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2-최후의 결전] 이번엔 진짜 적벽대전이다

2009. 1. 21. 11:06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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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의 새로운 도전 <적벽대전> 1과 2



  오우삼 감독이 역대 중국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6억 위엔)를 투여하고 중화권 최고의 스타를 출연시켜 만든 삼국지 영화 <적벽대전>은 상업적 이유로 상·하편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되었다. 중국에서는 지난여름 개봉된 상편은 모두 4억 위안을 벌어들였다. 말이 ‘적벽대전’이지 ‘적벽대전’ 직전까지의 조조와 손권 측 군사대치에 집중된 전편만으로 이 정도 벌어들였으니 실제 전쟁이 펼쳐지는 (하)편의 수익은 어찌될까. 지난 7일 개봉되어 이미 2억 위엔 가까이 벌어들이고 있다.

   영화 <적벽대전>을 제대로 보기 위해 소설 <삼국지연의>와의 관계나 정사 <삼국지>와 관련하여 역사고증문제 등은 이미 한 차례 다루었고 이번엔 오우삼의 연출역량에 초점을 맞춰볼까 한다. (▶이것만 읽어도 소설-영화-역사에 대해 훤~해지는 박재환의 <적벽대전1> 리뷰 보)

  ‘적벽대전’은 중국역사에서 오래 기억될 대격전이었다. 동한(東漢) 건안(建安) 13년(서기 208년) 당시 중국은 한 헌제가 황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허울뿐인 황제에 불과했다. 승상 조조(曹操)는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고 중원의 호걸들은 우후죽순처럼 자신의 홈그라운들 기반으로 세력을 팽창해가고 있던 때였다. 우리의 잘난 유비는 곧 죽어도 ‘한 왕실’을 지켜야한다고 공자소리를 하고 있었고 말이다.

  이때 고전적 소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 유비는 동오의 손권과 연합하기로 한다. 널리 알려졌듯이 유비에게는 책사 제갈량이 있었고, 손권에게는 주유가 있었다. 이들이 역사적인 연합에 성공하고 ‘조조’에 공동항거하기로 한다. 이에 조조는 분노하여 83만 병사를 이끌고 남하한다. 조조는 장강(長江) 북안 오림(烏林)에 주둔하고,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은 적벽(赤壁)에 진을 치고 대치한다. 결국 고육계, 연환계, 미인계 등의 미칭(美稱)으로 불리는 전술이 펼쳐지고 조조의 배 2천 척 80만 대군은 장강의 도도한 강물에 수장되고 만다. 이 전쟁에서 패한 조조는 수백 명만이 겨우 살아 돌아간다. 이것이 중국 전사(戰史)에서 적은 수로 큰 수를 이긴 대표적 싸움으로 길이 기록되어있다.

  사실 당시 조조의 군대는 80만 보다는 훨씬 적었고, 주유나 제갈량의 군사전략이 월등해서 이겼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대부분은 전쟁이 끝난 뒤 천년의 세월이 지난 뒤 명나라 때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에 기인한다.


  오우삼은 영리했다. <<삼국지연의>>는 분명히 중국, 중화권, 나아가 아시아권에서는 통하는 콘텐츠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장대한 이야기를 모두 소화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가장 인상적이며 스펙터클한 화면효과가 나는 전쟁 씬이 있는 ‘적벽대전’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다. 시나리오 작업은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물론이고 수많은 역사 서적을 옆에 두고 네댓 명의 작가가 교체되면서 <적벽>의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되었다. 3년 가까이 수정과 재수정이 거듭된다. 이와 동시에 국제적인 규모의 제작비 조달, 펀딩작업이 진행된다. 삼국지 콘텐츠의 최대시장이랄 수 있는 일본과 삼국지라면 그래도 시장이 있는 한국이 당연히 참여했고 깐느 등의 통한 사전 마케팅이 이루어진다. (서구에서는 올 여름 이 영화 上下편이 한 편으로 재편집되어 개봉될 예정이다. 물론 액션씬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오우삼은 ‘삼국지’를 ‘삼국지’로 아는 동양과 ‘삼국지’를 '그냥 고대 중국의 한 전쟁 정도‘로 아는 서양을 확실히 나누어 공략한다. 서구사람(일반 영화관람객)에게는 류베이,꽌위,짱페이,차오차오,순꽌,쩌우위,주꺼량,샤오챠오라는 이름이 아킬레스, 헥토르, 파리스, 헬레네, 테티스, 프라아모스란 이름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오우삼과 제작자는 그 점을 알고는 전쟁 씬은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게, 캐릭터는 영웅적으로 만든 것이다.

샤오챠오가 차오차오에게 차를 올리며.. 전쟁의 시기를 잠깐 지연시킨다...

  그래서 누가 누군지 몰라도 상관없는 두 책사가 이런저런 전략전술을 내놓고, 역사의 영웅들은 칼을 휘두르고 활을 쏘아대며 대의명분을 울부짖는 것이다. 아무리 밤이 어둡고, 고대의상이 투박스러워도 양조위 팬이라면 그가 주유이고, 금성무 팬이라면 그가 제갈량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니 말이다. 몰라도 상관없다. 쟤는 영웅이고 째는 반영웅 악당이라는 것은 오우삼 스타일에선 바로 구분가 능하니 말이다.


 인물배치나 의상 고증 등 역사드라마 재현의 위험부담에서 벗어난 오우삼은 자신만의 장기를 맘껏 펼친다. 그것은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이 서로 뒤엉켜 서로에게 무기를 겨루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재현해낼 뿐 아니라 화려한 전쟁 뒤의 공허한 인성을 내보인다.

   물론 한 여자가 일으킨 거대한 전쟁이란 점은 ‘헬레나’였든 ‘소교’였든 실제 관객들은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는다. 단지 그게 가장 그럴듯한 전쟁의 기원이요, 그 전쟁을 이어가는 모멘텀이 되기 때문이다.

  <적벽대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드라마 <천추태후>에서도 나오는 반응이지만 역사물이란 것은 어쩔 수 없이 역사고증 문제로 귀착된다. 오우삼은 준비단계에서 사가의 전문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궁극적으로 그걸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텍스트인 <삼국지연의> 자체가 ‘實三虛七’(실제 30%, 창작 70%)이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의 젊은 세대는 ‘삼국지 게임’을 하며 자란 세대이다 보니 역사적인 세밀함보다는 역사에 기반을 둔 크리에이티브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당장 삼국지 매니아들은 ‘방통은 왜 안 나오나?’라는 반응이 나오니 말이다.

 ‘사건’은 기록에 따라 재현할 수 있지만 개별 캐릭터의 인품이나 역사적 평가는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조조나 유비 등에 대한 인물평가 말이다. 제갈량 또한 이미 신격화 되었다. 적벽대전 당시 겨우 27세의 문인이었고 막 유비에게 합류한 책사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는 고대 전쟁에서 중시되었던 점성술과 천기변화를 예측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그래서 동남풍이 불고.. 어쩌구 하는 이번 영화를 꼭 봐야할 사람은 기상청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오오우삼은 당초 이 영화에 주유 역에 주윤발을 캐스팅하고 싶었던만큼 ‘주유’라는 인물의 복권/재평가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중화권의 스타급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한 엽금첨(葉錦添, Tim Yip)이 의상과 미술을 맡아 이 영화를 정말 ‘Made in China'제품답게 장대한 물량공세로 완성시켰다. 무술감독의 경우 임적안, 원규 등 할리우드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던 장인들이 화려한 액션 안무를 보여준다. 원규의 경우 오우삼의 감독 데뷔작이었던 <철한유정>이후 30여년 만에  해후한 셈이다.

  중국의 포털사이트인 sina에서 실시한 중국 네티즌조사에 따르면 이번 ‘2부’가 ‘1부’보다 재밌었다고 한다. (물론 둘 다 재미없었다는 응답도 꽤 된다) 중국 네티즌이 뽑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손상향(조미)이 속 치마폭에 조조의 군사배치도를 그려온 장면이었다. 그 다음은 역시 손상향(조미)이 조조 군영에서 스파이활동을 하는 부분. 세 번째도 손상향이 손숙재와 눈물의 이별을 하는 장면이었단다. 손상향의 등장은 이채롭다. 사서에는 손권의 여동생이 등장한다. 나관중 소설에도, 당연히 정사 역사책에도 손상향이란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이 신비로운 여인네는 나중에 유비와 정략결혼을 하고 (유비는 이 왈패같은 여자에게 항상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손상향은 유비 말고 손숙재라는 인물과 <황제의 딸>에서나 봄직한 ‘허무맹랑’한 연기를 펼친다.

  1부에서 기대했던 장대한 전쟁 씬에 대한 불만은 2부에서는 확실히 일거에 날려버린다. 특히 후반 40분 동안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적벽대전’의 장엄함은 역시 오우삼이라는 찬탄을 불러내기에 족하다. 적어도 장예모와 진개가 보여주었던 중국식 허풍과는 또 다른 극장식 엔터테인먼트의 진수이다. (박재환 200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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