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클로이 살리기 or 클로이 죽이기 (아누시 차간티 감독, 2020)

2020. 11. 24. 11:4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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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경고] 영화 보기 전, 보시면 재미가 반감할 리뷰입니다 *

아누시 차간티는 구글 글래스로 찍은 2분 30초짜리 동영상 ‘Seeds’로 구글에 입사하여 홍보영상을 2년간 찍었고, 결국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텀블러까지 SNS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만든 실종한 딸 추적기 <서치>를 통해 단박에 유명감독이 된다. 그의 두 번째 작품 역시 트랜디하다. 이번엔 어떤 문명의 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기대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다이앤(사라 폴슨)이 막 출산을 하는데 의사들이 급박하게 움직인다. 이어 인큐베이터 속의 가냘픈 아기를 보여준다. 희미하게나마 심장박동이 전해진다. 엄마는 오열하며 묻는다. “우리 애가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이어 화면에서는 복잡한 의학용어가 차례로 지나간다. ‘Arrhythmia’(부정맥), ‘hemochromatosis’(혈색소침착증), ‘asthma’(천식), ‘diabetes’(당뇨), ‘paralysis’(마비) 등. 그리고 세월이 지나 무럭무럭 자란 클로이(키에라 앨런)를 보여준다. 클로이는 태어나서 줄곧 휠체어 신세이다. 엄마의 살뜰한 보호 아래 말이다. 엄마가 웬만한 것은 홈스쿨링으로 다 가르쳐주었고, 이제 소녀는 워싱턴대학 입학허가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클로이가 자신의 품을 떠나는 것이 왠지 불안하다. 어느 날 클로이는 자신이 먹는 녹색 알약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도 아니면서 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보를 알면 안 된다. 당연히 ‘엄마’와 ‘녹색 알약’의 정체 말이다. 감독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도 딸만은 살리겠다는, 내 품에서 제대로 키우겠다는 엄마의 욕망을 이야기하려는 듯 이야기를 끌고 간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 딸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잘못된 처방전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급속하게 <미저리> 스타일로 바뀐다. 클로이는 휠체어에 매인 몸이지만 ‘대학진학’을 꿈꾸는 이과계 에이스답게 갈고닦은 능력으로 엄마의 감시망을 피해 온갖 장애물을 극복하고 방을 탈출해야한다. 그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누시 차간티 감독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관객은 어느 순간부터 클로이의 관점에서 눈앞에 놓인 상황들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약물을 확인하고, 동선을 확보하고, 그리고 자비를 구하라!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보호자에게서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제부터 악몽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2015년 미국 미주리 주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집시 로즈 블랜차드가 그의 엄마 디 디 블랜차드를 살해한다. 오랫동안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알고(믿었던) 딸이 엄마를 살해한 것이다. 그 엄마는 이상증세를 앓고 있었단다. 이 이야기는 패트리셔 아퀘트와 조이 킹 주연의 미드(The Act)로 만들어졌다. ‘엄마’의 이상행동에 대해서는 ‘대리 뮌헨하우젠증후군’(Munchausen syndrome by proxy)이라고 한단다. 보호자가 동정이나 관심을 얻기 위해 치료중인 사람의 질병을 과장, 조작 또는 유도하는 정신장애의 일종이란다. 물론, ‘끔찍한 보호자’의 이야기는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로버트 알드리치 감독,1962)나 <미저리>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원래 5월에 개봉될 예정이었던 <런>은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연기되었다. 미국에서는 훌루(HULU)를 통해 공개되었고, 우리나라에선 지난 주 극장에서 선보였다.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 흥미로운 스릴러이다. 2020년 11월 20일 개봉/15세 관람가 ⓒ박재환.20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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