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게임:나는 킬러다] 프로로 살다가 잃은 것이 있다면 (요효지 감독,2021)

2022. 1. 24. 09:35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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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홍콩영화가 한국극장가의 흥행보증수표였던 적이 있다. 성룡과 주윤발을 필두로 장국영, 유덕화, 주성치 등이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유덕화는 지금도 영화를 찍고 있단다. 작년 개봉된 황정민 주연의 [인질]은 유덕화가 제작하고 출연했던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내일(20일) 개봉하는 영화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는 유해진 주연의 한국영화 ‘럭키’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것이다. 물론, ‘럭키’는 일본영화 ‘열쇠도둑의 방법’(2012)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즉, ‘열쇠도둑의 방법’과 ‘럭키’, ‘엔드게임:나는 킬러다’는 같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무명배우와 청부살인업자의 뒤바뀐 인생을 담고 있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완전히 같을까? 다른 점은 없을까? 한번 보자!

중국 상하이. 비 내리는 밤 건물주차장에서 누군가 은밀히 나타나서 사람을 죽인다. 킬러 저우취앤(유덕화)이다. 그 시간 엉망진창의 낡은 아파트에서는 되는 일 하나도 없는 무명배우 샤오밍(肖央샤오양)이 자살을 시도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사우나에서 마주친다. ‘럭키’와 ‘열쇠도둑’처럼 킬러가 비누를 밟고 미끄러진 뒤 기억을 잃고, 무명배우는 그 사람의 신분증을 훔쳐 그 사람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엄청난 테크닉과 감각의 소유자인 킬러는 하루아침에 ‘루저’의 방으로 내몰리고, 어제까지 죽으려고 애쓰던 무병배우는 뜻밖의 횡재에 살판난다.

여기까지는 중국판 ‘엔드게임’은 오리지널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중반 들어가면서 살짝 변주되기 시작한다. ‘킬러’로서 ‘오더’와 ‘살인’엔 진심인 유덕화가 완전히 변해버린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물론, 무명배우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에서는 그 중간 연결고리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완치앤)과 복수심에 불타는 마라훠궈 체인점 여사장(황샤오레이)이 맹활약을 펼친다. 이미 수많은 홍콩 느와르에서 ‘죽음’을 불사했던 유덕화는 이번 영화에서도 본투 킬러의 면모를 과시하기는 한다. 대신 무명배우 샤오앙과 메소드에 가까운 연기 열정을 보이는 것은 주성치의 ‘희극지왕’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유덕화가 ‘샤오양’의 신분증을 보고 자신이 32살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는 거울을 보며 더 늙어 보인다고 한숨을 쉰다. 블랙코미디로 흘러가는 영화지만 이 장면에서 또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유덕화도 자신이 나이 들고 있음을 안다.(유덕화는 올해 예순이다!)  어쩌면, 아이를 홀로 키우기 위해 좋은 시절을 다 보낸 여자주인공의 심정에 공감할지도 모른다. 나이 들어가면서 잃은 것이 무엇인지, 나서지 못했던 것은 없는지 회한의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중국어 제목 ‘인조흉용’(人潮汹涌)은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것을 형용한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자막은 “이번 생에 수많은 인파 속에서 당신을 만나 기쁩니다.”이다. 

참, 그리고 영어제목 ‘엔드게임’은 샤뮤엘 베케트의 희곡 제목이다. 영화 마지막 액션 장면이 펼쳐지는 곳에 ‘엔드게임’ 공연 간판이 휘날린다. 이 영화를 감독한 요효지(라오샤오쯔)는 영화 마지막에 ‘극중극’ 감독으로 깜짝 출연한다. ⓒ박재환 2022.1.19

▶엔드게임:나는 킬러다 ▶원제:人潮汹涌/ENDGAME ▶감독: 요효지(饒曉志) ▶출연: 유덕화(劉德華 류더화), 소앙(肖央,샤오양), 만천(萬茜,완치앤) ▶개봉:2022년 1월 20일 15세관람가

 

 

[리뷰] ‘엔드게임:나는 킬러다’ 프로로 살다가 잃은 것이 있다면 (요효지 감독,2021)

영화 \'엔드게임:나는 킬러다\' 스틸한때 홍콩영화가 한국극장가의 흥행보증수표였던 적이 있다. 성룡과 주윤발을 필두로 장국영, 유덕화, 주성치 등이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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