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 나의 누나] 또 다른 수색자 (토마스 비더게인 감독,Les cowboys,2015)

2017. 8. 22. 21:08유럽영화리뷰

반응형

01

(박재환 2017-03-23) 23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나의 딸, 나의 누나>(Les cowboys)는 <러스트 앤 본>과 <디판> 등의 시나리오를 쓴 토마스 비더게인(토마스 비더갱)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의 거장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가 제작을 맡았으니 관심이 갈 수 밖에.

영화 <나의 딸, 나의 누나>는 1994년 프랑스의 한 마을 축제에서 시작한다. ‘카우보이 축제날’ 알랭(프랑소와 다미앙) 가족은 낡은 트럭을 타고 축제장에 온다. 청바지 차림에, 카우보이 모자로 한껏 폼을 내고, 컨츄리송까지 부르면 마을축제의 기쁨에 흠뻑 도취했을 때, 16살 딸아이 켈리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그 때부터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아버지는 딸의 행방을 찾다 딸애가 학교친구 ‘모하메드’를 사귀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딸아이 방에서는 아랍문자를 연습하던 노트도 발견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아버지는 딸의 행방을 뒤쫓는다. 아들 ‘키드’와 함께. 알랭의 삶은 황폐화된다. 이혼(당)하고 오직 켈리만 뒤쫓는다. 딸이 납치된 것인지, 자발적으로 중동의 어느 나라로 넘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 아버지와 키드는 켈리의 흔적을 좇아 덴마크, 예멘, 인도, 터키, 파키스탄까지 간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죽고, 이제 키드(피네건 올드필드)만이 누나의 추적에 나선다. 그동안 세월은 속절없이 흐른다. 아마도, 누나는 자발적으로 아랍(남자, 문화, 국가)로 간 것이 분명하다. 돌아올 생각이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키드는 누나를 만나서, 묻고 싶은지 모른다.

영화에서는 일상적인 가족의 소풍과 행방불명의 슬픔을 이야기하다가, 점점 유럽(중동)의 격한 현실로 넘어간다. 키드는 TV뉴스를 통해 항공기가 빌딩을 들이박는 911테러(2001)를 접하고, 마드리드 기차테러와 런던의 버스폭탄 테러도 본다. 그리고, 혹시나 누나가 어떻게든 저 테러들과 연결된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토마스 비더게인 감독은 “우리는 생각보다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가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평범한 중산층 도시와 척박한 사막을 넘나들며 변화하는 알랭과 키드를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관객들이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결국, 아버지 알랭은 (고작 16살이었던) 딸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상향에 대해 몰랐고, 키드는 누나의 현실의 행복을 간과한 것인지 모른다. 아버지 알랭은 카우보이 축제에서 패티 페이지의 노래 ‘테네시의 왈츠’를 불렀다. 테러가 일상화된 후, 얼굴에 뭔가를 두른 아랍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처럼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달라진 공기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영화는 존 포드 감독의 서부극 <수색자>를 연상시킨다. 살인마 인디언을 쫓다가 달라진 현실을 목도하는 것처럼.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딸의 본심을 모를 것이다. 동생도 누나의 삶을 보게 되더라도 이미 ‘과거가 된, 혹은 현실이 된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영화 <나의 딸, 나의 누나>는 대답 없는 메아리며, 성과 없는 추적극이 되어버렸다.

 

 

Les Cowboys - Wikipedia

 

en.wikipedia.org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