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나의 작은 동무, '나쁜 시절, 착한 아이' (The Little Comrade 감독:무니카 시멧츠)

2021. 1. 14. 11:01카테고리 없음

반응형


소련(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고 독립한 나라 중에 에스토니아가 있다. 지도에서 찾아보면 러시아의 왼쪽에 위치한 이른바 발트3국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하나이다. 발트해 건너편엔 핀란드와 스웨덴이 있다. 에스토니아의 인구는 130만 명이다. 참 작은 나라이다. 에스토니아어를 사용하는 이곳 사람들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오랫동안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제정)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리고 스탈린시대 소련의 점령으로 소비에트에 병합된 것이다.(USSR) 그런 에스토니아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14일 개봉되는 <나의 작은 동무>(The Little Comrade 감독:무니카 시멧츠)가 바로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에스토니아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에스토니아와 러시아과의 관계를 만나볼 수 있다.  

스탈린의 소련에 편입(합병)된 뒤 에스토니아 사람들의 삶은 바뀌기 시작했다. 툰갈 가족도 마찬가지. 여섯 살 렐로는 한 순간에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검은 양복’의 사람들이 와서 엄마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엄마의 마지막 말은 “렐로야 착하게 지내렴. 착하게 지내야 엄마가 돌아와.”였다. 육상선수였던 아버지는 렐로에게 엄마는 곧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뤄지지 않는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와서 숨겨둔 아빠의 메달을 찾으려고 한다. 렐로는 착한 아이가 되어 소년단에 가입하면 엄마가 꼭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순진하고 순수한 아이의 열정은 아빠마저 위험하게 만든다. 

 러시아는 에스토니아를 철저하게 점령하고 지배한다. 만약 에스토니아의 정체성을 내세우거나, 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운다면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질 것이다. 학교 교장이었던 엄마는 에스토니아의 국기를 숨겼다가 잡혀간다. 한때는 파보 누르미(핀란드), 에밀 자토펙(체코)같은 불세출의 육상선수와 함께 트랙을 달렸던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메달을 숨겨야했다. 

  <나의 작은 동무>는 어디론가 사라진 엄마를 다시 만나고 싶고, 멋진 제복의 (공산당)소년단에 가입하고 싶어 하는, 멋모르고 스탈린 찬가를 부르는 여섯 살 아이의 동심을 저격한다. 위험한 시기를 살아가는 순진한 아이는 ‘착한 것’과 ‘나쁜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은 ‘스탈린을 욕하고, 러시아를 욕하지만’ 그게 순진한 아이의 입을 통해 ‘검은 옷의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의 위험성을 알지 못한다. 오직 지켜보는 관객만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응원하는 마음일 뿐이다. 소녀가 무서워하고, 어른들이 두려움에 뜨는 ‘검은 옷’의 사람들은 비밀경찰 ‘NKVD’(내무인민위원회) 사람들이다. 

 <나의 작은 동무>는 에스토니아의 유명작가 릴로 퉁갈(Leelo Tungal)이 쓴 두 편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당시 그들은 소련 공산주의를 미워했고, 동시에 한없이 두려워했다. 릴로의 엄마가 비밀경찰에게 끌려간 뒤 남은 가족이 모인다. 할아버지는 우울해하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면서 이 꼴 저 꼴 많이 봤지만, 우울하게 있어봤자 하나도 도움이 안 돼. 에스토니아 사람들이 걱정하다 멸종된다고 해도 스탈린이 어디 신경이나 쓸 것 같애? 우린 먹고 마시고 우리가 살아있음에 기뻐하면 돼.”라고 말한다. 

  <나의 작은 동무>는 에스토니아에서 흥행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총 동원 관객 수가 6만 명이란다. 정말 작지만 위대한 성과이리라. 과거의 어둡고, 공포스러웠던 에스토니아 역사의 순간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동심과 파멸의 절묘한 서커스로 완성시킨다. 2020.1.14.개봉 12세관람가 ⓒ박재환 영화리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