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트럼프시대를 박제한 미국영화

2021. 2. 20. 09:04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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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코로나 정국에서 반짝 개봉했던 미국영화 <헌트>(The Hunt, 크레이그 조벨 감독)는 꽤나 논쟁적인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2019년 개봉될 예정이었는데 총격사건(엘파소, 데이톤)이 잇달아 터지자 영화사는 극장개봉을 미뤄야했다. 게다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영화를 두고 악평하는 트윗을 날리면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트럼프가 영화를 본 것은 아니고, 예고편을 두고 폭스뉴스 논객들의 말을 옮기며 증폭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다룬 영화일까. <헌트>가 지난 주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청불’ 영화이다. 잔인하다.

예고편을 보면, 마치 ‘헌팅’을 스포츠 즐기듯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프리카의 보호종 코뿔소를 밀렵할까? 정글에서 사자를 잡을까? 아니다. 사람을 사냥/처형한다. 납치된 사람(12명이나 된다!)을 들판에 풀어놓고 총으로 정조준, 폭탄으로 날려버린다. 누가, 누구를? 아마도 돈 많은 집단이 심심풀이로 하는 여흥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냥의 타깃 중 한 사람 크리스탈(베티 길핀)이 사냥의 판도를 바꾼다. 알고 보니 이라크 참전용사였던 것이다. 이제 크리스탈은 사냥꾼의 예상을 벗어나서, 역습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결투를 펼친다. 사냥꾼의 리더는 힐러리 스웽크가 연기한다. 

 영화는 스너프 필름 스타일로 진행될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유한계급들이 미저리를 사냥하는 그런 류의. 그런데, <헌트>는 그런 생존게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훨씬 정치적이다. 잘 나가는 기업의 대표 힐러리 스웽크가 해고당한 이유는 친구들과 나눈 채팅 내용이 인터넷으로 유출되었기 때문.  어딘가에 대저택이 있고, 친구들과 인간사냥을 한다는 것이다. 이게 농담이었는지 실제 계획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같이 해고된 이들은 복수의 시간을 갖는다. 누구에게? 자신들의 채팅을 확대 재생산한 키보드워리어를 상대로. 무책임하게 손가락질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어, 어딘지 모르는 들판에 내던져지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과 폭탄에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것이다. 

 영화는 전사의 생존게임과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정치적 논쟁이 뒤섞인다. 누가 나쁜 놈인지, 누가 더 나쁜 놈인지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개봉도 되기 전에 논쟁이 된 것은 사전 공개된 줄거리 때문이다. “돈 많은 엘리트들이 멀리 떨어진 매너 하우스에서 사냥을 즐긴다. 부유한 사람들이 평범한 우익을 스포츠 삼아서 말이다.” 그러면서 폭스뉴스에서 확대재생산된 것이 ‘deplorables’이다. 빅토르 위고 시절 ‘레 미제라블’의 의미하는 것만큼 최근 미국사회에서 ‘deplorables’(개탄스러운 사람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6년 대선기간에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통칭한 것이다. 트럼프의 됨됨이, 그런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해 본다면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간다. 

미국에서 논란이 된 것은 진영 문제이리라. 누가 누구 편이고, 누가 누구를 대변, 혹은 대표하는지 말이다. 과연 힐러리 스웽크는 극우주의자일까? 베티 길핀은 자유의 수호자인가. 소셜미디어로 누구나 자신의 주의주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에서, 현피가 등장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만약, 베티 길핀이 잘못 배달된 타깃이라면, 힐러리 스웽크 일당은 일처리를 끔찍하게 잘못 처리한 셈이다. 베티 길핀은 절대선(善)인가. ‘돈’을 처리하는 것으로 봐서는 부가되는 희생양인 셈이다. 

 정말 킬링타임용 액션영화에서 정치적 영화로 오가는 <헌트>에서 관객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스노우볼’이다. 아텐이 크리스탈을 그렇게 부른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속 캐릭터가 그렇게 등장한다. ‘나폴레옹’ 돼지 말고 ‘스노우볼’말이다. 체제 속 캐릭터의 위상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정치적 신념의 문제라면 말이다. 

 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찾아보니 ‘좌우의 대립’(자유주의자 vs 보수주의자)이 아니라, PC문화에서 벌어지는 정확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단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재밌냐 재미없냐, 혹은 잔인하냐 그렇지 않냐의 문제 너머에는 그런 균형추, 혹은 팩트 체크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호러명가 블럼하우스의 논쟁작 <헌트>는 넷플릭스에서 볼수 있다.  (나, KBS미디어 박재환 2021.2.2)

 

[넷플릭스리뷰] '헌트' 트럼프시대를 박제한 미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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