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0. 13:54ㆍ미국영화리뷰
(박재환 2019.9.20.) 어릴 적 TV에서 방송된 영화 중 세월이 한참 지나도 절대 잊히지 않는 작품이 있다. (찰턴 헤스턴이 나온) ‘혹성탈출’ 시리즈와 ‘레마겐의 철교’, 그리고 이 영화 ‘카프리콘 원’이다. 요즘 같이 영화채널이 넘쳐나고, DVD에 넷플릭스까지 있는 세상에선 보고 싶거나, 궁금한 영화는 언제라도 다시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카프리콘 원’은 1978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이다. 영화는 NASA의 화성탐사가 사기극이라는 이야기이다. 나사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것은 1969년이다.(올해가 50주년 되는 해!) 그 때부터 “나사는 결코 달에 가지 않았다”라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유튜브엔 그런 주장이 넘쳐나고 말이다. 그런 음모론에 ‘창의력’이라는 로켓을 달아준 것이 바로 이 작품 ‘카프리콘 원’이다.
영화는 미국 NASA의 첫 유인 화성 탐사우주선 ‘캐프리콘 원’의 여정을 다룬다. 세 우주인 브루베이커, 윌리스, 워커가 화성탐사라는 장도에 오르는 날, 나사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우주에 가는 엄청난 ‘비용’에 대한 회의론과 정치적 ‘부담’ 때문일 것이다. 카운트다운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세 우주인은 몰래 밖으로 빼돌려진다.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건물로 이동한다. 로켓은 발사되고, 우주에서의 모습은 계속 전송된다. 몇 달 흐른 뒤 세 우주인이 화성에 발을 딛는 장면도 생중계 된다. 이 모든 것은 사막 한 가운데 건물 속 스튜디오에서 세 우주인이 연출한 영상이다. 세 우주인은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나사(켈로웨이 박사)에 의해 마지못해 사기극에 동참한 것이다.
그렇게 몇 달간 ‘화성탐험’을 끝내고 이들이 지구로 귀환하는 날. 나사의 음모는 확실해진다. 우주인은 지구궤도 진입 시 불의의 사고로 불타 죽는 걸로. 그렇게 위대한 희생을 바탕으로 우주개발 계획을 이어가려는 것이 켈로웨이의 구상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우주에서, 아니 사막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아폴로 사기극’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가지 않았다’부터 시작하여 ‘가긴 갔는데 궤도만 돌았다’ 등 여러 버전이 있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때 그 TV영상’에 관한 것이다. 그건 다, 사막 (당연히 네바다의 51기지)에서 찍은 스튜디오 작품이란 것이다.
피터 하이엄스 감독은 영화판에 오기 전에 방송 일을 했단다. 프로듀서와 앵커로 일했고, 베트남전을 취재하기도 했다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때 CBS 생방송에도 참여했었단다. 그때 피터 하이엄스가 생각한 게 “우주에 간 것은 아무도 못 보구나. 오직 TV로만 보구나.”였단다. 그러면서 생각해낸 시나리오가 바로 ‘가지 않았다’는 음모론과 ‘TV 연출론’이다. 제작자 폴 라주루스는 그 이야기에 매료되어 곧바로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영화내용에 상관없이 NASA는 이 영화 제작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영화는 의외로 많은 부분을 다룬다. 당연히 음모론을 바닥에 깔면서 ‘우주개발론’과 ‘워싱턴 정치판’의 비즈니스적 모습, 그리고 정의로운 언론인(탐사보도)을 이야기한다. <캐프리콘 원>은 시종 덜컹거리고, 미완의 느낌이 준다. 하지만 콜필드 기자의 자동차질주 신, 텔리 사발라스의 쌍엽기 활공 신, 사막에서의 추격 장면 등은 탁월하다.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마, 요즘 기술로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면 훨씬 매끄럽고, 스펙터클한 우주스릴러가 될 듯하다. (뻔한 음모론을 뛰어넘는 국제적 음모론이 필요할 것이고, 당연히 다국적 캐스팅이 이뤄질 듯!)
우주인의 리더인 브루베이커는 제임스 브롤린 배우가 연기한다. 마블 최강의 빌런 타노스를 연기한 조쉬 브롤린의 아버지이다. 조쉬 브롤린은 <맨 인 블랙3>(2012)에서 나사 우주탐사선과 엮인다. 부자가 모두 우주를 경험한 셈.
흥미로운 것은 영화에서 나사에서 귀환하는 우주선(캡슐)을 수거하는 임무를 맡은 배가 오리스카니(CV-34) 항공모함 영상이라고. 이 항모는 한국전쟁을 다룬 첫 번 째 할리우드 영화 <도곡리 다리>(1954)에도 등장한다. 그 영화 주인공 윌리엄 홀덴의 극중 이름이 브루베이커였다.
<캐프리콘 원>은 현재 왓차플레이에서 <카프리콘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제목을 왜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박재환 2019.9.20.)
'미국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 그가 돌아왔다. 그녀가 따라왔다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 2003) (1) | 2019.11.13 |
---|---|
[리뷰] 더 킹: 헨리 5세 넷플릭스의 세익스피어 정복기 (데이비드 미쇼 감독 The King 2019) (0) | 2019.11.11 |
[블러드 심플] 라이터, 생선, 그리고 세 발의 총알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 Blood Simple, 1984) (0) | 2019.10.21 |
[BIFF리뷰] 커밍 홈 어게인, “웨인 왕 + 이창래 + 이문세, 그리고 엄마의 갈비” (웨인 왕 감독 Coming Home Again 2019) (0) | 2019.10.11 |
[애드 아스트라] 우주 끝에서 만난 아버지와 아들 (제임스 그레이 감독 Ad Astra, 2019) (0) | 2019.09.24 |
[스페이스 카우보이] 노인들의 우주여행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Space Cowboys, 2000) (0) | 2019.09.20 |
[에일리언 1] 미지의 공포 (리들리 스콧 감독 Alien, 1979) (0) | 2019.09.20 |
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맷 리브스 감독 2017) (0) | 2019.09.19 |
[미션 임파서블3] 패밀리맨, 이단 헌트! (J.J. Abrams 감독 Mission: Impossible III) (0) | 2019.09.18 |
[타임 머신] 백 투 더 퓨쳐 (죠지 팔 감독 The Time Machine 1960) (0) | 2019.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