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은 살아 생전 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87년 ‘천녀유혼’으로 홍콩영화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되기 훨씬 전에부터, 데뷔 이후 10년 동안 꽤 많은 영화에서 주연과 조연을 맡았었다. 그 중 85년에 나온 <구애대작전>(求愛反斗星)이란 영화도 있다. 우리나라에 출시된 비디오 재킷 이미지를 보면 장국영이 마치 주인공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이 영화는 진백상과 장애가가 주인공이고 장국영은 조연급이다. 장국영의 한창 앳된 표정-그러나 이미 나이 서른에 찍었던-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먼저 진백상을 소개하자면. 진백상도 알고 보면 꽤 많은 홍콩영화에 출연한 조연같은 ‘주연급’배우이며, 주연급 같은 ‘조연배우’이다. 요즘도 홍콩 TV쇼 프로그램 진행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생명이 긴 연예인이다. 워낙 잘 생긴 배우가 많은 연예판에서 푸근한 인상으로 밉지 않은 연기를 곧잘 해내는 배우이다. 그는 70년대 초에 알란 탐(譚詠麟), 진우(陳友), 종진도(鍾鎭濤)등의 멤버로 구성된 인기그룹 온나악대(溫拿樂隊=Wynners)의 전신 ‘Loosers’의 멤버로 청소년의 우상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구애대작전>에서 진백상은 좀도둑에 날강도, 왕백수에 허풍쟁이 홍가보(洪家寶)역을 맡는다. 그는 똘마니(邵國華)와 함께 가게에서 TV를 훔쳐 나오다 의협심 강한 장애가(張艾嘉)에게 들킨다. 구라쟁이 진백상은 누가 물건 훔치는 걸 붙잡아 도로 돌려주고 있는 거라고 큰소리 치다가 결국 감옥에 간다. 진백상은 장애가에게 “길 다닐 때 조심해!”라고 협박하지만 감옥에서 곧 장애가를 만나게 된다. 장애가는 홍콩교도소 교도관이었다. ‘느끼함 100%’의 교도소 소장(曹査理)은 끊임없이 장애가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장애가는 전혀 관심이 없다. 홍가보는 출옥 후 무전취식을 하며 여전히 건달 생활을 하다 운명적으로 장애가에게 쏙 빠져든다. 하지만 장애가는 교도소장 뿐만 아니라 날건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교도소장은 홍가보를 쫓아내기 위해 음흉한 쇼까지 펼친다. 하지만 진백상은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오직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장애가가 좋아한다는 선인장을 선물하며 구애공세를 펴고 결국 온갖 소동 끝에 이민 가려는 장애가를 공항에서 잡는데 성공한다. 終劇!
그럼, 장국영은? 장국영은 장애가의 날나리 동생 역으로 등장한다. 장국영은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너무 인기가 좋다. 진백상이 부러워할 만큼. 장국영의 연기는 펄펄 뛰지만 여전히 좋은 감독, 좋은 시나리오를 못 만난 채, 1980년대 홍콩영화계의 전형적 날나리 연기를 해낸다. 장국영 팬이 보기엔 조금 가슴 아픈 장면이 있다. 장국영이 술집에서 여자들에게 튕길 때 여장남자를 희화화시키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에선 홍콩영화에서 곧잘 보는 조연을 만날 수 있다. 교도소에서 수감자들 사이의 왕두목 역을 하는 노친네가 풍경문(馮敬文)이란 배우이고, 교도소장 역을 맡은 배우는 조사리(曹査理, 조찰리)라는 배우이다. 마지막 공항 장면에서 경찰 역으로 오맹달도 출연한다. (박재환 200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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