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 라이브] 커뮤니티, 정체성, 그리고 변태부츠

2022. 4. 25. 14:23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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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body say yeah!”

뮤지컬 [킹키 부츠](원제:Kinky Boots)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이다. 21세기 들어 영국 노샘프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산업적 변화과정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이 지역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제화공장들이 불경기로 잇달아 문을 닫게 된다. 프라이스 제화공장을 물려받은 젊은 사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4대 째 동고동락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공장건물은 사라지고 그 곳에 번듯한 신축아파트거 들어서면 되는가? 그때 찰리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드랙 퀸’이다. 밤무대에서 여장을 하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는 인물이다. 문제는 거구(!)의 남자들이 신기에 하이힐의 뒷축이 부실하다는 것. 제화전문가의 눈에 새로운 아이템이 떠오른다. 그들을 위한 특별한 부츠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킹키부츠는 그렇게 탄생했다. ‘knky’라는 말은 ‘변태스럽다’는 뜻이 있다. 하물며 이 작품에서도, 샘프턴의 일반(?)적인 사람들도 그런 부츠가 ‘knky’스럽다고 느낀다.

원래 오리지널 스토리는 노샘프턴의 오래된 구두공장 ‘WJ Brookes’의 새로운 젊은 사장 스티브 팻맨(Steve Pateman)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BBC다큐에도 소개된 이 흥미로운 ‘중소기업 다시 서기’ 스토리는 조엘 에저튼(찰리)과 치웨텔 에지오포(롤라) 주연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2013년 신디 로퍼의 훌륭한 음악과 하비 피어스타인의 극작, 그리고 제리 미첼의 연출/안무로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진다.

작품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보았던 퇴락하는 산업단지의 현장을 보는 듯한 안타까움이 있다. ‘싸구려 신발’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장인의 구두는 재고만 쌓여가는 현실. 문 닫기 일보직전에 가까스로 새로운 아이템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단순한 지역사회의 눈물겨운 성공담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빌리 엘리어트’에서 “남자가 발레를? 남자는 권투나 축구를 해야지!”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작품에서는 그것은 “레이디 앤 젠틀맨, 그리고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한 여러분”이라고 표현한다.

파산직전의 신발공장 주인과 의지가 굳은 드래그 퀸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뮤지컬 무대에 재미와 감동을 안겼다. 2013년 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하여 2억 9,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2,505회의 정규 공연을 기록했다.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미국 순회공연에 이어 각국에 무대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되었다. 올 여름 충무아트센터에서는 다섯 번째 시즌(오연)이 예정되어 있다. 작품을 보면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연민, 그리고 우리와 다르다고 인식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겪게 된다. 결국, 신발을 신고 사는 두 존재의 '위대한 우정'의 이야기인 셈이다. 노샘프턴의 노동자, 밀라노의 패션쇼, 그리고, 서울의 영화관객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28일 개봉하는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킹키 부츠]에는 매트 헨리(롤라), 킬리안 도넬리(찰리), 나탈리 맥퀸(로렌), 션 니드햄(돈)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킹키부츠 라이브 Kinky Boots: The Musical, 2019 ▶감독: 브렛 설리반 2022년 4월 28일 개봉/12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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