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그림은 파블로 피카소의 1933년 작품 <<Minotaur caressing a sleeping woman>>이다.
(2017.10.8 이전에 모 신문에서 독자를 상대로 신간 서적을 제공하며 북 리뷰 사이트를 운영한 적이 있다. 괜찮은 프로세스였는데 지금은 중단되었다. 그때 읽은 책 중 <불륜의 심리학>이 있었다.)
책 표지에 보니 이런 문구가 있다.
왜 한 사람만 사랑해야 되나요?
외도는 본능이다.
결혼은 사랑의 적! 내 남자의 외도, 사랑일까? 바람일까?
뭐 책 제목만 보아도 끝까지 안 읽어봐도, 불륜을 안 저질러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지금 이 책이 필요한 것은 나보다는 타이거 우즈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인 게르티 젱어와 발터 호프만이란 사람이 썼다. 심리학에 대해선 거의 ‘유아기’수준이고, ‘불륜’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는 나로선 처음 들어보는 내용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는 오스트리아 성인남녀 9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단다. 조사 주제는 흥미롭게도 ‘불륜’이다. <<킨제이 보고서>>처럼 일단 주목을 받을만하다.
그런데 책을 읽자마자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고 성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비법을 소개한 책도 아니고,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어떤 심리학적 변명을 해 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946명의 오스트리아 성인남자들의 속마음을 대필해 주고 있을 뿐이다. 음. 오스트리아 금발 아저씨, 아줌마, 아가씨들도 바람을 피구나.
결국 불륜은 바람을 피우는 것이고, 바람을 피우는 것은 상대에게서 심리적이든, 육체적이든, 혹은 미학적인 관점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그러한 불륜의 사실이 만방에 다 알려지더라도 잃는 것보단 불륜의 순간을 지속할 경우 얻는 것이 더 많을 경우에 그러한 불륜은 지속되는 것이다.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고, 제3의 대상이 있어 삼각관계가 형성되어 아슬아슬하고 스릴 넘치는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물론 그들 사이에선 섹스가 아주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고 말이다. 만약 플라토닉한 정서적 유대감을 이야기하자면 그건 이 책의 서술목적과도 한참이나 떨어진 내용일 것이다. 들통 난 불륜은 씻을 수 없는 모욕과 참을 수 없는 사회적 비난을 동반한다. 물론 우즈 같은 경우처럼 천문학적 재산상 손실을 감수해야하고 말이다.
그럼 왜 불륜을 저지를까. 인류는 생물이고, 생물체는 종의 번식을 위해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것은 여러 생물학자가 밝혀낸 - 혹은 찾아낸 - 이론이다. 같은 논리로 섹스가 아주 재미있기에 종의 번식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보니 팬더인가 하는 놈은 게을러 빠져서 짝짓기조차 귀찮아하였다. 이런 놈은 ‘그 진화생물학자’가 보기엔 진작에 멸종되었을 놈이다. 그나저나 팬더도 바람을 피울까. 바람을 피우는 것은 인간만일까?)
<<불륜의 실리학>> 저자들은 하찮은 인간들의 은밀한 바람피우기를 학문적으로 해석해보려고 별 것을 다 물어본다. 하지만 로맨틱한 연애와 성스러운 결혼식 끝에 결합된 부부공동체가 불신의 게임으로 넘어가는 이유가 학문적일 수가 있을까. 남자들이 사창가를 찾는 것과 동서고금에서 축첩제도가 유지, 혹은 각광받은 이유가 다 무엇일까. 반면 정절은 여성들에게 더 강요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책은 2007년에 출판된 책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포르노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있다. 그것과 불륜은 또 무슨 관계이지? 옮겨 보면...
..... 현재 가중 비중 있는 검색사이트인 구글에서만 8억 3000만 개의 인터넷 섹스 사이트가 발견되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평균 3분의 1 정도가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섹스사이트를 찾는다고 한다. 가장 오래 접속하는 사람은 독일인들로 매달 70분 4초 동안 에로틱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영국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이 인터넷 섹스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61-162페이지)
영국 사람들은 뭐야? 맥주마시고 축구만 하나? 그러면서 이 책은 그런 섹스사이트가 정상적인 섹스(?)만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 포르노그래피처럼 형법에 저촉되는 각종 극단적인 익스트림 섹스 사이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심리학을 다루니 피해갈 수 없는 프로이트 이야기도 나온다.
... 법에서 문제 삼은 것은 심리분석학적 시각에서 볼 때 유아기적 성의 잔재들이다. 그것이 유아기 때처럼 강하게 지속되면, 성인이 되었을 때 성도착증을 일으키거나 신경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남자의 경우 여자를 사슬로 묶어야만 정욕이 인다거나 결벽증을 갖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162페이지)
아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심리학자가 쓴 <<불륜의 심리학>>은 여관에서 바람피우는 홍상수 스타일의 스토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채찍과 수갑이 등장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아내(남편)가 그런 남편(아내)의 상상을 만족시켜줄 수 없을 땐 골프채를 들고 나갈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한국에선 ‘마누라와 명태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한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건 어찌 보면 부부관계의 주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심리학자가 알아내기 훨씬 전에 그 오묘한 비법을 설파한 민간 성의학의 요체인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한다냐...)
여하튼 타이거 우즈는 그 동안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내가 돈이 억만금이 있으면 뭐해.. 하면서..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내연관계의 당사자들이 심장통, 심장병 등 감정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정신적 고통이야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물론 그런 고통보다 더한 즐거움과 낙, 스릴이 있기에 그 관계를 지속하겠지만 말이다.
만약 당신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면, 내연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심리학자가 오스트리아 성인남녀 946명에게서 이런 사례로 발견했단다. 불륜관계를 위험스레 유지할 때 성기능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발기불능이나 조루증 같은.
......너무 빠른 사정 때문에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유부녀인 그녀와의 은밀한 관계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걸 알았지만 관계를 끊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죠..(172페이지)
불륜의 결과는 (오늘, 우즈가 자주 등장하네.. 골프 컬럼도 아니면서 말이다. 우즈 씨에게 죄송^^) 우즈 케이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질적 파경에 가깝다. 죄의식에 사로잡히다가 말이다.
심리학자는 불륜에 이르는 단계를 차례로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불륜에서 벗어나는 ‘무려’ 10가지 방법도 서술해 놓았다. 그게 얼마나 유효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대신 ‘바람기 타고난 것일까’는 대목은 제목만 봐도 흥미롭다. 보통 우리 주위엔 타고난 바람기의 친구들이 하나씩은 있으니 말이다. 그 탁월한 능력을 질투하는 시기가 있으니 말이다. 결국 ‘교육이 중요하다’, ‘성격이 운명을 결정한다’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십계명’을 읊는 부부성윤리교과서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듯하다.
이 책 읽는다고 바람피우던 사람이 바람 안 필 가능성은 제로일 것 같다. 대신. 바람피우고 싶은 사람은 뭔가 특별한 심리적 비법을 조금이나마 체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음. 독서의 악영향인 듯하다. 원래 그런 말 있잖은가. 나쁜 책은 없다. 오직 나쁜 독자가 있을 뿐이라고. 이건 아주 나쁜 서평 같다. 서둘러 수습해야겠다.
여보 사랑해... (by 박재환 2009-12-8)
[1Q84](1,2권) 하루키의 에로틱하면서도 로맨틱한 스릴러 (0) | 2010.07.29 |
---|---|
[아메리고] 아메리고 베스푸치, 아메리카의 임자? (0) | 2010.07.08 |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아메리카 인디언의 비극 (0) | 2010.07.07 |
[핏빛 자오선] 코맥 매카시의 묵시록적 서부극 (0) | 2010.05.20 |
[옥관음] 드라마틱한 중국/현대/통속/대중소설 (3) | 2010.03.12 |
[성룡자서전] 成龍自述 성룡=진항생=방사룡=재키 찬 (0) | 2009.06.03 |
[邵氏影視帝國] 쇼 브라더스 영화 연구 (0) | 2009.06.03 |
[赤裸的盛放 張國榮前世今生] 장국영 포켓북 (0) | 2009.06.03 |
[老上海電影] 올드 상하이 무비, 그 시절 그 영화 (0) | 2009.06.03 |
中國電影百年] 중국영화 100년의 연대기 (0) | 2009.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