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정우 “영화와 함께, 무지 바쁘고 행복한 남자” (영화 신과 함께 인과연 2018)

2019. 8. 3. 09:57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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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개봉되어 1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2위로 기록된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는 특이한 형태로 영화이다. 1편(죄와 벌)과 2편(인과 연)이 동시에 촬영되어 지난겨울과 이번 여름에 차례로 관객을 찾는다. 주호민의 인기 웹툰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에서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을 맡은 하정우를 만나 ‘특별한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에 참여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이미 두 편의 상업영화(롤러코스트/허삼관)를 직접 감독하기도 한 그에게 ‘감독의 매력’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하정우는 근황에 대해 소개한다. “지난 3월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피렌체 한국영화제에 초청받았었다. 한국영화인으로는 박찬욱 감독 이후 내가 두 번째란다. 내가 출연한 11편의 작품이 한꺼번에 소개되었다.”고 기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정우는 피렌체에 간 김에 로마, 나폴리, 바르셀로나, 그리고 런던까지 가서 한 달 정도 여행을 했단다. “배낭여행이란 것을 처음 해봤다. 너무 피곤했다.” 관광지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반응하나? “그날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리액션을 했다. 흥을 내어 반갑다고 하거나, 시크하게 손 흔들거나~” 


하정우는 언론시사회를 1주일 정도 앞두고 가진 스태프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봤다고 한다. “기자시사회 끝나고 간담회를 바로 진행하니 조금 어리둥절하고, 영화에 대한 답변을 바로 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미리 봐 뒀다.”란다. 


'신과 함께 2'는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하정우, 주지훈, 김향기)가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2편을 보니 어땠나? “1편을 볼 때 사실 이게 통할까 걱정을 많이 했다. CG가 많고, 웹툰이 아무리 인기가 많더라도 관객들이 받아들일까 싶었다.”면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2편에 대한 자신감이 더 있었다. 강림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었기에 1편과 2편에 대한 연기를 자연스레 할 수가 있었다. 드라마가 강렬했다. 1편만 잘 소통된다면 2편이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벌써, 속편, 그것도 3편, 4편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제작할 때 속편을 계속 이어 만들면 재밌겠다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했었다.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원작과는 따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니. 어쩌면 작품을 만드는데 더 자유롭지 않을까” 


성급하게 흥행 예상 질문이 나왔다.(인터뷰는 영화 개봉 전에 진행되었다) 하정우는 신중하게 답변한다. “근데, 스코어는 잘 모르겠더라. 쑥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대중의 페이스는 신의 영역이다. 절대 알 수 없다. 그래서. 저는 스코어를 절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공약도 끊었다.” 


CG에 대한 소감은? “확실히 더 과감해진 것 같다. 사슴, 늑대, 호랑이에 이어 공룡이 나온다. 아마 그 부분은 수홍이(김동욱)가 <쥬라기 월드>를 보고 상상한 것이다. 난 시나리오에 공룡이 나오는 게 기발했다고 생각한다. 수홍이가 순수한 것이고, 감독님이 순수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근데 공룡 말고는 딱히 뭐가 나올 수 있을까. <고스트 버스터>의 괴물, 그런 거? 그게 나오면 너무 미국적일 것 같다.”며 감독이었던 배우답게 분석한다. 


제목 ‘인과 연’답게 천년을 기다린 이야기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나는 잘못한 것을 바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타입이다. 강림은 어렵게 천년 동안 끙끙 앓았던 것을 처음 고백하는 것이다. 천년을 가슴에 담았던 것인 만큼 어려웠을 것이다. 수홍의 재판이 강림의 재판이다.” 


영화의 핵심 줄거리를 이야기하다가 삶의 지혜로 옮겨간다. “늘 기도할 때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를 함께 용서를 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된다.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말할 때 참 조심스럽다. 그 사람 입장에 서서, 그 사람 상황에서 이야기하게 된다.” 저승 차사(!)를 연기한 배우다운 답변이다. 


하정우는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에서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출연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미스터 고’의 흥행실패를 지켜보면서도 김 감독의 재능을 굳게 믿었다고. 시나리오 이야기하다가 감독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감독의 능력이다. 감독이 그것을 소화시킬 그릇이 안 되면 관객을 이해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시나리오가 조금 모자더라도 그것을 담아낼 수 있다면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충무로의 중견배우이자만 블루스크린을 활용하여 허공에 대고 연기하는 것이 익숙지는 않았던 모양. “제일 창피했던 장면은 수홍과 공룡에 쫓기는 장면에서 땅바닥에 크게 원을 그리는 씬이었다. 사실 굉장히 민망했다. 허공에서 대고, 땅바닥에 대고 소리 지르고 그러는 것이니. 아무것도 없는데 배를 조종하고, 공룡 뱃속 연기도 힘들었다. 다들 그런 연기를 하며 더 뻔뻔해진 것 같다." 


하정우의 다음 작품들 

하정우는 일복이 많은 사람이다. 앞으로의 영화일정도 꽉 차 있다. ‘클로젯’부터 찍을 것이라고 한다.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녹음기사를 했던 김광빈 감독 데뷔작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 찍을 때 기억이 생생하다. 스태프들이 군대 가고 뭐하고 해서 이탈이 많았다. 김광빈 감독은 군대 가기 까지 마지막까지 매달렸었다. 녹음테크를 내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촬영하던 기억이 난다. 시나리오도 참신하다.” 

“연말에는 덱스터스튜디오의 작품(‘백두산’)을 찍을 것이고, 그 뒤에는 강제규 감독 작품이 기다린다.” 하정우는 배우 말고 감독 작품도 준비 중이다. 기자를 다룬 케이퍼 무비라고. “시나리오 단계이다. 원래 하와이 코리아타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준비 중이었는데 이 아이템을 듣는 순간 흥미롭다고 생각해 영화화에 착수했다. 장르적으로 따지면 케이퍼 무비이다."라고 덧붙였다. (연말엔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과 손잡은  'PMC'가 개봉된다) 

<신과 함께 인과 연>이 전편처럼 대박 흥행을 기록하여, 3편(4편)이 만들어지더라도, 하정우의 촬영 스케줄로 보자면 한참 뒤에나 가능할 것 같다. 

요즘 ‘하정우’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평상시와 다른 게 있다면 황태 컵밥이 너무 맛있더라. 퀄리티가 높아서 놀랐다.”라며 ‘먹방 대가’ 다운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이야기한다. 이어, “건조기 하나 샀다. 다용도실에 벽을 조금 부수고 건조기를 설치했다. 다용도실을 지나갈 때마다 행복하다.”라고 조금 특별한 ‘행복감’을 이야기했다. 하정우는 그렇게 산다. (박재환 2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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