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마린보이 (진모영 감독,2017)

2017. 11. 7. 08:07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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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올드마린보이, “아버지는 오늘도 바다에 간다”

 


[박재환 2017-11-02] 영화진흥위원회의 역대 흥행기록을 살펴보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373만 관객을 동원하며 89위에 랭크되어있다. 바로 그 밑에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군도>, <범죄와의 전쟁> 등이 있다. 놀라운 기록이다. 물론, 다큐멘터리로서는 역대 최고기록이다. TV에서 한번 소개된 할아버지, 할머니의 오래된 순정스토리가 한국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바로 그 작품을 연출했던 진모영 감독이 다시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지난 9월 열린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먼저 선을 보였던 <올드 마린 보이>이다. 감독의 전작을 알기에, 인터뷰 등을 통해 본 감독의 진정성을 믿기에 그의 신작에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

<올드마린보이>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른바 ‘가족으로서 아버지의 책임감’, 그리고 ‘탈북자의 남한정착기’이다.
 
주인공 박명호씨는 2006년 서해바다를 통해 남으로 넘어온다. 아내 김순희, 두 아들 철준과 철훈을 데리고 목숨을 건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이들 가족은 서해가 아닌, 동해안 쪽 강원도 고성군 대진해변에 삶의 새 터전을 마련했다. 이곳은 최북단 해안마을이다. 박명호씨는 이곳에 ‘머구리’의 삶을 살아간다. ‘머구리’는 둔탁한 잠수장비를 몸에 걸치고 수심 30미터 해저로 들어가서 대왕문어도 잡고, 각종 해초류를 채취하는 잠수부다. 우리가 아는 스쿠버다이버보다 더 육중한 장비를 갖춰야하고, 해녀보다 더 깊숙한 바다에 들어간다. 오직 공기공급줄이 달린 밧줄에 의지하여 심해로 들어간다. 의외로 동해안 바다 속은 탁하고, 물살이 세다. 체중 60킬로에 장비가 60킬로이다. 그래서, 자칫 해초에 엉키거나 밧줄이 부유물에 걸리면 어찌 손 쓸 틈도 없이 수장된다. 영화사에서는 머구리의 삶을 “10명 중 5명은 포기하고, 3명은 죽고, 1명은 아프고, 단 1명만 살아남는다”고 비유했다. 자유를 찾아, 새 삶을 찾아 남으로 온 박명호씨는 왜 이런 위험한 직업을 택했을까. 그런 그를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을 어떨가.

‘아버지의 삶’을 그린다는 것은 어렵다. 어머니의 삶도 고달프고, 자식의 일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갖기 전에 박명호씨의 삶을 가만히 지켜보면 거칠고, 고되고, 답답하다. 박명호씨와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들의 북쪽 생활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할아버지가 40년, 이 애비가 20년 군 생활했어. 이제 끝난 거야. 민족분단의 종지부를 찍어야하기에 이젠 그만.”이라고 말한다. 20년을 군에서 보낸 사람답게 아침마다 인민군 군 체조를 한다. 그리고 웃으면서 “우린 아침마다 ‘미 제국주의와 남조선 괴뢰도당을 섬멸하자’라고 소리쳤어”라고 말한다.

 

“죽는 걱정보다 오늘 아침 쌀이 떨어지면 우리 가족 어떡하지”라는 걱정만 하던 그 아버지는 그렇게 남으로 와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이미 한국에서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습득한 모양이다. 아들에게 ”대학은 교수들 돈벌이하는 곳이야. 대학 자체가 돈벌이잖아. 몰랐어?“라고 말하고, ”처음엔 동정의 눈빛으로 우리를 본다. 그 다음에 사업을 하면 제어를 하려고 그러더라. 탈북자를 그냥. 노동력으로 부리려고 하지 치고올라오는 걸 허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많더라고.“라고 말한다. 우리는 짐작한다. 연고 하나 없는 동해안 바다동네에서 탈북자가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을 지를.

박명호 가족은 대진항에 고향마을 이름을 딴 ‘청진호횟집’을 냈다. 생활력이 더 강한 아내가 가게를 운영한다. 박명호씨는 오늘도 아침이면 머구리 장비를 챙기고, 큰아들이 모는 배를 타고 동해 바다로 간다.

진모영 감독은 사선을 넘은 탈북자를 통해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거친 동해안 바다를 통해 한국의 사회를 투영한다. ‘힘들고, 죽음이 어른거리지만’ 그 바다에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그랑 블루’이다.

참,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대왕문어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정말 장엄하다!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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