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7. 08:07ㆍ미국영화리뷰
(박재환 2002-7-19) <이브의 모든 것>이라고? 영화평론가 정영일씨(키노의 정성일 말고…)가 살아있었다면 분명 “이 영화 절대 놓치지 마세요.”라고 입에 침을 튀겨가며 극찬했을 것 같다.
간단한 영화퀴즈! 아카데미 최다수상작은? <타이타닉>과 <벤허>가 11개를 받아냈다. 그럼 최다’후보’작품은? <타이타닉>과 오늘 소개할 <이브의 모든 것>이 14개로 수위에 올랐다. <이브의 모든 것>은 여우주연 두 명, 여우조연 두 명이 나란히 후보에 올랐다. 그러니 11개 부문 14개의 후보인 셈이다. 노미네이트 14개에 결국 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사운드,의상상 등 6개를 차지했다.
<이브의 모든 것>은 메이 오(Mary Orr)의 단편소설-라디오드라마 각본을 원작으로 조셉 L.멘키에비치가 시나리오로 옮겼다. 원작의 원제목은 <이브의 지혜>(The Wisdom of Eve)였다. 내용은 ‘이브’라는 이름을 가진 한 야심에 가득 찬 여자의 스타 등극기이다. 배경은 영화보다는 연극판을 주로 하고 있다.
당시 연극계 최고의 스타는 마고 채닝. 1980년대에 ‘베티 데이비스 아이즈’라는 노래가 나올 만큼 한 시대를 주름잡던 카리스마 가득한 여배우가 베티 데이비스가 마고 채닝 역을 맡는다. 이 때 그녀의 나이가 42살이었으니 완숙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오만에 가깝게 비쳐질만큼 자신의 연기에 열정적이다. 하지만, 그런 열정과는 상관없이 정상의 스타만이 느끼는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완벽한 연기와 완벽한 팬들의 환호 뒤에는 씁쓸한 스타의 뒤안길이 준비되어있다.
어느 날 이브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팬이 마고 채닝 앞에 서게 된다. 이브는 오랫동안 마고의 팬이었으며, 마고의 연기를 오랫동안 지켜봤으면, 마고의 곁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말한다. 그날 이후 이브는 마고의 비서가 된다. 이브는 마고의 무대의상을 몰래 입어보며 스타를 꿈꾸는 한 명의 팬에 불과하지는 않았다. 이브는 마고를 밟고 최고의 스타가 되려는 야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신경질적이며 오만한,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 드는 것을 염려하는 마고는 이 무서운 새끼 호랑이의 야심을 진작에 알아차린다. 하지만 마고 이외에는 그 누구도 그 야심을 간파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이브는 연극판의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 매카니즘을 충분히 활용한다. 특종에 눈이 먼, 혹은 자신의 문장이 브로드웨이의 흥행을 좌우할 것이라 믿는 연극평론가는 이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어 차고 있었고 둘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되어 버린다. 이 연극평론가 역을 맡은 죠지 샌더스가 그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브는 결국 연극계 최고의 상인 ‘사라시든 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날 시상식장에 모인 관계자들. 이브와 마고 채닝, 그리고 이 둘을 처음 만나게 해 준 카렌, 극작가, 기자, 평론가들은 이브의 수상소감 발표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한때 단순한 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순박한 그 소녀가 저렇게 야심에 가득 한 또 한 사람의 스타였다는 것에 대해…
물론, 멘키에비치 감독은 이브의 미래를 잠깐 보여준다. 또 한 사람의 팬이라고 말하는 여자가 이브의 비서가 되고 싶다면서 이브의 무대의상을 입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본다. 거울을 이용한 중복영상이 이 영화가 암시하는 스타시스템, 혹은 스타의 길로 가는 길의 찬란한 암투와 음모의 그림자를 대신 보여주는 것이다.
스크린 최고의 섹시 스타 마릴린 몬로가 이 영화에서 단역으로나마 출연하고 싶어하는 애숭이 배우로 잠깐 출연한다.
영화보고 나서는 여러 가지 망상이 겹칠 영화. 누구나 이브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마고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이 꼭 영화판이 아니더라도. 인생이란 것 자체가 워낙 까다롭고 분통 터질 일이 많다보니…
** 위에서 언급한 ‘Betty Davis Eyes’란 노래는 보니 타일러 (Bonnie Tyler)가 불렀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귀네스 팰트로우 노래도 있었다. 이란 영화에서 귀네스 팰트로우가 부른 것이었다. 두 곡을 한번 감상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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