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리뷰(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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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나이트] 용자의 게임, 용기의 민낯
영미문학권에서 ‘아서왕의 전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익스피어 만큼이나 클 것이다. 바위에 박힌, 혹은 호수에서 건진 명검(名劍) 엑스칼리버를 차지한 아서 왕이 원탁의 기사들과 함께 침입자 앵글로색슨을 무찌른 이야기는 수많은 군웅할거의 기사도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그 최신판이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그린 나이트](The Green Knight,2021)이다. * 스포일러- 자세한 줄거리가 있습니다 * [그린 나이트]는 아서왕 말년의 이야기이다. 역사적으로는 아마도 서기 4~5세기 경에 해당한다. 카멜롯 궁성에서 아서왕이 주재하는 크리스마스 연회가 열린다. 왕좌엔 늙은 아서왕이 있고 곁에는 기네비어 여왕이 있다. 연회장에는 칼과 술잔을 든 원탁의 기사들이 포진해 있다. 아서 왕은 젊은 조카인 가웨인(데브 파..
2021.08.24 -
[로맨싱 스톤]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슬린 터너, 정글로 모험을 떠나다
지난 주 개봉된 디즈니 어드벤처 ‘정글 크루즈’는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가 티격태격 거리며 아마존 밀림에서 전설 속 보물을 찾아 떠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 몇 편의 영화가 떠오를 것이다. 그 옛날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의 ‘아프리카의 여왕’(1955), 그리고 ‘로맨싱 스톤’, ‘킹 솔로몬’ 등이다. ‘로맨싱 스톤’을 OTT에서 찾아보았다. 있다! 정말 보물을 발견한 것 같다. ‘로맨싱 스톤’(원제: Romancing The Stone)은 1984년에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던 작품이다. 감독은 무려 로버트 저매키스. 몇 편의 흥행 실패작을 만들고 할리우드에서 실력을 의심받을 때 만든 회심의 역작이다. 이 작품 다음이 바로 ‘빽투더퓨처’였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마도..
2021.08.24 -
[아프리카의 여왕] ‘정글 크루즈’ 하니 생각나는 할리우드 클래식 (존 휴스턴 감독,1951)
이달 28일 개봉되는 디즈니의 실사 어드벤처 무비 [정글 크루즈]는 디즈니랜드에 있는 놀이동산(어뮤즈파크)의 한 테마공원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아마존 정글의 어딘가 숨어있는 엄청난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여자 탐험가와 현지의 보트(증기선) 선장의 신나는 모험이다. 정글의 증기선? 그렇다.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의 [아프리카의 여왕](The African Queen, 1951)을 떠올릴 것이다. [정글 크루즈] 보기 전에 [아프리카의 여왕]에 먼저 올라타 보자. 때는 1914년. 1차 대전이 발발했을 무렵의 아프리카 동부(탄자니아 쪽이란다)의 밀림 원주민 부락에 백인 여자 로즈(캐서린 헵번)는 열정적인 신앙을 가진 오빠와 함께 선교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평화로운 곳에 독일..
2021.07.15 -
[BIFAN리뷰] ‘피의 향연’ 스플래터 필름의 대표작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1963)
지난 주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개막되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우울한 소식과 함께 영화제는 출발부터 비틀거렸다. 그나마 OTT서비스인 웨이브에서의 온라인상영이 그나나 이 유서 깊은 장르영화제 팬들에게 숨통을 안겨준다. 부천에서는 호러와 판타지, 그리고 장르를 규정 짓기 애해만 ‘19금영화’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특히 심야상영, 올빼미 상영 등이 BIFAN매니아를 양산시켰다. 올해에는 [스트레인지 오마쥬]라는 섹션을 통해 호러 매니아가 놓쳐선 안 될 고전공포물을 소개한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놀이공원’(74), 허셀 고든 루이스 감독의 ‘피의 향연’(63), 로저 코먼 감독의 ‘버켓 오브 블러드’(59), 윤종찬 감독의 ‘소름’(01), 그리고 강..
2021.07.15 -
[킬러의 보디가드2] 잇즈 마더 마더 마더 미션!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마블]의 퓨리 국장 새뮤얼 L.잭슨이 콤비로 출연한 액션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원제:The Hitman's Bodyguard,2017)는 우리나라에서 17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두 사람이 펼치는 액션의 합과 개그의 환상 궁합이 관객의 기호에 딱 들어맞은 것이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AAA’급(그러니까 최상급!) 보디가드이고, 새뮤얼 잭슨은 현재 수감 중인 월드클래스 수준의 킬러. 인터폴이 그 킬러에게 중대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청한다. 독재자 살인마의 악행에 대한 증인만 서 준다면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내 소니아를 사면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해서 ‘그 보디가드’는 ‘그 킬러’를 감옥에서 법정까지 호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쏟아지..
2021.07.15 -
[컨저링3] 악마의 조종
‘하우스 호러’는 ‘그 집에 귀신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뭔가 음산한,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막 이사해온 터라 한껏 신이 날 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집에 가족 말고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고, 자고 일어나면 집안 물건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아이가 누군가와 중얼거리며 이야기하는 것 같고, 물건이 날아다니며 위협하기 시작한다. 결국엔 칼이 휙 날아와 꽂힌다. 그제야, "아, 이 집엔 뭔가가 있다!"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 이전에도 이런 ‘하우스호러’는 많았다. 우리나라엔 그런 귀신 나오는 집은 폐가, 흉가가 되어버리지만 할리우드에서는 꾸준히 리모델링을 거쳐 새 입주자를 모시고 있다. ‘컨저링3’은 숫자3을 달고 세상에 ..
2021.06.19 -
더 스파이 '컴버배치 스파이 스릴러'
우스개로 ‘악의 제국’ 소련이 붕괴된 뒤 글로벌 방산업체만큼 일자리 걱정을 한 동네가 할리우드였단다. 이제 누구를 ‘빌런’으로 해야 할지 말이다. 확실히 소련은 영화에서 오랫동안 악의 축 역할을 했었다. 소련붕괴 이후 많은 새로운 ‘국제질서의 악당’등이 등장했다. 중동 테러리스트, 외계인, 그리고 김정일까지. 그래서 요즘 만들어지는 회고조의 작품에서는 과연 소련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정치적 올바름’의 바로미터일 것 같다. 오늘(28일) 개봉하는 영화 (감독:도미닉 쿡)도 그러하다. 이 영화의 원제는 ‘The Courier’이다. 물건을 옮기는 ‘택배원’, ‘운반자’의 뜻이다. 과연 주인공은 무엇을 운반하는 것일까. 위험천만한 물건이란다. ● 민간인, 에스피오나지 되다 냉전시기, 영국인 그레빌 윈(베네딕트..
2021.04.29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흑인 100년의 분노
전 세계를 급습한 코로나로 마블 히어로들이 주춤한 사이, 할리우드에서는 블랙 파워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틈새를 매우고 있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감독: 조지 C. 울프 원제:Ma Rainey's Black Bottom)도 그런 카테고리에 포함될 영화이다. 이 작품은 1920년대 반짝반짝 빛났던 1세대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Gertrude ‘Ma’ Rainey)의 삶을 다룬다. ‘흑인’의 위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하지만 남북전쟁이 끝나고 미국이 미국다워지던 그 시점에 흑인은 삶은 ‘바닥’이었다.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은 20세기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의 경험과 유산을 연대기적으로 쓴 ‘피츠버그 사이클’(The Pittsburgh..
2021.04.29 -
[노매드랜드]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집도 없다
코로나 사태로 평소보다 두 달 늦게 열리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노매드랜드’, ‘맹크’, ‘미나리’ 등 모두 8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이중 (원제:NOMADLAND)는 작품상과 함께 감독, 여우주연, 각본, 편집, 촬영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클로이 자오는 감독/각본/편집/작품(제작) 등 4개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이미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평론의 일치된 호평을 받았다. 특히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에 대해서는 상찬이 쏟아졌다. 영화팬으로 기대되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노매드(Nomad)’는 유목민을 말한다. 고정된 거주지/거처 없이 계절 등의 요인에 따라 이동하는 수렵채집인, 목축유목민, 상인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게 문학적으로..
2021.04.15 -
[모리타니안] 위대한 미국? 애국자 게임!
2001년 9월 11일 무슨 일이 있었는가. 미국이 안방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았다. 아직도 기억에 뚜렷한 것은 하이재킹당한 민간항공기가 차례로 뉴욕의 상징 쌍둥이빌딩에서 쇄도 충돌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습은 한 시대, 한 문명의 종말을 상징하듯 건물을 무너져 내린다.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테러리스트를 찾아 복수에 나서는 것이리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비행기를 납치한 사람, 비행기 조종술을 가르친 사람, 미국을 붕괴 시켜고 한 사악한 존재를 잡아내어 처단하려고 할 것이다. 영화 (원제:The Mauritanian, 2020)는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다. 2001년 11월, 아프리카 대륙 북서해안. ‘모리타니아’라는 나라가 있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 위치..
2021.03.26 -
[헌트] 트럼프시대를 박제한 미국영화
작년 4월, 코로나 정국에서 반짝 개봉했던 미국영화 (The Hunt, 크레이그 조벨 감독)는 꽤나 논쟁적인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2019년 개봉될 예정이었는데 총격사건(엘파소, 데이톤)이 잇달아 터지자 영화사는 극장개봉을 미뤄야했다. 게다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영화를 두고 악평하는 트윗을 날리면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트럼프가 영화를 본 것은 아니고, 예고편을 두고 폭스뉴스 논객들의 말을 옮기며 증폭된 것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다룬 영화일까. 가 지난 주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청불’ 영화이다. 잔인하다. 예고편을 보면, 마치 ‘헌팅’을 스포츠 즐기듯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프리카의 보호종 코뿔소를 밀렵할까? 정글에서 사자를 잡을까? 아니다. 사람을 사냥/처형한다. 납치된 사람(..
2021.02.20 -
[키드] 찰리 채플린 100년 전에 만든 영화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오늘, 1921년 1월 21일 미국에서 공개된 영화가 있다. 물론 흑백 무성영화이다. 찰리 채플린이 만든(제작, 감독, 주연까지 한) (Kid)이다. 흑백무성영화 는 53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100년의 세월이 흘러도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은 빛이 바래지 않는다. 이 날을 잊지 않고, 이 영화를 잊지 않고 개봉하는 영화관이 있다. 영화는 한 여인이 자선병원에서 홀로 아이를 낳으면서 펼쳐지는 비극적 인간드라마이다. 여인은 가난으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대저택 앞에 세워진 고급 자동차 안에 아이를 두고 울면서 그 자리를 떠난다. 그런데 하필 자동차도둑이 그 차를 훔치게 되고, 뒤늦게 아이를 발견한 악당은 아이를 골목 쓰레기통 옆에 버린다. 그런데 우연히 길을 지나던 떠돌이 찰리가 ..
2021.02.20 -
[그날이 온다] ‘그들이 세상을 뒤집는 그날’이 과연 올까?
이번에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민낯이 다시 한 번 세상에 폭로되었다. 미국사회가 얼마나 계급적으로 분리되었는지, 그리고 ‘흑인(아프리칸 아메리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얼마나 극악하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행해지는 공권력의 폭력과 집단적 증오를 바다 건너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들의 분노는 스파이크 리나 조던 필 감독을 통해 만나볼 수는 있었다. 여기, 또 다른 작품이 있다. 영화사에서는 ‘킹스 스피치’ 제작진이 만든 ‘풍자 코미디’라고 홍보하고 있는 영화 ‘그날이 온다’(원제:The Day Shall Come, 2019)이다. 억압받는 흑인에게 자유와 평등과 기회의 그날이 올까? ‘모세 알 샤베즈’는 마이애미에서 ‘육각성’(the ..
2020.12.07 -
[더 프롬] 넷플릭스 뮤지컬, 화려한 설교
1년 전만해도 ‘넷플릭스’의 확장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모르긴 해도 디즈니플러스가 합류하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세상은 훨씬 더 넷플릭스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카데미도, 한국영화계도, 한국 TV드라마상황도. 여기에 흥미로운 작품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이다. 물론 극장 개봉은 애당초 염두에 두지도 않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의 원작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란 것이다. ‘프롬’은 ‘from'이 아니고, ’prom'이다.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보는 고등학교 졸업파티, 무도회를 말한다. 반(半) 성인이 된 그들은 이제 정장을 입고, 드레스를 근사하게 차려입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축복을 받으며 근사한 세레모니를 거치는 것..
2020.12.02 -
[런] 클로이 살리기 or 클로이 죽이기 (아누시 차간티 감독, 2020)
* [스포일러 경고] 영화 보기 전, 보시면 재미가 반감할 리뷰입니다 * 아누시 차간티는 구글 글래스로 찍은 2분 30초짜리 동영상 ‘Seeds’로 구글에 입사하여 홍보영상을 2년간 찍었고, 결국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텀블러까지 SNS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만든 실종한 딸 추적기 를 통해 단박에 유명감독이 된다. 그의 두 번째 작품 역시 트랜디하다. 이번엔 어떤 문명의 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기대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다이앤(사라 폴슨)이 막 출산을 하는데 의사들이 급박하게 움직인다. 이어 인큐베이터 속의 가냘픈 아기를 보여준다. 희미하게나마 심장박동이 전해진다. 엄마는 오열하며 묻는다. “우리 애가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이어 화면에서는 복잡한 의학용어가 차례로..
202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