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역행] “마스크 쓰고 영화 봅시다”

2020. 11. 26. 16:45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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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올해 초, 마치 피휘(避諱) 하듯 ‘우한바이러스’ 대신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 전(全) 지구적 재앙은 70억 지구인의 삶과 생명을 옥죄고 있다. 그런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 때는 진앙지로 여겨졌던 중국은 어느새 코로나 청정국까지는 아니지만 ‘방역 모범국’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의 통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현재 중국의 확진자 수는 834명이란다.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누적 확진자는 93,004명, 사망자 수는 4,749명이란다.(11월 25일까지, 중국인터넷종합) 한국은 확진자수는 어제 하루 382명 증가하여 31,735명이 되었고, 누적 사망자 수는 513명이다.(11.25 0시기준)  정말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태초기의 급박함을 떠올리면 중국 상황은 상전벽해 같은 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중국은 사태 초기에 쏟아진 해외의 우려 섞인 시선을 뒤로 하고 지금은 자국의 혁혁한 방역 성과를 홍보하는데 열성을 쏟고 있다. 국영방송인 CCTV에서 대형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자화자찬할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특별한 공익영화를 만들었다. <최미역행>(最美逆行)이란 작품이다.      

 영화 <최미역행>은 후베이성 우한에 정체불명의 역병이 번지며, 병원마다 환자가 쏟아져 들어와 의료체계가 마비될 때, 인근 광둥성의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우한으로 향한 미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속전속결로 만들어졌다. 우한이  코로나로 봉쇄된 것은 1월 23일이었고,  이 영화는  5월 8일 광저우에서 촬영을 시작하여,  8월 10일 중국의 OTT서비스인 아이치이, 텐센트, 요쿠를 통해 공개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 7억 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한국에 수입되어 극장에서 개봉한단다. 놀라운 사실이다.     

원래 중국에서 ‘최미역행’이란 말은 남들이 다 후퇴할 때 홀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을 찬미하는 문구로 쓰인다. 큰불이 났을 때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소방관의 장엄한 모습을 일컬어 ‘최미역행자’(最美逆行者)라고 표현한다. 우한이 바이러스로 온통 전쟁터일 때 목숨을 걸고 그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당연히 ‘자원봉사 의사와 간호사, 의료진’을 일컫는다. 우한이 봉쇄되면서 중국은 그야말로 국가적 역량을 쏟아 부으며 방역 작전을 펼쳤다. 삶과 죽음, 국가와 개인, 방호복과 마스크가 점철된 이때의 분투기는 엄청나리라.      

영화는 광저우와 우한을 오가는 고속전철의 공안(철도경찰) 쩡잉(청쩡)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부드러운 미소의 그는 언제나처럼 승객의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한에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경보가 퍼질 때 의심스러운 승객이 탑승한다. 지명수배범이다. 조심스레 체포 작전을 펼치지만 쿨럭 대는 범인의 '비말'을 피할 수는 없었던 모양. 며칠 뒤 쩡잉은 쓰러지고 병원으로 실려 간다. 쩡잉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사드 때 어머니가 위독했지만 의사인 아버지는 다른 환자를 돌보느라 정작 자기 아내의 치료의 때를 놓쳤던 것. 그 때문에 아버지와의 사이가 틀어졌다. 아버지는 이제 코로나 때문에 광저우로 달려갔고, 딸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더욱 슬픈 일은 쩡잉이 광저우의 경찰 옌룽(치지에)과 결혼을 앞둔 사이.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순간, 그가 병원으로 달려온다. 방역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쩡잉과 옌룽은 눈물의 키스를 나눈다.
   


 방역과 사투를 펼치는 의료진의 영웅적 행동을 지켜보다 후반부는 최루성 멜로드라마로 급진전한 것이다. 눈물의 강도가 아주 강하다.      

 얼마나 바이러스가 위험한지 알려주는 한 장면이 있다. 병실의 조그만 소녀(확진자)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간호사가 “아니 왜 마스크를 안 썼니? 내가 씌워줄게”하고 다가가는데 소녀가 갑자기 손을 뻗어 간호사의 마스크를 확 잡아챈다. “언니 것 쓸 거야. 언니 참 예쁘다.”라며. 당황한 간호사는 허겁지겁 뛰쳐나와 쓰러져서 통곡한다. 실제 전염성은 모르겠지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인식시켜주는 장면이리라.      

 공익영화답게 배우들은 무보수로 출연했다고 한다. 광저우와 우한의 각 기관이 열성적으로 촬영에 협조했다. 사스(SARS), 메르스에 이어 이번에도 대활약을 펼친 중국 의료계의 거물 중난산(鍾南山)은 ‘최미역행’ 글씨를 써주며 홍보에 힘을 보탰다. 영화에서는 중난산 원사(中國工程院 院士)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따지는 것은 전문가의 연구로 미루고, 지금은 우리의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마스크’ 착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얇은 마스크 하나가 당신과 당신의 가족의 생명을 담보한다. 2020년 11월 25일/12세 관람가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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