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정치적으로 올바른 애니메이션? (앤드류 아담슨 & 비키 젠슨 감독 Shrek 2001)

2008. 3. 29. 15:02애니메이션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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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에 맞서는 애니

월트 디즈니가 1937년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내놓은 후부터 디즈니의 전략은 확고했다. 거의 해마다 내놓는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들에 대해 전 지구인들이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열광하기도 했다. 그리고 1989년 <인어공주>부터 내놓기 시작한 새로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해마다 다른 블록버스터 무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동 성인할 것 없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였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가 FBI의 하수인이었다거나, 악덕 기업주였다는 후세의 평가와 더불어 디즈니 만화들의 허구성과 정치적 왜곡에 대한 비난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처음엔 공산주의자의 음모론쯤으로 받아들여지던 이러한 주장들과 함께 디즈니 만화라는 우상 허물기가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창조자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과는 달리 영화팬과 동심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도널드 덕의 수다에 웃을 것이며, 피노키오의 코에 박장대소할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극장가와 비디오 샵, 그리고, 아동 문구류에까지 맹위를 떨치는 디즈니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은 할리우드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아나스타샤>, <타이탄 A.E.> 등 새롭게 애니메이션에 도전하던 폭스나 <아이언 자이언트> 같은 걸작을 만들었던 워너가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손을 떼다시피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노하우와 인적 자원을 가진 디즈니 왕국을 무너뜨리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디즈니에서 내쫓기다시피 한 제프리 카젠버그가 헐리우드의 마이더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음반계의 거물 데이비드 게펜과 함께 손잡고 만든 스튜디오 드림웍스는 지난 몇 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놀랄만한 업적을 보여왔다.

드림웍스는 극영화 부문에서는 <아메리칸 뷰티>와 <글래디에이터>로 두 해 연속하여 오스카를 제패하며 스튜디오 파워를 보여주었고,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도 <개미>, <이집트 왕자>, <엘도라도> 등을 꾸준히 만들면서 디즈니의 아성에 도전해왔다. 하지만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의 피를 수혈 받고 만든 <치킨 런>에 와서야 비로소 디즈니의 적수가 될 가능성을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깐느 경쟁부문에 진출시킨 <슈렉>은 디즈니조차 놀랄만한 애니메이션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 드림웍스 스타일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의 손에 이끌린 어른들이 보아도 될 영화라면, 이 드림웍스의 <슈렉>은 어른들만 보아도 될 애니메이션이다. 이른바 ‘정치적으로 올바른’ 스토리가 표면적으로나마 대거 포함된 만화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왜 공주는 예뻐야만 하고, 그런 예쁜 공주는 왜 못된 마녀에게 핍박을 받아야하며, 새끼 오리는 왜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아야하는가가 결여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철저한 비꼬기가 이 애니메이션의 컨셉이다. 특히, 공주는 왜 항상 백마 탄 왕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여인상인가는 문제는 최근 들어 공감을 받기 시작하는 대표적인 오류이다. 그런데, 이 <슈렉>에서는 그 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쏟아진 모든 비난들을 100% 활용하려 든다. 철저히 비틀면서 의외의 저항 정신을 멋지게 보여주는 셈이다.

백설공주, 피노키오, 미운 오리새끼, 일곱 난쟁이, 돼지, 늑대, 피리부는 목동 이야기 등등… 그 동안 스크린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오던 디즈니 캐릭터는 멍청하고 수동적이며 퇴행적인 존재들이다. 이 영화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기본 플롯으로 진행된다. <슈렉>에서는 공주를 구하는 것은 백마 탄 왕자도 아니고, 마술에 걸린 개구리 왕자도 아니며 더더군다나 공주도 미녀인지도 알 수 없다. 관객들은 장난스런 영화의 오프닝 씬에서부터 그간의 귀엽고 깜찍한 애니 주인공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괴물 캐릭터를 보게 된다.

주인공 슈렉은 녹색 괴물이다. 그런데 아마 디즈니 애니라거나 전통적인 동화책이라면 이런 괴물은 마을 사람에게 미움을 받거나 내쫓겨야할 운명일 것이다. 하지만, 괴물은 마치 팀 버튼의 배트맨처럼 고립된 성에서 평화를 누리기를 원하고, 오히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서 안식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고 괴물이 좋아서 공주를 찾는 것은 아니다. 그로서는 하루빨리 공주를 찾아 못된 군주에게 넘겨줘야 자신만의 평화로운 숲 속 작은 집을 돌려받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되어 지난 주말까지 1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 동안의 너무나 관습적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비교하여 비교적 우호적인 평을 받았다. 순전히 반사이득일지도 모른다. 사실, <오스틴 파워>의 못 말리는 마이크 마이어스가 녹색괴물 ‘슈렉’의 목소리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는 디즈니와는 확실히 다른 성인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웬걸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슈렉’은 <오스틴 파워>에서 마이크 마이어스가 가장 귀여웠을 때의 이미지를 달고 다닌다.

영화는 <무서운 영화>에서 패러디한 <매트릭스>나 <와호장룡>같은 액션 씬을 맘껏 활용한다. 게다가, 디즈니와 관련해서는 철저히 희화화시킨다. 백설공주부터 시작하여 피노키오 등등. 많고 많은 그 동안의 우상이 난도질당하는 수준이다. <슈렉>이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할까. 우리 나라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디즈니 만화가 개봉되어 기본적으로 관객이 들었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한 편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찾아낸다는 것이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른다. <슈렉>도 결국은 철저하게 꼬고 비틀어서 완성한 작품이니 말이다. <무서운 영화>가 성공한 것처럼 기존의 룰을 비튼다는 호기심이 가장 먼저 작용한 것 아닐까. 아무리 디즈니를 따라잡으려고 했어도 결국은 할리우드 스타일의 결론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토이 스토리>만큼 잘 만들고 <라이언 킹>만큼 훌륭한 애니는 드물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냥 웃고,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다.

어제 미국에서는 디즈니의 2001년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왕국>이 개봉되었지만 <슈렉>의 개봉성적보다 처질 뿐더러 그다지 호의적인 평은 아닌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박재환 2001/6/18)

 

Shrek - Wikipedia

2001 animated comedy Shrek is a 2001 American computer-animated comedy film loosely based on the 1990 fairytale picture book of the same name by William Steig. Directed by Andrew Adamson and Vicky Jenson in their directorial debuts, it stars Mike Myers, 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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