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게임에서 툭~ 튀어나온 아랍 영웅

2010. 5. 27. 17:17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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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름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줄을 이어 한국, 아니 전 세계 극장가를 공략할 모양이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로 느껴지는)와 시시각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특수효과로 무장한 할리우드 영화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갈수록 영화라는 것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2시간을 꽉 채우는 즐거운 환상여행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 편안히 볼 수 있고, 조금만 공을 들이면 조잡한 불법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최신 음향시스템과 남극바람을 선사하는 에어컨이 설치된 극장으로 몰려가는 것은 단순히 극장의 하드웨어적 환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뭔가 신나고 재미있고 화끈한 영화를 즐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영화팬의 마음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제리 브룩하이머이다. 이 사람은 TV드라마와 극장 영화를 오가며 항상 영화팬의 기대를 맞추거나, 앞서거나, 때로는 뒤따라간다. 디즈니를 통해 <캐리비안의 해적> 세 편을 만들면서 판타지 영화의 전범을 보였던 그가 또 다른 시리즈를 찾아 헤매더니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를 들고 나왔다. 기대하시라. 이번 여름은 페르시아의 왕자다!

페르시아 왕자, 벽돌담을 뛰어넘다

 항상 재미있는 로고를 선보이던 구글이 최근 흥미로운 로고를 메인에 걸었다. 왕년의 인기 아케이드 게임이었던 팩맨(Pac-Man)을 이용한 구글 로고였다. 팩맨은 일본의 게임사 남코(Namco)가 30년 전에 발표했던 기념비적 게임이다. 팩맨 탄생 30주년을 기념하여 구글이 자기들 메인에 팩맨을 내건 것이다. 팩맨 이후에도 많은 전자오락실용 게임, 286급 피시에서 돌아가던 게임이 많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테니스게임도 있고, 오목두기도 있고, 갤러그도 있었다. 허큘러스에서 컬러로 넘어가면서 사랑받았던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이 <페르시아의 왕자>이다.  터번을 두른 아랍계 남자가 앙증스럽게도 벽돌로 이어진 미로 같은 터널을 뛰고, 폴짝 넘고, 전진을 거듭하며 저 끝에 묶여있는 공주를 구출하면 게임이 끝나는 너무나 간단, 단순, 심플한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도 중독성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은 버전 업을 거듭하였다. 이야기구조도 탄탄하게 진화했다. 게임기도 PC뿐만 아니라 소니의 PSP계열, MS Xbox, 닌텐도, 아이폰 용으로도 다양하게 나왔다. 단지 터번 두른 왕자가 그냥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되는 게임인데 말이다. 뛰기만 해서 재미없다면 구르기도 시킨다. 롱 점프도 있었고 말이다. 게임을 개발하다보니 이런저런 설정도 넣어본다. 게이머가 잘못했을 경우 그냥 끝날게 아니라 상황을 뒤로 (한 수) 물리게 한다거나, 시간 자체를 아예 멈추게 하는 기능도 추가한다. 그렇게 게임이 진화했다. 주인공은 여전히 터번 두르고 말이다. 브룩하이머는 터번 두르고, 공주 구하고, 시간을 되돌린다는 컨셉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브룩하이머, 해적 다음엔 왕자

 대중오락영화의 지존이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지휘자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이 페르시아의 왕자를 할리우르도 ‘콜’한다. 그냥 뛰고 구르고 시간만 돌릴 줄 알면 된다. 너무 심심하다고? 걱정마라, 제리 브룩하이머가 뛴다고 표현하는 것은 시공간을 안드로메다에 왔다갔다할 만큼 무한대로 도약하는 것이고, 시간을 돌린다는 것은 판타스틱한 CG로 <아바타>에 넘어간 영화팬들마저 깜짝 놀라게 할 마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진짜로? (아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질문을 하다니.)

옛날 옛날, 페르시아에 용감한 왕자가 살았어요

  중세 페르시아.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라만 왕은 페르시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시장 통에서 용감한 고아 다스탄을 거둬들인다. 사라만 왕은 신분의 귀천에 관계없이 용감한 자를 최고로 아끼는 위인이었다. 다스탄은 부왕을 닮아 용감무쌍한 두 왕자와 함께 용감하고 멋있게 자란다. 13년 뒤, 이들은 숙부 나짐(벤 킹슬리)과 함께 이웃나라를 침공한다. 그 나라엔 비밀병기가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 때문. 사라만 왕가의 명예와 천년 왕국을 이어가기 위해 세 왕자는 나짐과 함께 용맹하게 아름다운 왕궁으로 돌진하고, 용맹무쌍한 다스탄이 제일 먼저 왕궁을 접수한다. 다스탄은 전리품으로 단검 하나를 하사받는다. 덤으로 예쁜 공주 타미나(젬마 에트튼)까지. 그런데, 이번 작전에는 엄청난 음모가 숨겨져 있었으니...  왕은 독살당하고, 다스탄은 누명쓴 채 도망자 신세가 된다. 함께 험난한 도망 길에 나선 타미나 공주. 그 단검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시간을 돌려놓을 수 있는 마법이 감춰져 있다. 용감무쌍한 페르시아의 로열패밀리는 어찌 될 것인가. 물론, 잘 되겠지. 브룩하이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니.


브룩하이머 비법: 재미가 최고요!

  브룩하이머의 여름용 블록버스터답게 이 영화는 CG에 엄청난 공력을 쏟아 부었다. 이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이 실사(?)로 진화한 것이다. 이제 관객들은 페르시아의 비현실적 왕궁의 규모엔 그다지 감동받지 않는다. “저 정돈 한국영화에서도 만들 수 있다!”며.   그래서 브룩하이머는 거대함과 화려함으로 시각적 충격을 주는 것 보다는 아기자기한 스토리에 박진감을 더하는 마법의 판타스틱한 영상에 특별한 공을 들인다. 이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의 진짜 병기는 타미나 공주의 단검과 그 단검의 손잡이에 있는 모래가 비밀이다. 관객들은 단검과 모래에 혹해서 주인공과 함께 뛰고, 달리고 구르고, 환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 두 사람이 친밀해지는 것은 기본 정석일터이고 말이다.

  브룩하이머는 <캐리비언의 해적> 전에 <진주만>이라는 “미국최고”라는 애국적 블록버스터를 만든 적이 있다. 그런 블룩하이머가 이번엔 페르시아 이야기를 들고 나오면서 한 가지 뜻밖의 은유를 더한다. ‘존재하지 않는 불법대량학살무기에 대한 강제적 선제공격’이란 개념이다. 페르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란다. “어? 없잖아!” 괜히 쳐들어왔어 괜히 쳐들어왔어. 어쩌지? (뾰로롱) 대신 멋진 모래시계의 마법을 보세요~ 브룩하이머는 쿨하게 유머도 즐길 줄 알고, 그걸로 돈벌이가 된다는 것도 아는 사람이다. 대단하잖은가. 이 영화도 <캐리비언의 해적>처럼 시리즈로 나와, 갈수록 박진감을 더하는 스토리와,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될지 모를 화려한 영상효과의 극한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팬들은 즐겁잖은가. 혹시 영화보고 게임 하는 사람이 생길지 모르고, 모래시계 타임머신이 달린 팬시 상품도 나올 것이고 말이다. 일단 재미는 있으니 극장으로 달려가세요. 남자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봤던 남자인데 여자 주인공은 액션 영화 히로인답게, 요즘 추세답게 의지강하지만 조금은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뭐 디즈니 영화니깐 곧 익숙해지겠지. 최근 미국에서 막을 내린 <로스트 파이널 시즌>도 시간개념이 주요하게 사용되었다. 시간의 비밀은 인류에겐 영원히 매력적인 요소인 모양이다. (박재환 20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