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웅] 테헤란의 명예전쟁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2021)

2023. 7. 22. 10:073세계영화 (아시아,아프리카,러시아,중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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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웅


이란 영화 한 편이 극장에서 개봉된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세일즈맨>으로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국제장편영화상)을 두 차례 받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2021년 작품 <어떤 영웅>이다. 아쉬가르 감독은 베를린과 깐에서도 상을 받았었다. <어떤 영웅>은 2021년 칸 영화제에서 핀란드영화인 ‘6번 칸’과 함께 공동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란 영화는 어떤 경향성이 있다. ‘저예산+서민+아동+휴머니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까지 소개되는 이란영화라면 말이다. 이번 작품은 어떨까. 이 영화를 통해 이란의 사법시스템, 특히 교도소의 재소자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 엿볼 수 있다.  

라힘 솔타니는 이틀간의 귀휴(교도소에서 며칠 가석방되어 집에 다녀오는 것)동안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처남인 바람(Bahram)에게 15만 토만의 빚이 있었는데 이걸 못 갚아 교도소에 간 것이다. 이제 처남에게 읍소하든지, 어디선가 돈을 융통해서 갚아야 감옥에서 나올 수가 있다. 처남이라지만 이미 아내와 이혼했기에 사실은 남남인 사이이다. 그런데 여자친구 파르콘데가 누군가 흘린 핸드백을 주웠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금화가 있었다. 어쩌면 그것으로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누나 말리레가 가방과 금화를 발견하고는 어디서 난 것인지 추궁하자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누나는 돌려주라고 말하고, 라힘은 가방 주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지만 찾을 수가 없다. 연락처를 남기고, 교도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일은 뜻밖의 방향으로 흐른다. “돈 가방을 주운 재소자가 주인을 찾아 백방으로 뛴다”는 미담으로.교정기관인 교도소 소장은 좋은 홍보거리가 된다고 생각했고, TV뉴스에도 나가게 된다. 라힘은 가석방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지만 쉽지만은 않다. 원래 의도와는 달리 일이 진행되고, 어쩔 수 없이 작은 거짓말을 하였을 뿐인데 그것이 눈덩이가 되어 점점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돈을 갚을 수 있을지, 그게 가석방의 참작 요소가 될지, 이란의 사법시스템이 인간의 선한 의도와 약한 감정의 고리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어떤 영웅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명예’인 듯하다. 남자도, 여자도, 재소자도, 주변의 모든 사람이 ‘명예’를 이야기한다. “실추된 나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나와 우리 가족의 명예를 위해...”, “교도소의 명예를 위해...” 그들은 명예를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찾는 노력을 계속한다. 해외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명예살인’의 순한 버전일 것이다.  

영화는 가석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온갖 수를 쓰는 라힘의 이야기이다. 라힘은 처남과의 관계(이미지 이혼한 전처)에서부터 시작하여, 결혼하지 않았기에 밝힐 수 없는 여자친구와 함께 사안을 신중하게 접근하는 듯하다. 그런 그의 노력은 외부에서 이뤄진 미심쩍은 선행을 어떻게든 미화하려는 당국(교도소)과 재소자, 그리고 불쌍한 재소자 가족들을 돕는 자선단체의 딜레마로 탈출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어떤 영웅


그런데, 이 영화 공개 후 ‘명예롭지 못한 소동’이 일었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어떤 영웅>이 원래 다른 작품의 표절, 혹은 영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란 남부도시 쉬라즈 출신의 아자데 마시자데(Azadeh Masihzadeh)가 테헤란에서 열린 아쉬가르 감독의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샵에 참여했단다. 아자데는 아쉬가르 감독의 지도하에 자신의 고향에서 실제 있었던 재소자의 선행(귀휴기간에 현금 가방을 주워 돌려주었단다)을 바탕으로 이야기 소재를 만들고, 실제 다큐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바탕으로 파르하디 감독이 <어떤 영웅>을 만들어 칸에서 상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양측은 서로 ‘표절’과 ‘명예훼손’으로 고소전을 펼치고 있다. 하급심 판결도 나왔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여성 다큐감독’과 ‘세계적 거장’과의 진실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 개봉에 즈음하여 수입/홍보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재판은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해외 배급사(Memento International)로부터 확인한 내용을 소송 경위를 중심으로 공유 드립니다.  2022년, 이란 법정은 파라디의 고소는 기각하고 마시자데의 역고소는 일부 상황을 참작할 부분이 있어 재판부를 변경하여 시비를 가리는 것으로 결정했고 해당 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궁금해서, 아자데 마시자데의 주장을 찾아보았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 아자데의 집에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VCR(비디오 플레이어)이 있었단다. 아버지는 동네에 케이블을 일곱 개 뽑아 마을 사람들이 영화를 같이 보게 했단다. 그리고 영화 상영 전에 오빠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영화상영 사실을 알렸단다. “외국 영화면 두 번, 한국 영화면 한  번” ‘따르릉’ 소리를 울렸단다. ‘시네마천국’이 따로 없다.    

 영화는 크게, 심각하게 보면, ‘참과 거짓’ 사이에 고뇌하는 인간의 갈등을 다루지만 더불어 교정/행정당국의 언론플레이에 대한 이야기, 그로부터 가지치기하는 미디어의 여론조작 등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우리에게 알려지는 이란영화란 것은 이렇게 절박하면서 소소한, 엄청난 이야기를 한 인간의 결정으로 종결짓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도 말을 더듬는 주인공의 아들 시아바시가 아버지의 구명을 위해 동영상을 찍는 장면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참, ‘토만’이라는 화폐단위는 2019년 이란이 화폐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며 1만 리알(IRR)을 1토만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어떤 영웅 (رمان Qahremaan/ A Hero,2021)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아쉬가르 파르하디) ▶출연:아미르 자디디(라힘) 모센 타나반데(바람) 사드르 오라파이(파르크혼데) 사리나 파르하디(나자닌) ▶2023년 3월 15일 개봉/12세 관람가

 

[리뷰] ‘어떤 영웅’ 테헤란의 명예전쟁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2021)

\'어떤 영웅\'이란 영화 한 편이 극장에서 개봉된다. 와 으로 아카데미외국어영화상(국제장편영화상)을 두 차례 받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2021년 작품 이다. 아쉬가르 감독은 베를린과 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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