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조그마한 다마스에 짝퉁 나이키를 실고 다니며 파는 아버지가 있다. 이혼한 뒤 남매를 키우고 있다. 나이든 아버지 집에 들어간다. 얼마 뒤 여동생도 슬그머니 이 집에 들어와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어른 남매와 어린 남매는 그렇게 한 여름을 보내게 된다.
오늘(2021.8.6) 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는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이 방송된다. 부산국제영화제(2019)에서 넷팩상,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KTH상 등 4관왕으로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 영화는 이후 많은 영화제에서 상찬을 받은 독립영화계의 수작이다.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방학 동안, 아빠(양흥주)와 함께 할아버지(김상동)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2층 양옥집에서의 여름이 시작되고 한동안 못 만났던 고모(박현영)까지 합세하면서 기억에 남을 온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에서는 서민층 가정의 표준적인 행복이 펼쳐진다. 연로하신 할아버지는 인자하지만 많이 편찮으시고, 아빠의 사업(?)처럼 고모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사춘기 소녀 옥주는 소식이 뜸한 남친에게 ‘신발’을 선물하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아직 철없는 동생 동주만이 이 집이 신기한 물건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모기장이 등장하는 여름밤이 깊어가고, 이 가족에게는 작은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그래도 요리하고,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아빠와 고모는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옥주는 알 듯하고 동주는 모를 듯한 이야기들이다.
2015년 단편 <불꽃놀이>을 연출한 윤단비 감독은 장편 데뷔작 [남매의 여름밤]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윤 감독은 ‘야간자율학습시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친구 하나가 “사실은 우리 집은...”이라고 가족 이야기를 꺼내자 친구들이 너도나도 각자 가족의 비밀을 꺼내놓는 것을 보고는 왠지 모를 묘한 동질감과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때 끝내 털어 놓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십년 만에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란다.
[남매의 여름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순한 버전 가족 이야기이며, 주위에 있는 누군가의 ‘식구’ 이야기이다. 요즘 어울리는 가족의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윤단비 감독의 다음 작품과, 영화를 빛낸 배우들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오늘 밤 아주 늦은 시각, 01시에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도쿄올림픽 경기로 더 늦어질지도 모르지만, 기다리고 같이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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