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19.9.16) 최근, 내달 개막하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이용관 BIFF이사장과 전양준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쏟아진 질문 가운데 가장 많았던 질문이 부산에서 상영하는 넷플릭스 작품과 관련된 것이었다. 실제, 부산영화제에서는 작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를 상영한데 이어 올해에도 <더 킹: 헨리 5세> 등 네 편의 넷플릭스 영화가 소개된다. 어쩌면 이들 영화는 부산영화제를 ‘넷플릭스 홍보의 장’으로 이용하려는지 모른다. 넷플릭스는 영화계-정확히는 극장업계의 계륵인 셈이다. 재작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칸영화제 경쟁영화제부문에서 처음 상영된 뒤부터 넷플릭스는 영화계에 논쟁의 중심에 섰다. 영화산업에서 자국영화에 대한 완고할 정도의 보호정책, 울타리를 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넷플릭스 영화를 극도로 꺼린다. 반면 베니스영화제 등 여타 영화제에서는 넷플릭스와 다른 OTT 디지털플랫폼 영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옥자>와 <로마>가 국내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될 때 극장개봉도 추진했지만 멀티플렉스들의 비협조로 일부 극장에서만 ‘극장’ 공개되었다. (물론, 넷플릭스의 속셈은 극장수익이 아니라, 그런 노이즈마케팅을 노린 것인지 모른다) 할리우드를 뛰어넘어 전 세계 영화계, 극장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넷플릭스의 한국진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영화 및 극장산업이 아니라 안방극장, 즉 TV업계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미래 지형도를 그려보는 책이 발간되었다. KBS에서 드라마 제작에서부터 콘텐츠 해외수출, 한국드라마의 미국 리메이크작업 등에 관여했던 유건식 팀장(KBS공영미디어연구소)의 신작 <넷플릭소노믹스 – 넷플릭스와 한국 방송 미디어>이다. ‘넷플릭소노믹스’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처음 사용된 말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제적 영향력을 함의하고 있다. 물론, 이런 말이 등장하기 전부터 외국에서는 “우리 넷플릭스 볼래?”가 우리의 “라면 먹고 갈래”?“만큼 많이 쓰이는 말이 되었단다.
저자는 <넷플릭소노믹스>에서 한때 시장을 장악했던 비디오대여 체인점 ‘블록버스터’를 몰락시킨 ‘DVD우편발송’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도전정신을 소개하고, 인터넷 세상에 어울리는 사업모델로 온라인서비스 시장에 올인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많은 성공요인이 있었겠지만 저자는 ‘구독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한 달에 얼마”라는 식으로 보고 싶은 작품을 무제한 보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방식은 넷플릭스가 처음이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의 승자는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에 많은 공을 들였고,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자금을 퍼부었다. 물론, ‘빈지 워칭’(몰아보기)이라는 시청행태를 만든 새로운 개봉(!)방식을 일반화 시켰다.
100년이 채 안된 텔레비전의 시청 형태를 혁명적으로 해체, 조립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미래는 장밋빛이고, 성장속도는 초광속일까. 이미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주춤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유사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가 속속 링 위에 오르고 있다. 그것도 마이너가 아니라, 할리우드와 세계 IT를 쥐락펴락하는 공룡업계의 합류이다.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은 저렴하다. 특히 지난 수십 년을 장악했던 TV-케이블업계의 수신비용과 비교했을 때 워낙 저가이기에 어느 한 업체가 독점하지는 않을 것이란다. 하지만, 수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적시에, 대량으로(거의 무제한으로) 쏟아내던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사실인 듯하다.
세계 190개 나라에서 서비스 중이며 올 상반기 기준, 1억 5천만 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콘텐츠제작에 15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디즈니는 전통의 디즈니 캐릭터와 마블 영웅들, 그리고 픽사와 폭스 콘텐츠까지 총동원하는 디즈니플러스로 콘텐츠 맹폭에 나설 예정이고, 아마존, 애플TV+, HBO서비스도 나름의 강점으로 미디어대전에 뛰어들었다.
그럼, 넷플릭스가 한국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동안 넷플릭스는 <옥자>와 <킹덤> 등을 내세우며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섰고, 지상파방송사를 위협할 수준으로 콘텐츠제작 지형을 바꾸고 있다.
18일, 넷플릭스에 맞서는 토종OTT인 ‘웨이브’가 출범한다. 지상파 방송 3사와 SKT가 손을 잡고, 한국 콘텐츠시장을 지키고 해외로 진출하려는 시도이다. 넷플릭스 충격파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유건식 저자의 역작 <넷플릭소노믹스>에는 넷플릭스의 성장과정과 한국업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기타 복병들의 발흥에 대해 꼼꼼하게,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콘텐츠, IT업계 및 디지털 유통에 관심 있는 독자에겐 선물 같은 책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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