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3. 11:09ㆍ한국영화리뷰
지난 3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밤 시청자를 찾았던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 막을 내리고 오늘부터 다시 <독립영화관>이 영화팬을 찾는다. 이번 주(2019.1.4)에는 ‘주목할 만 한 단편’ 세 편이 방송된다. <인사3팀의 캡슐커피>(정해일 감독), <마감일>(궁유정 감독), <홍콩멜로>(곽민규 감독)이다.
궁유정 감독의 27분짜리 단편영화 <마감일>은 오늘도, 올해도 단편영화에 매달리며, 그 어떤 영화제에서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기를 애타게 기대하는 독립영화인들의 꿈과 희망과 기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최슬기(윤금선아)는 조그만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비록 잔심부름이나 하는 형편이지만 언젠가는 객석을 가득 채운 부산 영화의전당 레드카펫에 발을 딛고 싶은 야심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예 칸으로 직행하기를 꿈꾸는지도. 갑자기 꿈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보이면서 하늘의 계시라도 받은 듯 허둥대기 시작한다. 애써 완성시킨 단편 <자살자>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시키려고 사이트를 찾아보니, 아뿔싸 오늘이 접수마감일이다.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파일에 문제가 있다. 어쩌지?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에게 파일이 있단다. 회사고 나발이고, 이제 6시까지 그 파일을 받아 부산국제영화제 접수사이트에 동영상을 업로드 시키고, 접수를 마감시켜야한다. 슬기 감독 뛰어라!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전엔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전국의 예비글쟁이들은 좌불안석,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식음을 전폐하고 원고지(워드프레스)에 머리를 처박는다. 각 언론사들이 연초에 발표하는 신춘문예에 응모하기 위해서이다. 요즘에는 등용문이 많아졌고, 디지털화되었다. 글을 쓰려는 사람들만큼 영상으로 승부를 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오래 전 ‘10만원비디오제’부터 시작하여 많은 단편공모전이 열린다. 서독제, ASIFF,BIFAN,BIFF 등 많은 영화제에서 단편영화를 공모한다. 더 기발하고, 더 감동적이고, 더 신선한 영화들을 기다리는 프로그래머와 영화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리라.
내일의 봉준호(혹은 김보라)를 꿈꾸는 슬기 감독은 윤금선아를 연기한다. 마치 단편영화 촬영장의 열혈스태프를 곧장 캐스팅한 것만큼 진정성이 절절히 느껴지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낸다. 극중 단편(자살자)의 주연배우는 오희준이 연기한다. ‘저예산단편’영화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뜻밖의 인물을 만나는 경우. 한국 독립영화계의 나름 스타감독인 이옥섭 감독이 깜짝등장한다. 영화제출품 문제로 발을 동동거리는 슬기에게 “그래? 그럼 내 것도 좀 내 줘. ‘걸스 온 탑’이라고 유튜브에 있어.”란다. 마감시간에 쫓기는 감독의 초조한 마음이 관객에게도 전해진다. 특히, 업로딩 될 때의 퍼센티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급 긴장감을 안겨준다. 진짜? 단편영화니깐!
궁유정 감독은 인디포럼에서 공개된 단편 <울다>(2001)를 시작으로 꾸준히 단편을 만들고 있다. 이 영화 <마감일>은 부산영화제는 놓쳤지만 다행히(?)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신작 <창진이 마음>으로는 상도 몇 개 탔다. 언젠가는 부산에서도 상영되고 궁유정감독특별전도 열리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모든 단편영화감독님들 파이팅~” (박재환 20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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