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리뷰] 메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스피탈” (이옥섭 감독, Maggie 2018)

2019. 9. 17. 11:56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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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2018리뷰] (박재환 2018.10.15)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최고의 화제작은 개막작도 폐막작도 아닌,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부문에서 상영된 한국독립영화 <메기>일 듯하다. ‘메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비를 지원한 저예산독립영화이다. ‘메기’낚시를 가는 낚시꾼의 인권을 다룬 영화는 절대 아니다. 이옥섭 감독과 이주영-구교환 등이 펼치는 재기발랄한 청춘드라마이다. 그렇다고 알콩달콩한 연애이야기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영화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장르의 대향연을 펼친다. 

영화가 시작되면 퇴락한, 혹은 변두리의 한 병원-마리아사랑병원-을 보여준다. 뜬금없이 “우주선을 타지 않고 우주를 가려면 방사선과에 취직하는거다. 인간의 몸이 우주니까.”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천연덕스럽게 NASA로고가 박힌 이 병원 방사선과에서 사고가 생긴다. 어느 커플이 이곳에서 정사를 치렀고, 그 장면이 엑스레이로 찍힌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과연 엑스레이 속 민망한 포즈의 주인공들이 누굴까에 관심이 쏠린다. 간호사 여윤영(이주영)은 주인공이 자기인 듯 싶다. 동거남(구교환)도 “우리가 맞는 것 같은데?” 그런다. 다음날 병원은 발칵 뒤집어졌을 것 같은데 너무나 조용하다. 부원장(문소리)만 출근한 상태이다. 다들 휴가내고 출근을 안 한 것이다. 모두가 자신이 찍힌 것이라 생각한 모양. (이 장면을 볼 때는 버나드 쇼가 영국 고관들에게 다짜고짜 “들통 났으니 튀어라”고 전보를 치니, 다들 도망갔더라는 유머가 떠오른다) 

영화는 이렇게 황당한 SF코미디로 시작되지만 이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중요한 것은 ‘믿음’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불신으로 이어지고, 불신의 이야기는 싱크홀 이야기가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청년’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라고 했단다!) ‘싱크홀’이 생기자 이를 메우기 위해 청년들이 대거(그래봐야 3명!) 동원된다. 일자리 창출. 하지만 반지를 잃어버리자 또 다시 대두되는 ‘믿음’의 문제. 그리고 커플(구교환-이주영)은 헤어진다.

이야기는 정말 황당하게 이어진다. 중간중간 뜬금없는 개그와 화면이 등장한다. 다 보고 나면 첫 장면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엑스레이 이야기가 펼쳐질 때까지만 해도 (인권위 영화이니) ‘도촬’과 ‘동영상유출’에 대해 이야기하나 생각하지만 이내 이야기는 확장된다. 오직 ‘믿음’의 문제와 ‘메기의 펄떡임’만이 기억될지 모른다. 어쩌면,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린 ‘청년’의 문제를 적확하게 담았는지 모른다. 뭘 하는지 모르지만 시간은 가고, 세월은 기어이 가고 마는 그 시점의 공통된 문제점들 말이다. (감독은 믿음의 문제를 주장하겠지만.)

‘메기’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독립영화상, CGV아트하우스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이주영) 등 4관왕이 되었다. 이옥섭 감독은 구교환과 함께 ‘오늘영화’, ‘플라이투더스카이’, ‘걸스온톱’ 같은 단편, 옴니버스를 내놓았던 감독이다. 이주영('독전'의 그 이주영이 아니다), 문소리, 구교환을 비롯하여, 내레이션을 맡은 천우희, 단역이지만 동방우(명계남), 권해효, 김꽃비, 던밀스(황동현)  등이 출연한다. 화려하다고 할만하다. 

다시 한 번 ‘메기’를 보게 된다면 정녕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비로소 알지 모른다. 영화에서 “구덩이 빠지면 얼른 나오라”고 말한다. 깊이 생각하면 안 될 영화지만 깊이 빠져드는 오묘한 매력의 독립영화이다. 참, 굳이 영화제목 ‘메기’를 소개하자면 이야기의 진행은 병원 어항 속 메기의 시선 혹은 설명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전지적 시점은 아니다. 부산영화제에 이어 독립영화 관련 영화제에 상영되면 무조건 챙겨보시라! (박재환)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 선 이옥섭감독-이주영-구교환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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