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4. 11:27ㆍ미국영화리뷰
피터 파커, 아빠 때문에, 삼촌 때문에, 여친 때문에...
얼핏 봐도 과학고 영재학생인 피터 파커는 학보사 카메라기자이다. 아마도 고아라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 나름 핸디캡을 안고 사는 학생일 수도 있다. 약한 급우를 못살게 구는 운동선수에게 대들다가 수모를 당하기도 하지만 예쁜 여학생 그웬 스테이시의 관심을 받게도 된다. 여하튼 그런 범생이 스타일 피터 파커는 노만 오스본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소유하고 있는 첨단과학/의학/제약회사인 오스코프 회사에 갔다가 그만 실험용 거미에게 목덜미가 물리고 만다. 목덜미가 따끔거리더니 한밤 지하철로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놀라운 신체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 그렇게 스파이더-맨이 된다. 이건 만화에서도, TV애니메이션에서도, 샘 레이미 감독 - 토비 맥과이어 버전 스파이더맨에서 줄곧 보았던 내용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고등학생이 거미에 물려 거미 유전자와 결합하게 되어 거미맨이 되어 도시의 정의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3D말고도- 할리우드 컴퓨터그래픽의 발전에 따라 영상이 더 화려해졌고 거미맨을 맡은 스턴트맨의 몸이 더 유연해졌다는 정도의 차이? 제작사가 2억 2천만 달러나 쏟아 부으며 검증받은 샘 레이미를 포기하고 신참에 속하는 마크 웹 감독을 선택한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으리라. 어차피 거매맨은 마스크를 쓸 것이고, 관객은 그 내용은 다 알 것이고, 청소년의 고민이란 거기서 거기일 테니 말이다. 스파이더맨, 아니 피터 파커는 변검 공연하듯이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바쁘게 날아다니며 정의도 지키랴, 여친도 지키랴 고생이 많다. 근데 도대체 피터 파커는 뭐가 문제였지?
스파이더맨, 정의의 문제
만화 스파이더맨은 심각한 사회인식의 문제를 제공한다. 서부시절 건맨의 정의 때부터 이어져온 사적(私的) 정의구현의 딜레마 말이다. 아버지의 행방불명/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에도 가슴이 아플 틴에이저가 연애도 하랴, 야경꾼 노릇도 하랴 얼마나 바쁠까. 다행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알바 고생은 안 하는 것 같다. 샘 레이미는 영악하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명제로 관객들을 거미맨의 고민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마크 웹 감독은 그런 다 아는 명백한 책임론에서 벗어나서 톨스토이 철학론보다는 양자물리학 책을 더 읽었을 청소년의 사고방식에 천착한다. 그리고 마구 날다가 빌딩사이에서 자유낙하하지 않을 만큼 아찔한 속도감을 선사한다. 일찌감치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여친 그웬과 키스할뿐더러 뉴욕 시경국장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만다.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난간에 매달린 자동차의 꼬마에게도 “내가 스파이더맨이다.”고 거리낌 없이 정체를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특종에 눈이 먼 <데일리 버글>의 편집장이나 파파라치의 역할은 필요 없다.
이미 익숙해진 스파이더맨을 거듭 스크린에 불러내는 이유는 대중이 그런 영웅을 원하거나, 세상이 여전히 그런 가면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들은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의 영웅담은 전설로 이해하고 있고, 샘 레이미-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과 비교하지 모른다. 그런데 미국 사회는 의외로 빠르게 옛 영웅을 잊는다. 아마도 관객들은 금세 앤드류 가필드와 그웬 스테이시만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사는 서둘러 더 참신하고, 더 기괴한 악당을 추가시키려고 하겠지만.. 아시다시피 악당이란 것도 거기서 거기인 것도 어쩔 수 없다. 이종교배의 결과물은 항상 흉측한 외모와 불완전한 변태, 그리고 초라한 몰락이니 말이다. (박재환, 2012.7.4)
영화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 감독, 제작자가 한국을 찾아 홍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이 커플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기자회견 내내 '닭살커플 파워'를 보여주었당!!!
http://www.boxofficemojo.com/movies/?id=spiderman4.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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