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30. 17:30ㆍ미국영화리뷰
미국 미주리 주에는 아직도 사형제도가 존치하는 모양이다. 부부간에 순결이라는 혼인의 신성한 의무를 위반하고, 배우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경우에는 교수형에라도 처하는 모양이다. 연쇄살인마 이야기 ‘세븐’과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 스토리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이번에는 ‘남부럽지 않게 사는 듯한 한 부부’의 침실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분명, 행복해 보이는 저 커플, 하지만 남모르는 사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죽임을 당하리라. 과연 데이비드 핀처가 그렇게 수가 보이는 ‘사랑과 전쟁’을 찍을까. 러닝타임 149분 동안 숨 막히는 사건의 현장으로 빨려든다.
남편, 아내를 살해했을까?
살인미소를 지닌 닉(벤 애플렉)은 한 파티장에서 매혹적인 작가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에게 작업을 건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했고 행복한 삶은 산다.(아니 그래 보인다!) 어린이 동화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모델이었던 에이미와의 부부생활은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기도 하고, 평균적인 미국도시 커플의 범죄적 관계를 그린 소설 같기도 하다.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바람을 쐬러 나온 닉은 여동생 마고와 함께 경영하는 바에 들른다. 그 시간 집에 있어야할 아내가 사라진다. 동네에 소문난 여자가 갑작스레 행방불명된 것이다. 방송차량이 진을 치고, 남편은 방송카메라를 보며 “사랑하는 아내여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부부의 비밀. 아내는 납치되어 살해된 것일까. 단서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남편 닉은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미디어들은 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기 시작하고 ‘O.J.심슨’을 변호했을 법한 막장이혼 전문변호사 볼트가 닉의 법적 조력자로 등장한다. ‘사랑과 전쟁’을 넘어 ’현장고발 치터스‘(Cheaters)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 부부의 사정
길리언 플린의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을 맡고 벤 애플릭이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단순한 ‘남편에 의한 아내살해극’이 아니란 사실은 눈치 챌 수 있다. 아내의 시신을 찾아내고 그 살해동기를 파헤치는데 149분을 허비할 것 같지 않은 스릴러이니 말이다. 비록 ‘남부럽지 않은 삶’이라고는 했지만 부부사이의 일이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멋진 남편, 섹시한 아내, 그럴듯한 직업, 멋진 보금자리만으로 이 부부의 속사정을 재단할 수는 없다. 남편이 젊다 못해 어린 여자애랑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고, 조신한 아내에게는 엄청난 과거가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의 부부의 삶은 잔인하게 해체된다. ‘창의력 풍부한 작가부부’의 삶은 ‘리얼리티 TV’에 빠져든 미국시청자의 수준에 맞는 스릴을 제공해준다.
오랜 시간 준비한 완벽범죄,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는 경제침체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나 부부간 성적 갈등이 유발한 치정극은 아니다. 끝까지 비밀로 간직될 비밀스런 남편의 외도에 대한 아내의 치밀한 복수극이 이 영화의 기본이야기도 아니다. 호들갑 떠는 것에 정평이 난 미국 언론의 속성을 적절히 활용하여 대중적 범죄소설을 만들어나간다. 아마도 감독의 스타일로 봐서는 ‘사이코패스’ 경향의 배우자가 꾸밀 수 있는 완벽범죄 시나리오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물론 시나리오는 예상 못한 돌발변수에 의해 수정된다. 프랑스 작가 장 자크 피슈테르의 소설 ‘표절’에서는 한 남자가 복수를 위해 평생을 바쳐 치밀한 ‘작문’을 한다. ‘사랑과 증오는 분리할 수 없다’는 명제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원작소설에서는 인터넷이 몰고 온 전업작가의 몰락을 언급한다. 잡지나부랭이 기자의 실업이 현실화/일반화된 상황에서 뉴욕을 떠나 시골(미주리)로 낙향한 글쟁이부부. 남자나 여자나 글 쓰는 작가의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견뎌 내야하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아내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배 속을 갈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것이 지구적 경제난 속에 동고동락할 부부의 숙명인 모양이다.
나를 찾아줘 (Gone Girl)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닉 던), 로자먼드 파이크(에이미),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타일러 페리, 킴 딕켄스
청소년관람불가/149분/2014.10.23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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