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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살인]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죽인다 (조용선 감독,2022)

한국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22. 5. 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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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22.04.26] 1994년 한국의 한 생활용품 제조사에서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걸고 신제품을 내놓았다. 가습기살균제라는 것이었다. 방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집이 늘어났고, 가습기의 최대 단점은 물곰팡이의 증식이 높다는 것. 이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 물통에 ‘살균제’를 넣기만 하면 아주 좋다는 것이 업체 주장이었다. 불티나게 팔리자 업체마다 유사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봄만 되면 폐질환 환자가 생기기 시작한 것. 폐 조직이 굳어 심각한 호흡장애를 불러일으키는 폐섬유증 환자가 급증한 것이다. 죽는 사람도 생기고. 단지, 그 이유를 모를 뿐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때문이라는 사실을. 살균제 성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olyhexamethylene guanidine phosphate, PHMG-P)이 죽음의 화학제품이라는 사실을.

지난 22일 개봉된 조용선 감독의 <공기살인>은 바로 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비극이 어떻게 생기는지, 세상에 어떻게 알려졌는지,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와 피해자와의 법정 공방전이 이렇게 치열하게 펼쳐질 줄이야.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복지부동과 책임회피의 공무원과 함께 더러운 기업윤리의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에 올라탄 정치인 국회의원쯤이야 예상가능한 악역이고 말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 정태훈(김상경)은 오늘도 힘든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들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산소호흡기를 코에 달고 있다. 이유를 모른 채 폐가 굳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들을 위해 할수 있는 것은 가습기로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그 아들이 숨을 거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마저 세상을 떠난다. 둘다 폐가 정상이 아니었다. 의사 정태훈은 뭔가가 잘못된 것임을 직감하고, 유사사례를 찾기 시작한다. 처제 한영주(이선빈) 검사와 함께. 지난 몇 년간 이유없이 숨져간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던 중 그것은 가습기,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제조업체와의 공방전. 사과와 배상, 퇴출이 기대되었지만 글로벌기업의 법률팀과 그 공생관계는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좌절을 안겨준다. 독성이 있는지, 인과관계가 있는지 누가 판단할 것인가? 연구용역을 맡은 학계의 검은 사슬도 절망감을 더한다. 과연 정의는 이길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소재원 작가의 [균-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는 것]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소재원 작가는 영화로 만들어진 [터널]과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소원-희망의 날개를 찾아서]를 쓴 작가이다. 원작소설 [터널]은 영화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아마도, 책을 읽었다면 우리나라 대형공사판의 부실공사 현장과 언론미디어의 패악질에 더 분노할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어느 한 구석이, 아니 구석구석이 모두 썩어 문드러졌다는 작가의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견지된다. 

가족을 잃고 하루아침에 거악과 맞서 싸우는 김상경과 정의로운 검사의 전범을 보여주는 이선빈을 비롯하여 모든 연기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시 한 번 공론화하기 위해 열연을 펼친다. 

사건경과 10여 년. 어떻게 되었을까? 오랜(!) 토론 과정을 거쳐 국회와 정치권은 ‘피해구제법’과 ‘피해보상 특별법’을 제정한다.  참사 11년 만에 피해구제 조정안이 제출되었지만,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던 두 기업이 거부의사를 밝혔단다. 바로 어제(2022.4.25.) 뉴스이다. 

▷공기살인 ▷감독:조용선 ▷출연:김상경 이선빈 윤경호 서영희 이지훈 장광 송영규 장혁진 김정태 황만익 ▷2022년 4월 22일 개봉/12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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