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2. 08:19ㆍ인터뷰
[인터뷰] 김희원 “천의 얼굴에 도전하는 씬 스틸러”
2018-04-21 09:41:12
배우 김희원은 <무한도전>의 레전드 특집에 출연하며 대중적으로 더 알려진 배우이다. 그 전에는 확실히 원빈 주연의 액션영화 <아저씨>의 악역으로 기억된다. 아니면 <미생>에서의 그 음흉한 박과장. 그 뒤 ‘착한’ 역도 많이 했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나쁜’ 캐릭터로 더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런 배우 김희원이 이번에는 ’착한 듯’한 역으로 돌아왔다. 19일 개봉한 영화 <나를 기억해>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김희원을 만나 ‘신스틸러’로 등극한 과정을 들어보았다. 지난 17일 오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망고슬러쉬를 앞에 두고 만났다.
영화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잇달아 갖고 있는데, 매번 같은 질문이 지겹지 않은지? “매번 질문들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 다르더라”란다. 어떤 질문이 많았나? “이유영씨와의 호흡, 사회고발성 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에 출연한 계기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면서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었다. 있을법한 이야기지만 영화적인 상상이 많이 들어갔다. 민감한 부분이 많아 그런 점을 질문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고 덧붙인다. “리얼한 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조금 열도 받고, 대충 넘어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2시간동안 그 사람의 가장 스페셜하고 임팩트가 강한 순간을 판타지하게 보여주는 것이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악역으로 널리 알려진 연기자로서의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라고 왜 명배우에 대한 욕심이 없겠는가. 살다보면 자기 뜻대로 안 된다는 걸 많이 느낀다. 내 능력으로 될까 포기하기도 하고. 오늘만 열심히 살자는 심정이 된다.”며 “(무명시절의) 민생고도 지겹고, 누구나 성공하고 싶지만 그게 아니잖은가. 신 스틸러에 명배우라고 그러는데 나는 그런 단어랑은 상관없이 열심히 살았다. 그러면서 포기할 때도 있었고.”
영화 <나를 기억해>는 고등학교 선생님 이유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 이유영이 학생이었을 때 남친이 전해주는 뭔가를 마시고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결박되어있고, 짐승 같은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캠코더가 돌아가고. 어렵게 새 출발하고 이제는 선생님이 되었지만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똑같은 상황에 빠진다. 이유영은 오래 전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오국철(김희원)을 찾는다. 지금은 경찰을 그만두고 피씨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국철은 어떤 인물인가.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유영을 도와주는 것인가? “국철이 선한 인물은 아니잖은가. 온전히 죄책감 때문에 도와주는 것일까. 특종에 눈이 먼 기자의 협박에 시달리다 형사 그만두고 피씨방에 숨어살고 있다.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캐릭터를 말한다. “그 기자를 막 때리잖은가. 죄책감도 씻고 싶고, 뭔가를 털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맡은 전직형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즘 형사들 깔끔해요. 폴리스 룩이라고. 영화에서는 4~5일 잠복근무한다고 그런 모습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영화 준비하면서 형사들을 만나봤는데 다들 깔끔해요. 저보다 더 깔끔해요. 경찰서 가보니 다들 회사원 같더라. 조금 프리한 복장의 형사들 모습”이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내 복장은 후줄근한 야상에, 머리는 안 감고 있는 모습이다. 저런 꼴을 했을 때는 분명 어떤 히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살짝 책임감. 너무 타협하고 타락해서 자기가 싫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피씨방에서 애들하고 싸우는 것도 웃기잖은가. 그 첫 장면은 영화적 재미와 삶에 찌든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어떤 폐쇄적 심정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피해자 이유영과 전직형사 김희원은 절망적으로 SNS, 소*넷 같은 인터넷사이트, 동영상유포 등 온갖 디지털범죄 행각의 총설계자 ‘마스터’의 행방을 좇는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마리오네뜨’였단다. 마수에 걸린 피해자의 모습은 영락없는 ‘마리오네뜨’이다.
“이 영화가 언제 개봉할지 기다려졌다. 극장개봉을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상업영화라기보다는 독립영화이다. 1년 넘게 개봉일을 못 잡다가 결국 이렇게 개봉되네. 그런데 어쩌나. 곧 ‘어벤져스’(인피니티워)가 개봉하니. 작은 영화의 비애 아니겠는가.”란다.
이번 영화에서 (전직)형사 연기는 어땠는가. “쉬운 부분은 없었다. 형사 역을 많이 했지만, 미스테리, 스릴러에 등장하는 형사는 다들 비슷하다.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고민했다. 생활에 찌든 모습, 죄책감도 좀 있고, 속물같이 보여야했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 괜히 정의로운 척 오버도 하고. 그런데 내가 나온 장면은 그냥 이유영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장면이 많다. 형사의 개인적인 갈등을 넣기가 어려운 점이다.”고 말한다.
<나를 기억해>는 김희원이 주연배우로 나온 작품이다. 그 덕분에 영화포스터에 자신의 얼굴도 등장한다. “작품에서 사건을 마무리한 역은 처음인 셈이다. 그동안 출연했던 모든 작품이 연기로 남는다. <아저씨>처럼 인지도를 올려준 작품도 있고, <불한당>처럼 날 아이돌같이 만든 작품도 있다. 어떨 때는 깡패 같은 모습, 어떨 때는 순박한 모습, 이런저런 얼굴을 하다보면 ‘천의 얼굴’을 한 배우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희원은 ‘나를 기억해’에서의 전직형사의 모습은 간직하지 않을 것이란다. “이제 안해야지. 안 겹쳐야지. 천의 얼굴의 배우이니”라며, “해보고 싶은 역은, 그 동안 한 것 말고 완전 새로운 역할을 하고 싶다. 악당이나 형사가 들어오면 또 다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저씨>와 <불한당>에서의 김희원만 생각하다가, <뷰티 인사이드>, <계춘할망> ,<가려진 시간>에서도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게 이슈가 되고, 흥행이 되어야 기억에 남는다. 아쉽다. 그런데 <불한당>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마니아가 너무 사랑해 주셔서 이렇게 이어져 온 것이다.”고 덧붙인다.
김희원은 남산시절의 서울예전(연극 전공)을 나왔다. “대학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수능을 안보고 실기 100퍼센트로 뽑았었다. 난 학교 다닐 때 공부도 못했다.”란다.
서울예전 연극과를 나왔으니 대학로의 배고픈 시절을 안 물어볼 수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출연료는 어땠나. “관객이 없어 3~4일 쉰다. 매번 할 때마다 돈을 안 주니 일단 기대를 안 한다. 밥도 외상으로 먹었다.”
이어 그 시절 이야기를 한다. “공연장 앞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 슈퍼주인의 어린 꼬마애가 ‘아저씨 공연 보러 가도 돼요’라고 묻기에 오라고 그랬다. 그런데 공연장에 그 꼬마애 둘만 앉아 있는 거다. 그래서 내일 보러 오라고 그랬다. 다음 날에도 꼬맹이 네댓 명만 앉아있었다.” 무슨 작품이었는지 물어봤다. “‘플란다스의 개’, 너무 망한 연극이다. 여러분이 아는 아동극 아니다.”란다.
베네치오 델 토로 닮았다는 이야기 들어봤는지. “아니. 그 분 눈빛이 너무 멋있다. 그렇게 연기하면 어울리겠다는 소리는 들었다. <시카리오 >보면 눈빛에 깊이가 있다. CF도 찍었잖은가”란다.
김희원은 연기생활이 잘 안 풀리자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싱글라이더> 이야기를 꺼내자 그 영화 못 봤다는 대답. 극중에서 안소희가 이렇게 저렇게 된다고 이야기하자. 호주에서의 고생담을 꺼낸다. “인종차별 심하고, 사기 당하는 것은...”이란다. 영어 배우러 갔지만 전혀 못 한단다. 돈 벌기 위해 죽자고 일만 했단다. “당연히 영어를 못 배우죠.”란다.
연기하는 것을 엄청 반대했다는 부모님. 지금은 밥은 먹고 살아서 다행이라는 부모님은 김희원의 작품 중 어느 걸 제일 좋아하실까. “드라마 <빛과 그림자>. 다른 것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답니다.”란다.
‘천의 얼굴’에 도전하는 신 스틸러 김희원의 다음 작품은? "<뎀프시롤:참회록>이라는 작품이다. 다 쓰러져가는 체육관, 권투도장의 관장 역이다. 다음 달 촬영에 들어간다. 머리도 짧게 잘랐다."란다.
단편영화 아니었던가? "맞다. 그 감독이 단편을 장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혁기 감독의 장편 <뎀프시롤: 참회록>에는 엄태구, 혜리(걸스데이)가 나온다.
<한공주>와 궤를 같이 하는 이한욱 감독의 미스터리범죄스릴러 <나를 기억해>는 지난 19일 개봉되었다. <어벤져스>가 한국극장가를 초토화시키기 전에 극장을 찾아 이유영과 김희원의 멋진 연기를 만나 보시길 권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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