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 리얼리? (줄리 베나스라 감독 God Save My Shoes 2011)

2013. 12. 24. 11:23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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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   

제목부터 선정적인 영화가 개봉된다. 미국 줄리 베나스라 감독의 다큐멘터리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영화이다. 원래 제목은 ‘God Save My Shoes’이다. 순전히 ‘하이힐’만을 다룬 다큐이다. 만약, 마놀로 블라닉, 크리스찬 루부탱, 월터 스테이지 같은 사람이 유명 하이힐 디자이너라는 것을 알 정도라면 분명 재밌게 볼 작품이다. 물론 글쓴이처럼 그들이 누군지 몰랐어도 상관없다. 하이힐 신은 셀렙들이 끝없이 등장할 것 같아 보이니 말이다. 하이힐은 단지 굽이 높은 구두 아닌가하고 봤다가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하이힐을 향한 여자들의 집착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어떤 하이힐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면, 얼마만큼 좋아하는지를 숨김없이 담는다. 그리고 하이힐을 좋아한다는 것이, 하이힐을 신는다는 것이, 하이힐 신은 여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프로이드 마냥 분석도 해본다. 결론이야 여자든 남자든 거의 다 짐작할 것이다. 정말이지 성적인 코드로 마감된다. 참, 솔직한 다큐멘터리인 셈이다.   

카메라는 많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을 밀착 인터뷰한다. 어떤 종류의 하이힐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물어본다. 하이힐은 단지 뒷굽이 높은 슈즈인 것은 아니다. 톱 클라스 슈즈 디자이너가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들어낸 하이힐은 상품이자 예술작품이 된다.   

하이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슈어홀릭’은 정말 존재하는가. 경제적 접근은 흥미롭다. 우리가 “불경기엔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처럼 미국에선 “다른 것은 못 사더라도 하이힐은 살 거에요.”라고 지출의 마지노선을 하이힐로 잡고 있다. 미국 여성의 경우 해마다 7~8켤레의 하이힐을 구매한다고 한다. 전체 신발 매출액 400억 달러의 60%가 하이힐 매상이란다. 놀랍다!   

영화에서 베스 샤크의 신발보관장소를 보여주는데 이 여자는 1400켤레의 슈즈를 갖고 있다고.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만 700켤레라나. 구입비용이 50만 달러(5억 원)라니 하이힐 사랑의 정도를 알겠다   

사실, 하이힐에 대해선 문화사적 지식은 얕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엔 화장실이 없었다고. 중세엔 아무리 우아한 왕비나 귀족들도 으슥한 구석에서 적당히 배설문제를 처리했다고. 그러다보니 바닥이 온통 X통, 진창이었다고. 그래서 구두굽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이것이 하이힐의 유래라고! 이 당시 높은 신발의 뒷굽을 초핀( Chopine)라고 부른다. 이 당시 인물화를 보면 예외 없이 이런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이 다큐에도 옛그림이 하나 소개되는데 통굽의 높이가 무려 50센티에 달한다.   

이 다큐에 출연한 많은 여자들은 하이힐에 대한 자신들의 사랑을 숨김없이 토로한다.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너무나 사랑했다는 마놀로 블라닉을 필두로 다양하고 예쁜 하이힐이 등장한다. 사실 오늘날 많은 여자들은 ‘하이힐’에 빠져있다. 마치 필리핀의 이멜다여사처럼 하이힐을 사모은다. (이멜다의 구두 컬렉션은 수천 켤레이다.)   

그런데 왜 하이힐을 신을까. 불편함을 감수하고, 발의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하는 하이힐을 왜 신을까. 키가 커 보이게 하기 위해서? 강인함을 과시하기 위해? 기타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지만 결론은 자신의 섹시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그 곁가지로 하이힐이 의미하는 성적 코드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과 해석을 덧붙인다.   


이 영화에 등장한 하이힐 애찬론자들의 말을 몇 개 소개하면 이렇다.
  

“여자들한텐 구두가 매우 중요해요. 자신을 표현해 주니까요. 구두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퍼기 (블랙 아이드 피스 멤버)   

“구두 한 켤레 정도는 누구나 살 수 있죠. 구두를 신어보고 기분 나쁠 일은 없으니까요. 옷은 조명에 따라서 엉덩이가 미워 보인다거나 안 맞을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쇼핑할 때마다 속상할 수 있어요. 하지만 키가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완벽한 구두 한 켤레는 소화할 수 있어요. 누구든 신데렐라가 될 수 있는거죠.”  디타 본 티즈 (벌레스크 댄서)   

“과거에 불행했던 시간을 보낼 때 유일하게 행복을 느낀 건 구두 쇼핑이었어요. 어처구니없게 들리겠지만 저한텐 그게 위로였죠.”  베스 샤크 (프로 포커 플레이어)   

“아버지가 늘 이러셨어요. 여자의 발을 만지고 느끼면 그 여자를 이해하게 된다셨죠.” - 지오바니 페라가모(페라가모 부사장)   

“하이힐만 신으면 애인이 내가 시키는 걸 다해 준다니까요.” 켈리 롤랜드 (데스티니 차일드 멤버)   

.  패션 쇼를 보면 까마득하게 높은 하이힐을 신고 런웨이를 하다 넘어지는 동영상은 꽤 있다. 프로(!)들도 제대로 걷기 어려운 신발이다. 과학적인 분석에 따르면 신을 수 있는 하이힐의 굽 높이는 13센티가 최대란다.   

하이힐을 왜 신느냐고? 그럼, 당신은 왜 하이힐을 안 신죠? 뭐라고 대답하든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박재환,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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