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네트] 망상의 줄 끊기

2021. 2. 20. 09:09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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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는 줄을 매단 인형으로 펼치는 유희이다. 꼭두각시놀음으로 소개되듯 누군가에게 영혼이 사로잡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절이 움직이며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마리오네트>(감독: 엘버트 반 스트리엔 원제:Marionette) 속 주인공이 지금 처한 상황이 그렇다. 한번 그녀의 사정을 살펴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어느 고즈넉한 건물 위에서 한 남자가 “네 맘대로 될 것 같애?”라고 외치더니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자살을 시도한다. 알고 보니 이 남자는 스코틀랜드의 한 아동병원에서 일하던 심리학자였다. 그 자리에 아동심리상담사 메리언(테크라 레우텐)이 들어온다. 메리언은 미국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사람이다. 그가 맡은 어린 환자 중에는 검정색 크레용으로 ‘재난’ 그림만 그리는 매니(엘리야 울프)가 있다. 매니가 휙휙 휘갈기듯 그린 그림이 조금씩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그램대로 사고가 나고, 재난이 발생하고, 누군가가 죽는다. 메리언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영화는 어린 매니가 그리는 그림이 ‘악마의 미래 예언’인지, 그게 모두 메리언만의 망상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메리언은 스코틀랜드에서의 외로운 생활이 적응이 안 되는지 점점 악몽을 꾼다. 미국에서, 남편이 있었고, 차를 타고 여행을 간다. 그러다가 자동차사고가 나고 남편이 죽는다. 여기가 미국인지 스코틀랜드인지, 자신이 스코틀랜드 아동병원의 의사인지 알 수가 없다. 어디까지가 과거였고, 어느 것이 망상인지,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할 수 없다. 

영화는 묘하다. 어쩌면 [식스 센스]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자신만 모르는 공간에서 망상에 빠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두 개의 세상에서 공존하며 꿈에서 만나는 평행세계의 최신판인지도 모른다. 영화의 묘미는 메크라 레우텐이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이 정말 미쳤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매니의 존재가 워낙 특별해서 말이다. 

줄을 매단 ‘마리오네트’ 인형은 기원전 2천 년 전 이집트 유적에서도 발견된다고 하니 역사가 깊다. 제목으로만 보자면 메리언은 매니의 마리오네트인 셈이다. 그런데, 그게 망상이라면. 매리언의 세상은 꿈속의 분절된 세상이 아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완벽한 세상이다. 매니의 그림이 구체화되고, 키에란이라는 남자는 집도, 보트도, 죽음도 실재한다. 매리언은 남편의 죽음이라는 고통스러운 과거에서 벗어나기 발버둥치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부모의 죽음으로 스스로 담을 쌓은 매니와의 만남이 현재의 혼돈을 더할까. 

영화에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다. 매리언의 책상 속에 권총이 있을까 없을까. 과연 매니는 세상을 도피했고 이 모든 것이 그 10살 꼬마 머리에만 존재하는 세상일까. 힘든 세상에 엘버트 반 스트리엔 감독은 관객에게 골치 아픈 질문을 던진다. 2021년 2월 17일개봉/12세관람가 (나, KBS미디어 박재환 2021.2.14)

 

[영화리뷰] 마리오네트, ‘망상의 줄 끊기’

마리오네트’는 줄을 매단 인형으로 펼치는 유희이다. 꼭두각시놀음으로 소개되듯 누군가에게 영혼이 사로잡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절이 움직이며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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