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4. 17:11ㆍ홍콩영화리뷰
홍콩의 희극배우 주성치가 주연하고, 각본하고, 감독한 영화 <희극지왕>이 한국에서 지난 주말(2000년 3월) 조용히 개봉되었다. 서울 시내 MMC 극장 단 한 곳에서만 개봉된 <희극지왕>을 보기 바로 이틀 전, 주말 모 TV에서 방영하는 영화연예 정보프로에서는 이 영화를 소개해 주며 영화의 거의 전편을 짜깁기하여 소개하는 친절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극장에서 주성치 영화를 또다시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주성치 영화를 올바르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결코 자신이 '왕가위 패거리(사단)'가 되어서는 안 되며, 또한 맥락는 저질이 되어서도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성치의 오소독스한 매력을 절대 느낄 수 없다. 오랫동안 적용되던 주성치영화 감상법이지만 이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의 영화를 바라보아야만 할 것이다. 주성치가 홍콩에서 <희극지왕>으로 홍콩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서둘러 <천왕지왕>을 극장에 내걸었을 때 지극히 주성치적인 영화를 일 년에 두 편씩이나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괴로운 일이니 말이다. 물론 주성치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도 웃음 뒤에 깔려있는, 저열함 밑에 숨어있는 심각한 인생철학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은 바로 주성치 영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비틀린 드라마'이다. 그것은 그렇게 시니컬하지도, 그렇게 따끔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위대하지도 않다. 단순한 사랑에 울며 웃는 것과 같다. 단순한 위계질서의 파괴에서 기인하는 경박스러운 억지웃음과도 같은, 너무나 판에 박힌 주성치 영화에서 이제는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될 정도이다. 이 영화 <희극지왕>에서는 그런 주성치의 요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주성치가 연기하는 것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진 영화 엑스트라이다. 그는 마치 <투시>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하던 배고픈 브로드웨이 단역 배우일 때처럼 열정이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지극히 왜곡된 현실을 그린다. 영화에 대한 신중한 열정과 심각한 캐럭터 분석은 언제나 무시당하고 언제나 비웃음으로 종결된다.
주성치가 얼쩡거리는 영화판에는 <첩혈쌍웅>을 복제한 막문위가 있다. 막문위는 결코 주성치가 바라볼 수도 없는 위치의 톱스타이다. 그리고 주성치와 사랑에 빠지게 될 히로인은 장백지라는 신성이다. 장백지가 <성원>으로 국내배우에게 제대로 알려지기까지는 주성치 패밀리에 잘못 합류한 배우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장백지가 푼수 연기를 할수록 영화의 웃음은 지극히 멜로코미디라는 이상한 형태를 띠게 된다.
어쨌든 주성치는 그의 또 다른 분신 오맹달과 함께 온몸을 불사르며(진짜로 불사른다!),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진짜 웃기는 장면이다!) 떠나가고 있는 그의 팬들을 붙들어 놓기 위해 안간힘이다. 어쨌든 영화는 해피엔드이다. 홍콩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만큼 정형화되었다. 주성치 영화에 대한 또 다른 공식하나. 비디오로 나오면 꼭 보라! ⓒ박재환 2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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