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30. 18:22ㆍ한국영화리뷰
뉴스도 못 들으니 외부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감도 못 잡을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자는 사이에 핵미사일이 떨어졌는지, 외계인이라도 침공했는지 모를 일이다. <살아있다>에서는 좀비가 나타났단다! 어쨌든 큰일이다.
[리뷰] 살아있다, “아파트에 갇히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좀비’가 여름영화의 주인공, K무비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지난 주 개봉된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천지’가 된 서울의 한 아파트에 갇힌 청춘의 이야기이다. ‘좀비’의 공격을 방어하고, 좀비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좀비가 없는 안전지대로 피할 수 있을까. 좀비 영화는 그들을 전멸시키지 못하면 결국 그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니.
눈을 뜬 준우(유아인)의 방에는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 청춘의 모습이다. 모니터와 피씨, 디지털 기기들, 핸드폰, 나중엔 드론도 등장한다. 좀비가 세상을 지배할 때, 디지털에 익숙하다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상황파악도 하기 전에 아파트 문밖은 이미 좀비가 어기적거리며 사람을 물고, 전염시키고 있었다. 준우는 집안에 갇혀 하루하루 살 의욕을 잃어간다. 이미 전기도, 물도, 전화도, 와이파이도 다 끊겼다. 이때 건너편 아파트에서 자신처럼 ‘살아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이제, 준우는 유빈(박신혜)과 함께 좀비와 사투를 펼치고, 옥상에서 삶을 위해 뛰어야한다.
‘#살아있다’는 조금 특이한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매트 네일러이다.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조일형 감독이 매트 네일러와 함께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충무로영화로 완성시킨 것이다. ‘워킹데드’와 ‘킹덤’의 결합을 기대함직 하지만 결과물은 철저하게 ‘좀비천지의 처절한 생존기’이다.
‘좀비’의 특성이 이미 일반화된 요즘, 조선의 검이 없는 이상 박멸하기는 힘들 것이다. 카메라를 단 ‘드론’ 같은 디지털 장비도 실제 좀비와의 사투에서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넓은 들판이라면 주인공은 좀비에 쫓겨 끝없이 달릴 것이다. ‘#살아있다’는 아파트, 그것도 복도식 아파트를 배경으로 선택하는 바람에 그다지 선택지가 없다. 달라진 좀비라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고, 자일을 잡고 올라가는 본능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수평의 좀비가 수직의 세상에 적응하면서 영화의 액션은 풍성해질 여지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드론과 작은 등산용 손도끼를 제외하면 좀비를 처단할 방도가 별로 없다.
<엑시트>의 주인공들처럼 남녀 주인공은 열심히 달리고, 건물 옥상으로 피신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조일형 감독은 뜬금없이 헬리콥터를 소리도 없이 부상시킨다. 왜 그랬을까. 빨리 영화를 끝내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제작비가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수직본능의 K좀비는 헬리콥터 밑에 주렁주렁 매달릴 정도로 학습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엑시트>를 보고, 위기상황에 대처할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면 <#살아있다>를 봤으면 드론 하나쯤은 장만해둬야할 것 같다. (KBS미디어 박재환)
(박재환 20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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