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여고생' 김태리 (김소연 감독 2015)

2018. 7. 11. 10:07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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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때문에 본 이 영화, <문영>

 

지난 연말 개봉된 장준환 감독의 <1987>는 1987년의 대한민국 민주화운동 현장의 뜨거운 현장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1987>에는 그 때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김태리(1990년生)가 청바지 차림에 ‘마이마이’를 손에 든 여대생으로 출연한다. 배우 김태리라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데뷔작 <문영>이란 작품도 챙겨볼 만하다. <문영>은 김소연 감독이 2015년 내놓은 단편영화이다. 감독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작품의 러닝타임이 64분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복잡한 지하철에서 흔들리듯 주위를 둘러보는 ‘문영’(김태리)을 보여준다. 한 아주머니가 서울지리를 묻지만 문영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며 한바탕 훈수를 든다. 그제서야 문영은 손을 휘저으며 뭔가를 표현한다. ’문영‘은 말을 못한다. 어쩌면! 오늘도 학교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에서는 술주정꾼 아버지(박완규)가 술에 취해 딸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문영은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는 방문을 걸어 잠근다. 그렇게 여고생 문영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대신 작은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세상의 모습을 열심히 담는다. 주로 지하철과 역사 내에 분주하게 오가는 아줌마의 얼굴 모습을 담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희수(정현)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세상과 담을 쌓은 문영과, 그런 문영에게 호기심과 동정을 느끼는 희수가 소통 아닌 소통을 이어간다.

 

영화 <문영>은 마치 <비정성시>의 양조위처럼, 김태리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영화이다. 김태리는 목이 터져라 세상을 욕하거나, 목 놓아 엄마를 부르짖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처럼 세상을 보고, 캠코더에 집착한다. 그녀가 그러는 이유는 후반부에 밝혀진다. 세상에 내버려지고, 마땅히 받아야할 가족의 정에서 소외된 여고생의 처연함이 눈빛에서 새어나온다.

 

<문영>은 과거와 현재의 가족이야기를 전해줄 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의 이야기도 던져놓는다. 김태리와 정현, 두 여배우가 내뿜는 기이한 동질감이 영화의 온도를 조금 높인다. 그것은 명확한 <캐롤 >류의 성향이 아니지만, <델마와 루이스>의 정서적 유대감을 이끈다.

 

<문영>은 김태리의 발굴이자, 한국 여성영화의 재발견이다. 현재 넷플릭스나 왓차플레이 등에서 <문영>을 만나볼 수 있다. (박재환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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