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04/2/10) 이 영화는 1999년 개봉된 이연걸 주연의 [흑협]과는 그럭저럭 관련이 있다. 우선 제작을 맡았던 서극이 이번에는 직접 감독까지 맡았다. 1편의 내용은 인간의 고통세포를 제거, 변형시켜 절대 킬러로 거듭난다는 생체실험을 소재로 하고 있고, 2편은 유전자 조작을 통한 인간과 야수의 결합물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유전자 변형에 대한 시대적 우려가 높아 가는 가운데 적절한 소재이긴 하나 언제나 그렇듯이 서극이 감독을 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2편의 내용은 이렇다. '제우스'라는 절대악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살인마를 만들어낸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과 야수의 결합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간유전자와 뱀 유전자를 결합시켜 날렵한 신종 살인체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326호’(안지걸)는 이 집단을 탈출한다. 그는 자신의 몸에 주입된 유전자 변이를 해독시킬 유전학자를 찾아 헤맨다. 제우스는 킬러를 보낸다. 한편 인간 세상에도 이와 같은 유전자 조작을 통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인간이 하나 더 있었으니 몰록이다. 특이하게도 이 사람은 프로레슬링을 활용한다. 프로 레슬러에게 유전자 조작을 한다. 카멜레온, 늑대, 뱀..... 이런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엄청난 전투력을 겸비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흠이 있다면 유전자조작 실험이 완전하지 않아 이들 괴물들이 때때로 통제불능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들 괴물이 미쳐 날뛸 때 어디선가 검은 마스크를 쓴 흑협이 등장한다. 이후 같은 유전자조작 실험체인 흑협과 프로레슬러들이 요란스런 대결을 펼치게 된다.
한때 홍콩의 스필버그가 칭송 받던 서극의 최근 작품을 살펴 보면 그가 도대체 요즘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서극의 도] 같은 컬트급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그였지만 최근 그가 관계한 영화들의 편차는 너무나 크다. [흑협2]만 하더라도 기이한 영화이다. 홍콩영화라지만 전혀 홍콩영화다운 구석이 없다. 차라리 진짜 저예산으로 팀 버튼의 [베트맨]을 흉내 낸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오리지널 [흑협](이연걸 주연)의 오락성, 혹은 이른바 진정성에 비해 [흑협2]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스토리는 영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구성요소일 뿐이며 절대적으로 특수효과, 혹은 이미지 충격에 집중하고 있다.
이연걸에 이어 '흑협'을 맡은 안지걸(Andy On)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대만인이다. 감히 이연걸, 성룡, 견자단의 뒤를 잇는 액션스타로 캐스팅 된 것으로 보아 몸짱임에는 분명하다. 영화 전편의 대사가 영어로 처리되었을 뿐 아니라 이 영화의 주제가 랩도 자신이 직접 불렀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마스크를 쓰고 출연하는 바람에 스타로서의 부상에 걸림돌이 된 측면이 있다. 이 영화 이후 서기와 [기봉적수], 김현주의 [스타러너]에 잠깐 등장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흑협이 유전자 변이에 따른 고통에 빠져 있을 때 그를 도와주는 유전학자로 등장하는 배우는 테레사 헤레라(Teresa Herrera)라는 여배우이다. 유전자 변이의 괴물로 등장하는 배우 중에 Rob Van Dam이 있다. 그는 실제 WWE,WWF 활동 프로 레슬러라고 한다.
아참, 이 영화에는 작년 상해에서 사망한 대만출신의 액션 전문영화인 가수량이 잠깐 등장한다. 아마도 경찰인 모양인데 사건이 발생하면 달려와서 시체를 내려다보며 심각하게 뭐라 말한다. "Yes?", "No?", "O.K." 이런 대사뿐이다--; 이 영화가 홍콩에서 개봉될 때 유덕화, 장백지, 두문택, 임희뢰 등이 더빙을 맡았다. 그 덕분에 이 영화에 장백지와 임희뢰가 어디에 출연하는지 찾아 헤매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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