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림스] (진원석 감독,E-Dreams, 2001)

2008. 2. 19. 13:09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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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림스] 닷컴기업의 흥망성쇠, 디지털 영화의 발전

 

 

[Reviewed by 박재환 2001-5-2]  이번 (2001년 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한 200여 편의 영화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아마도 영화제 후반부에 단 한 차례 상영된 진원석 감독의 <이 드림스(E-dreams)>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영화는 전주영화제 상영작품들 중 비교적 비대중적인, 그래서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영화들이 주로 상영되는 외곽의 덕진예술회관에서 상영되었다. 이날 상영장에는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하여 30명도 채 안 되는 관객이 그 넓은 좌석을 채우는 초라한 모습을 연출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상황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감동적이었다.

진원석 감독은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 <투 타이어드 투 다이>를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한국의 열혈 영화팬이 어떻게 미국 건너가서 운 좋게 스타 (오스카 수상자 미라 소르비노와 홍콩 스타 금성무, 그리고 한국의 김혜수까지 출연하는 영화이다!) 캐스팅하여 만든 작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진원석 감독은 한국의 영화 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에서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노력한 감독이란 것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바로 알 수 있다. 게다가, 영화 상영 후, 이제 20명도 채 자리를 지키지 않은 '관객' 영화제 기간 중 가장 충실하고 가장 흥미진진한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 닷컴 기업의 흥망성쇠

이 영화는 디지털(미니 DV)로 찍은 94분짜리 다큐멘터리다. 극영화를 찍던 진원석 감독이 디지털을 들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영화의 내용이 미국 실리콘벨리의 한 때 제일 잘 나가던 닷컴 벤처 기업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여간 관심 가는 일이 아니다. 진 감독의 디지털 카메라에 담긴 인물은 3살에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인 조셉 박이다. 그는 미국 금융계에서 일하던 어느 날,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간다. 그는 곧 바로 이 매력적인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반해 버린다. 단 한 가지만 제외하고선. 그의 불만은 그가 지금 보고 싶은 책이 3일 후에나 배달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곧바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바로, 인터넷 사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셈이다. 인터넷의 '인'자도 몰랐다는 그가 생각해낸 것은 '1시간 내에(in less than an hour) 주문한 물품을 받아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설립한 회사가 코즈모 닷컴(▶위키피디아)이다. 이 황당한 아이디어는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애플이 처음 차고에서 시작했듯이 그의 출세가도도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되었다. 피자 한 판, 책 한 권, TV 한 대가 코즈모의 자전거에 실려 뉴욕시내에 배달되기 시작하였다. 창업주인 그도 자전거 페달을 밟고 열심히 배달하기 시작했다. 택시에 부딪혀 나동그라졌을 때 그가 무전기에 대고 한 말은 "어이, 누가 와서 이것 좀 대신 배달해 줘!"였단다. 이 무시무시한 신생 닷컴의 C.E.O.는 곧바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CNN과, CNET,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그를 다루기 시작하였고, 이 사업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아마존이 6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다른 실리콘 벨리의 닷컴 기업이 그러하듯이 코즈모의 목표는 'IPO'(기업공개)였다. 나스닥에 상장되면, 조셉 박도 억만장자가 되고, 코즈모의 모든 직원들이 돈방석에 올라앉게 되는 것이다. 조셉 박은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스타벅스와 계약을 맺는다. 북미지역 2,400개 스타벅스 커피체인점에 코즈모의 배달 박스를 두는 것이다. 비디오 수거함 용도로 말이다. 조셉 박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빈도보다, 스타벅스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주기가 더 높다"라는 것이 계약의 이유였다. 조셉 박과 코즈모의 젊은 중역들은 장밋빛 미래에 들떠 있었다. 빌 게이츠나 나올 수 있었을 CNN에 불러가서 인터뷰를 하게 되고, 다른 닷컴 기업의 운명과 관련된 계약 건에 대해 유력 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 코멘트"라고 여유만만하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작년부터 밀어닥친 닷컴의 퇴조는 코즈모를 비켜갈 수 없었다. 코즈모는 지난 4월 11일 문을 닫을 때까지 외부로부터 2억 8천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영화에 잠깐 언급되듯이 '코즈모'의 수익은 작년에 300만 달러에 머물렀다고 한다. 조셉 박은 이사회에서 밀려나고, 코즈모에 해고조치가 따르지만 결국 문을 닫게 된다. 진원석 감독은 본의 아니게 코즈모의 최후까지 다큐멘터리에 담게 된 것이다.

▷ 닷컴 기업의 교훈, 디지털의 교훈

이 다큐멘타리는 영화부 기자와 영화팬이 보기보다는 IT기자와 테헤란 벨리의 젊은 인재들이 보아야할 것 같다. '1시간 내 배달'이라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 사업성이 불투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페덱스의 비즈니스 모델도 처음에는 경영과 교수에게 퇴짜 맞은 것이라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코즈모의 역사 중에는 이러한 것도 있었다. 코즈모의 배달정책 중에는 신문배달도 있다. 뉴욕타임즈와 제휴하여 뉴욕타임스를 워싱턴, 시카고 등지의 고객에게 신문 가판대 가격으로 1시간 내에 배달시켜주겠노라는 것이다. 이 황당한 계약을 지난 1월에 체결했었다. 제주도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서울에서 주문 한 시간 만에 400원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진원석 감독은 영화 상영후, 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알려주었다. 원래는 한국인이 실리콘 벨리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어 제작을 시작했다고. 조셉 박의 고향은 전주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주에서 상영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았다고도 덧붙였다. 조그마한 미니 DV를 들고 조셉 박과 다른 젊은 코즈모의 중역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다 담았다고 한다. 실제 그가 찍은 분량은 140시간 분량이었다고 한다. 전주 오기 직전 뉴욕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을 때 조셉 박도 참석하였다고 한다.

디지털 영화가 충무로에 들어온 후, 이미 몇 편의 극장용 영화가 만들어졌고, <디지털 삼인삼색> 등 실험적인 작품이 계속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도 디지털 카메라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만든 작품은 바로 이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진원석 감독은 우리가 단지 "저렴한 가격, 편리한 기동성"에 매료되었을 때, 미국에서의 디지털영화에 대한 인식처럼, 극장문화 자체를 혁명적으로 뒤집는 '산업'의 측면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필름으로 찍는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닷컴 사무실의 그 복잡한 사무실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말이다 .하지만 조그마한 미니DV (6미니 디지털 카메라를 미국에서는 미니 DV라고 부른다고 감독은 소개했다)는 일단 피사체의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진원석 감독은 16밀리로 찍든, 35밀리로 찍든, 필름이든 디지털이든, 그리고, 그 찍는 영화가 호러이든 포르노이든, 감독의 생각은 똑 같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완성도라고 강조했다.

관객과의 대화중에서 진원석 감독은 너무나 흥분된다는 듯이 "이안 감독이 근처에 산다. 그 사람 작품을 계속 보았는데, 미국 와서 자신의 정체성을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의 작품은 일정하게 자신의 주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직 젊은데 언젠가는 그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의 다음 작품은 부산에서 찍을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의 외국어학원 강사가 겪게 되는 정체성의 문제라고 한다. 진원석 감독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KBS1「일요스페셜」'질주, 죠셉 박의 월스트리트 도전' 방영됨.

 

e-Dreams - Wikipedia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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