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밤] 제주도 저수지의 개들

2021. 4. 6. 13:45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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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거래>의 각본과 <신세계>라는 전무후무한 한국형 느와르를 내놓은 박훈정 감독이 <브이아이피>와 <마녀>를 거치며 <낙원의 밤>으로 돌아왔다. 코로나 때문에 극장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택한 <낙원의 밤>은 박훈정 스타일의 느와르의 진화를 보여준다. 영화는 조폭간의 싸움이다. 나이트클럽 영업권이나 마약시장을 둘러싸고 회 칼을 휘두르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연변 칼잡이나 러시아 총잡이가 설치는 국제판도 아니다. 박훈정 감독은 독특하게, 소박하게 이야기를 펼친다. 

양 사장(박호산) 밑에서 일하는 태구(엄태구)는 우직하게 보스에 충성하는 인물이다. 그의 배포와 실력을 높이 평가한 도회장(손병호)이 그를 데려오려고 한다. 첫 장면에서는 또 다른 조직의 보스인 황사장(차순배)의 대사를 통해 양사장파의 상황과 조폭사회에서 차지하는 태구의 위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태구 너 빼면 양사장은 아무것도 아냐” 그리고, 영화를 관통하는 ‘당랑거철’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결국 아무리 용맹무쌍한 조직원이라도 ‘파이팅 넘치는 사마귀’일 뿐이라고.


영화는 자신의 보스인 양사장을 위해 (사우나에서) 도회장을 처치한 태구가 제주도로 피신하고, 도회장의 부하 마이사(차승원)가 양사장파를 처절하게 도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제주도로 날아가 마지막으로 태구를 처단할 예정이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재연(전여빈)이 있었다. 영화는 칼과 총으로 시체를 쌓아올리고, 피를 양동이채 쏟아 부으며 피갑칠 영화의 진수를 선사한다. 청소년관람불가영화이다.

저수지의 개들과 와호장룡

느와르는 험프리 보가트의 흑백필름에서 알랑 드롱 영화를 거쳐 주윤발의 홍콩영화에서 활짝 폈다. 이게 충무로에서는 박훈정 스타일의 피범벅 영화로 완성된 것이다. 어쩌면 쿠엔틴 타란티노 덕분인지 모른다.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은 제목번역에 얽힌 웃지 못 할 뒷이야기가 있다. 박훈정은 제주도의 헛간, 창고 안에서 아낌없이 자신의 장기를 쏟아 붓는다. 도회장이나 양사장, 그리고 마이사, 박과장(이문식)은 모두 눈하나 깜짝 안하고 사람을 죽이는 자들이다. 그런데, 이 모든 소동의 중심에는 태구가 있다. 그들 눈에는 자기 편으로 끌어넣고 싶은 인재이다. 조폭 사회에서도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저 평화로운 제주도에는 재연 같은 인물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와호장룡인 셈. 

박훈정 감독은 <마녀>에서 못 이룬 꿈- 모든 것을 뛰어넘는 여성 킬러-을 이 영화에서 찬란하게 완성시킨다. 실수 없이, 뒤탈 없이, 속편제작의 여유도 없이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 국가에서 공개되는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은 자비 없는 청소년관람불가영화이다.  2021년 4월 9일 넷플릭스 공개 ⓒ박재환

 

 

[리뷰] 낙원의 밤, ‘제주도 저수지의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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