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2019. 7. 28. 00:22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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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가 돌아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내놓은 듯한 겨울시즌 맞춤형 소설 <눈보라 체이스> (양윤옥 옭김, 367쪽, 소미미디어)이다. 실제 스노보드를 즐기는 겨울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가 <백은의 잭>과 <질풍론도>에 이어 내놓은 이른바 ‘설산(雪山)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취업을 앞둔 평범한 대학생 와키사카 다쓰미는 스노보드 매니아. 이날도 신게스 고원의 설산을 찾아 활주금지구역의 비밀스런 포인트에서 자기만의 스노보딩을 즐긴다.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파우더 스노우를 활강하는 매력은 아는 사람만 아는 법. 그런데,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 한 여자가 있었다. 셀카를 찍으려는 그녀를 위해 사진을 찍어준다. 그녀가 남긴 말은 “내 홈그라운드 사토자와야!”라는 말뿐. 그리고 다시 돌아온 도쿄. 그런데, 그 사이에 그는 살인용의자가 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희생자는 자신이 이전에 알바를 하면 알던 사람이다. 다쓰미는 법대 친구생의 말대로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해 줄 유일한 사람, ‘스키장의 그녀’를 찾아 나가노현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으로 떠난다. 마음속으로 ‘여신’이라 불렀던 그녀가 있을지 없을지 모를, 어떻게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설산을 향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살인의 과정, 추리의 과정, 해결의 과정이 모두 흥미진진하게 맞물러 돌아간다. 다쓰미와 다쓰미의 의리파 친구, 그리고 도쿄 경찰의 내부상황, 사토자와 스키장 사람들의 이야기가 풍요롭게 펼쳐진다. 그 재미를 따라가면 스키 활강하듯 스피드하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1985년 <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후 전업작가의 길로 나서 수십 편의 소설을 내놓았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국내에 번역출판되었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읽는 순간, “아, 이 작품은 그대로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작품들이 영화와 TV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책 초반부 다쓰미가 눈 위에 선 장면에 나오는 문장은 이렇다.

“다쓰미는 속도를 늦추는 일 없이 뛰어들었다. 풍성한 눈이 그의 스노보드를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그대로 중력에 몸을 맡기고 타고 내려간다. 마치 손오공의 근두운을 탄 듯 부유감과 질주감이 있었다. 눈, 눈, 눈, 바람, 바람, 바람. 친구들과 함께였다면 틀림없이 포효를 내질렀을 것이다. 이러니 스노보드는 그만둘 수 없다. 파우더 런은 그야말로 최고다.” (<눈보라 체이스> 8쪽)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토자와(里沢) 온천스키장은 20년 전, 1998년 제18회 동계올림픽이 열린 나가노 현에 있는 노자와(野沢) 온천스키장을 모델로 했단다.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응원가거나, 겨울 스키장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이 책 한 권은 꼭 챙겨 떠나시길. 꼭! 도착하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박재환)

[사진=노자와 온천스키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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