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5. 16:23ㆍ미국영화리뷰
1986년 대우자동차에서 만든 승용차 ‘르망’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자동차 경주대회 ‘르망24’(24 heures du Mans, The 24 Hours of Le Mans)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1923년 시작되어 해마다 6월에 프랑스 르망이라는 동네에서 열리는 이 자동차경주는 자동차의 내구성을 견주는 시합이다. 자동차는 24시간동안 쉬지 않고 르망의 라 샤르트 경주장을 돈다. 오랫동안 자동차제조업체의 명예와 실력을 다투는 경기로 자리 잡았다. 4일 개봉된 영화 <포드 v. 페라리>(제임스 맨골드 감독 Ford v Ferrari 2019)는 바로 이 르망24 자동차경주를 다룬다. 1967년 실제경기가 소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시종 부릉부릉 시동음과 질주하는 속도감을 자랑한다.
포드, 페라리에 도전하다
영화는 1960년대 미국 자동차제조업체 포드의 딜레마에서 시작한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조립공정 시스템으로 미국에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바다 건너 유럽에서는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가내수공업 스타일’로 명품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그중 페라리는 우아한 디자인과 속도의 상징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속도면에서는 해마다 ‘르망’ 경주를 휩쓸면서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헨리 포드의 손자, 헨리 포드 주니어는 ‘페라리’를 인수하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콧대 높은 이탈리아의 페라리 회장 엔초 페라리는 경멸스럽다며 거절한다. 이에 충격 받은 포드 회장님은 대단한 결정을 내린다. “돈이 얼마나 들든지 상관없다. 최고의 드라이버와 최고의 기술자로 르망에서 페라리의 콧대를 납작하게 할 차를 만들어라!”라는 것. 그래서 선택된 인물이 켄 마일스(크리스쳔 베일)와 캐롤 셀비(맷 데이먼)이다. 그렇게, 돈과 기술과 자존심으로 완성된 자동차가 트랙 위에서 자웅을 겨루게 된다.
런닝타임 152분의 이 영화에서 후반 30분은 ‘르망24’ 경기를 다룬다. (굉장한 음향시스템을 갖춘)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면 분명 자동차경기장에서 느끼는 만큼의 속도감과 현장감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자동차장인, 속도광들의 명예욕을 다루면서 두 남자의 진한 우정을 담는다. 그런데, 보고 있으면 자동차업계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계급사회’에서 존재하는 ‘정치싸움과 알력’을 실컷 보게 된다. 포드자동차 정도의 규모를 가진 대기업이라면 ‘회장의 전횡’만큼이나 끝을 알 수 없는 ‘결재라인’에 버티고 선 꼰대들을 만나게 된다. 다혈질의 드라이버 켄 마일스와 사업수완을 갖춘 캐롤 셀비가 부딪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자동차경주가 신차 홍보의 장이 될 수도 있고, 보스의 체면을 살리는 무대일 수도 있다. 타고난 카맨은 그런 겉치레보다는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튜닝’에 집중한다.
르망 결승점 골인 장면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관료주의 포드’를 맘껏 비웃는 장치일수도 있는데, 실제 르망 규칙을 보면 “24시간 동안 누가 더 멀리 갔는지”를 가린단다. 운전수 한 명이 24시간 내내 달리는 것은 아니다. 차가 혹사당할수록(그 결과 개선되어) 시중에 출시되는 메이커의 신차는 엔진과 브레이커, 내구성에 무한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포드는 이 영화의 배경이 된 1966년부터 내리 4년을 르망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는 그 후로는 지금까지도 계속 포르세나 아우디 같은 유럽차들이 르망경기장을 지배한다. 포드나 GM이 왜 그런 차를 만들지 않을까. NASA의 기술력과 보잉의 심장, MS의 두뇌라면 식은 죽 먹기일 텐데. 아마도 노는 물이 다른 모양이다. 구찌핸드백과 샘소나이트 여행용가방처럼.
마블 히어로 프랭크 캐슬(퍼니셔)을 연기한 존 번탈이 이번 작품에서는 '아직은 포드의 수장이 되기 전의' 리 아이아코카를 연기한다. 크리스찬 베일(켄 마일스 역)의 아내를 맡은 배우는 미드 <아웃랜더>의 커트리나 밸프(케이트리오나 발피)이다.
어쨌든, 운전조심합시다.과속은 금물! (박재환 2019.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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