면서 줄곧 이들 영화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바로 주인공들의 일탈에 대한 원인과 그 결과에 대한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집착 때..
2008.02.18 -
[베사메무쵸] 낙지와 1억 원의 유혹 (전윤수 감독 Kiss Me Much, 2001)
(박재환 2001/8/19) IMF는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문화충격을 주었고 사회의 제반 현상에 대한 시각교정을 강요했다. 얼마 전 TV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 주부가 매춘전선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 치솟는 사교육비, 남편의 실직, 여성취업의 한계 등으로 젊은 주부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노래방과 전화방, 그리고 은밀한 매춘업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곤 이 리포터는 그러한 주부들을 모자이크 처리하고선 한다는 말이 “손쉽게 돈을 벌려는 여성주부가 많은 것이 안타깝다”였다. 아마도 그 프로를 본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시각에 불만을 나타내었을 것이다. 세상에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던 우리나라 표준 주부 중에 누가 ‘외간 남자와의 섹스’가 좋아서, ‘돈’에 환장하여 밤거리로 나선..
2008.02.18 -
[수취인 불명] Les Miserables (김기덕 감독 2001)
(박재환 2002.5.24.) 김기덕 감독을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다. 키도 작고, 입고 있는 옷이 언제나 작업복 스타일이며, 중광스님 이후 가장 인상적인 모자를 언제나 눌러쓰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직 얼굴에 동안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몇 편 보고 그의 인생의 고난사를 건네 들었다면 사실 한 자리에 있기가 조금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리뷰에서 혹평을 했을 때 칼 들고 달려들며 “당신 왜 작품을 모욕하냐?”하고 할 감독이 있다면 아마도 김기덕 감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김기덕 감독은 나의 리뷰를 잘 읽었다고 공치사해준 적이 있어 안심이 된다만.) 그가 ‘충무로의 이단아’나 별종 취급 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평가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
2008.02.18 -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확실한 당계례 액션! (당계례 감독 雷霆戰警 China Strike Force 2000)
(박재환 2002/9/20) 홍콩영화의 몰락에 대해서는 너무 자주 이야기해서 다시 거론하는 게 미안할 따름. 항상 희망적인 삶을 살라는 충고에 따라 홍콩 영화의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를 리뷰 한다. 성룡이 같은 미국자본의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 미국에서 빅 히트를 친 그의 액션물은 (96년개봉 3,200만 달러), (97년 개봉 1,400만 달러)이다. 이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당계례(Stanley Tong)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아시아에서 20년 이상 흥행성을 인정받아온 성룡의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을 미국시장에서도 수용될 수 있게 승화시킨 것에는 당계례 감독의 공도 클 것이다. 당계례 감독은 스턴트맨으로서 홍콩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는 액션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당 감..
2008.02.16 -
[북경자전거] 베이징의 17세 소년은 무엇을 꿈꾸는가 (왕샤오슈아이 王小帅 감독 十七歲的單車 Beijing Bicycle 2001)
'중국영화리뷰' 카테고리의 글 목록 www.kinocine.com (박재환 2001.4) 이번 (2001년)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상영되는 영화 중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이다. 이 영화는 중국 6세대 대표주자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최신작으로 지난 2월의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인 은곰상을 수상하여 더욱 관심을 끈 작품이다. 실제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영화 담당 프로그래머인 김지석 교수는 이 영화를 전주에 뺏긴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전주영화제 상영을 위해 왕 감독과 두 주연배우, 그리고 제작자인 페기 차오까지 전주를 방문하였다. ◇ 삶의 터전 자전거, 삶의 장식 자전거 영화는 한 무리의 중국 젊은이들이 면접을 보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들의 시골에서 갓 상경한 두려움과 촌스러움을 간..
200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