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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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신의 한 수’, 사각의 링
‘바둑’은 참여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이며 전략적인 사고를 요하는 유희이다. 가로 세로 각각 19줄이 그어진 딱딱한 바둑판 위의 361개 교차점에 흰색과 검은색 돌을 번갈아 놓아 최종적으로 ‘차지한 집’의 많고 적음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아마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되어 ‘적어도’ 2천 년은 되었을 인류의 문화적 게임이다. 지난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선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런 바둑을 소재로 영화로 만든다면 은행금고를 노리는 하이테크 갱들의 치밀한 두뇌게임을 연상할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주 개봉된 한국영화 ‘신의 한 수’는 예상 밖으로 ‘육체와 육체’가 맞부딪치는 액션영화로 세상에 등장했다. 근사한 전략적 포석과 치열한 수 싸움은 없다. 대신, 기원에서 펼쳐지는..
2014.07.10 -
[퀵] 크레이지 레이서
들판에서 맘모스와 싸우고 산딸기 따먹던 원시인이랑 현대인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아마도 속도일 것이다. 야생동물에 쫓기거나 토끼 잡으러 달려가는 원시인보다도 현대인들이 더 속도에 집착한다. 컴퓨터는 속도가 빨라야하고 스마트폰도 반응이 즉각적이어야 한다. 자장면 배달시켜놓고도 5분마다 전화하여 닦달한다. 빌딩 숲 사무실 깊숙이 앉아 전화 한 통화로 ‘퀵’을 부르고 “최대한 빨리”라고 채근한다. 사실 위험천만한 질주는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다. 피자 한 판에 목숨 걸고, 서류봉투 하나에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런 무한질주의 삶 말이다. 퀵을 시키는 사람 말고, 퀵을 달리는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면 “빠라바라바라바~” 클랙슨과 함께 신호무시에 차도무시, 게다가 도로바닥에 불..
201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