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 “날아다니던 성룡, 이번엔 계단으로!”

2021. 1. 4. 11:35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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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키 찬’이라는 영어이름이 자연스럽던 홍콩 코믹액션배우 성룡은 1954년생이다. 올해 예순 여섯의 노익장이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청룽’이라고 불리더니 사생활 문제, 친중 행보 등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취권’에서 ‘폴리스스토리’ 등의 작품을 아직도 기억하는 팬에게는 아쉬움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겠는가 세월의 강은 액션배우의 육신과 함께 다른 요소도 앗아간 모양이다. 12월 30일 개봉예정인 영화 <뱅가드>(원제:急先鋒)는 성룡 주연의 최신작이다. 원래 올해 초 개봉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고 지난 9월 중국에서 개봉되었다. 저조한 흥행성적을 올린 이유는 코로나 탓만은 아니었다. 그게 더 서글프다.

 영화가 시작하면 미국에서 활동 중인 기업 수장이 백주대로에 범죄조직들에 납치된다. 이들 경호업무를 맡고 있는 사설경호업체 ‘뱅가드’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하게 구출작업을 펼친다. 임무를 완수하였지만 판은 커진다. 악당들은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보호활동을 펼치는 VIP고객의 딸을 납치하려고 한다. 성룡이 이끄는 뱅가드는 이제 아프리카로 날아가고, 다시 두바이로, 종횡무진 지구를 누비며 범죄조직을 격파하고 지구평화를 수호한다.

성룡은 사설경호업체 뱅가드(중국명칭은 ‘급선봉’)의 수장이다. 아이돌 콘서트 경호, 공연장 질서유지 차원의 가드가 아니다. 각국 경찰, 보안조직과 직통 교류하는 글로벌경호업체이다. 미국과 중국이 'G2'체제가 되면서 중국도 이제 자신들의 정의수호 영역을 전 지구로 확대시키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 최고흥행기록을 세운 오경의 [전랑2]에서는 중국공안이 아프리카에서 테러리스트를 분쇄한다. 여기서는 두바이 항구에 정박한 미군 항공모함에 대한 테러를 분쇄해 준다! 대.단.하.다.

문제는 성룡 따거(대형)가 그 옛날의 붕붕 날던 성룡이 아니란 것이다. 언젠가부터 트레이드마크가 된 중산복 스타일, 혹은 양복을 입고, 차분한 안경을 쓰고, 액션보다는 전화 지시를 내리는 행정업무의 최종책임자가 더 어울린다. 이 영화에서도 (한국에서는 거의 낯설다고 할 수 있는) 양양, 아이룬, 쉬뤄한, 무치미야, 주정팅 같은 배우들의 아기자기한 액션과 가족드라마로 영화를 이끈다. 

성룡 ‘액션’ 연기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무려 당계례(스탠리 퉁)였다는 사실. 왕년의 액션레전드 ‘예스마담’과 성룡의 ‘썬더볼트’ 등의 영화의 액션감독을 거쳐 성룡의 ‘폴리스스토리’(3,4편), ‘홍번구’의 액션감독과 감독을 맡으며 콤비의 역량을 과시했다. 그런데 ‘성룡의 신화’와 ‘쿵푸요가’ 등을 거쳐 ‘뱅가드’에 오며 그 옛날의 화려하고도 재기발랄한 액션 아우라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격랑 속 보트 액션 장면이 있다. 폭포를 앞에 두고 ‘레전드급’ 장면을 연출할 뻔 한 액션씬인데 의외로 심심하다. 오히려 공개된 촬영현장 동영상이 더 흥미롭다.

아마도,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초창기 작품이나, ‘용형호제’ 당시 아크로바틱하게 아찔한 성룡표 액션을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면 하나가 길이 기억남을 듯하다. 두바이 쇼핑몰에서 추적극을 펼치는 장면. 성룡은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내리려고 한다. 왕년엔 그랬으니. 그런데 옆에서 두바이경찰이 “저쪽에 계단 있어요.” 하자, 성룡은 “오케이, 그럼 계단으로~”하고 뛰어간다. 우리의 성룡은 그렇게 늙어간다. 2020년 12월 30일 개봉/12세관람가  ⓒ박재환 영화리뷰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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