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18. 23:26ㆍ다큐멘터리리뷰
당신의 열정페이는 1억원 ‘망원동 인공위성’
[박재환 2015-02-03] 만약 2008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소유스를 타고 우주를 다녀온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을 기억한다면, 혹은 러시아 로켓에 실린 우리나라 인공위성 발사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우리가 직접 인공위성 쏘아 올리자”라고.
여기 그런 돈키호테 같은 도전에 나선 젊은이가 있다. 나이는 들만큼 든 청년 송호준. 송호준은 인공위성 쏘아 올리는데 1억 원이면 된다는 계산을 했고, 그 1억 원을 모으기 위한 방법도 찾아낸다. 1만 원짜리 티셔츠를 1만개 팔아 그 비용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황당하지 않은가. 바로 그 송호준의 무모한 도전이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최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촬영감독인 김형주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27일, 서울 CGV왕십리에서는 이 영화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영화의 배급은 그동안 100편 이상의 독립영화를 배급해 온 ‘시네마달’이 맡고 있다. 그런데 이날 시사회장을 찾은 언론매체는 아주 단출했다. 송호준의 도전이 그렇게도 무모해 보인 모양이다.
송호준은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퍼포먼스이자 자칭 ‘아티스트’이다. 서울 망원동 작업실에서 혼자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띄운다는 ‘OSSI’(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의외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띄워 올린다는 게 쉬웠다. 마치, 이소연을, 한국의 상업용 통신위성을 쏘아 올리듯 외국의 인공위성 발사체업체에 요청하면 된다. 마치 퀵이나 택배처럼 돈만 내면 대신 실어 올려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쏘아 올리는 물체의 크기가 굉장히 작다는 것이다. 부피 1리터(10센티*10센티*10센티)에 질량 1.33kg을 넘지 않는 초소형이어야한단다. 이것을 큐브샛이라 부른다고 한다.
송호준은 민간인으로서, 개인 우주과학자(?)로서 이 거창하고도 무모한 프로젝트에 무작정 달려든다. 김형주 감독은 카메라 하나 들고 그 곁을 3년을 맴돈 것이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형주 감독은 “2년 여의 촬영기간, 그리고 후반작업까지 합쳐 3년 6개월이 소요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송호준 작가의 밤샘작업 모습을 본 스태프들이 ‘혹시 거울을 찍은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 나 또한 정신적으로 힘들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시간이었지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촬영감독이라는 일이 힘들게 느껴질 때 우연히 보게 된 잡지의 기사가 바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겠다는 송호준 이야기였다. 그래서 김 감독은 자신의 고민 반, 궁금증 반을 풀어볼 요량으로 연락을 했고 마침내 이 다큐멘터리를 찍게되었다.
김형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으니깐 하는 거고, 열심히 살 수 있으니깐 사는 것이다. 이유나 가치를 붙이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면서 “내 영화를 보고 관객들 스스로가 고민을 정리해보며 자신의 길을 찾는 계기를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호준의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성공했을까? 성공여부를 따지는 것은 청년의 도전을 비하하는 것이리라. 누가 이런 열정을, 그런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어나 봤겠는가.
<망원동 인공위성>은 5일 개봉된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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