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021.10월) 6일(수) 개막식과 함께 열흘간의 영화축제를 시작한다.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이에 맞춰 오늘 밤 ‘부산국제영화제 특별단편선’을 내보낸다. 작년 선재상을 수상한 ‘조지아’(감독: 제이 박)를 비롯하여 ‘바람 어디서 부는지’(김지혜 감독), ‘‘파출부’(이하은 감독)가 시청자를 찾을 예정이다.
뉴욕 광고회사에서 CF감독,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경력은 쌓은 제이팍 감독의 <조지아>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를 합친 놀라운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결코 화면을 떠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가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선재상’을 수상한 이유가 있다. ‘조지아’는 디자인 폰트에서 말하는 ‘George体’를 말한다. 물론, 미국 조지아 주를 염두에 둬도 된다. 그게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단서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양희, 이채경 부부가 컴퓨터 앞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내 이채경의 말투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다. 컴맹인 두 사람은 지금 뭔가 글자를 입력해야하는데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로 싸운다. 아내는 반드시 ‘노니아’체라고 주장한다. (‘조지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찾아보니 ‘조지아’ 폰트는 상업적 사용에서는 유료이다. 무엇보다 영어폰트라서 한글을 입력하면 깨진다. 입력하면 □□□□□□ 식으로 나온다!) 두 사람이 무슨 문제로 이렇게 말다툼을 하는지, 문서입력에 공을 들이는지 점차 드러난다. 아버지가 문구인쇄업체에서 종업원과 나누는 대사에서 드러난다. “아니, 아버님, 무슨 내용 넣으려고요? 스물 자로 넣으세요.” 아버지가 말한다. “이진아집단성폭행후자살 18학생조사없이사건종결” 그때서야 무슨 내용이인지 모르고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이 불쌍한 아버지, 어머니의 행보를 따라가게 된다. 재조사를 거부당한 뒤 경찰서에 마주앉은 ‘가해자 학부모’들의 뻣뻣한 태도, 피해자는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컴퓨터에만 무지한 것이 아니라 법률에도 무지한 딸의 부모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분통만 터뜨린다. 게다가, 교실 사물함의 딸의 물건을 가져가란다. 이 장면에서 엄마 이채경의 분노의 걸음걸이, 외침에 관객들은 같이 주저앉고 만다. 가난하고, 불쌍하고, 도움도 받지 못하는 부부. 밤이면 구천을 떠도는 딸이 나타나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어떻게 되냐고? 두 사람은 플래카드를 걸 수 있을까. “소리 없는 아우성!!!”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선재상(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하여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샌디에이고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최우수작품상, 일본 쇼트쇼츠국제단편영화제 아시아경쟁부문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오늘 밤 이 영화를 꼭 보시라. 그리고 어머니가 왜 그렇게 ‘조지아’폰트에 집착하는지 제이 박 감독의 인터뷰를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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