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성현 감독 “추격과 서스펜스라는 장르” (사냥의 시간,2020)

2020. 4. 28. 11:07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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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개봉된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윤성현 감독이 근 10년 만에 신작 <사냥의 시간>을 내놓았다.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되며 호기롭게 개봉을 준비하던 이 영화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개봉이 연기 되더니, 우여곡절 끝에 지난 주 넷플릭스 채널을 통해 일반에 공개됐다. 9년의 시간을 벼른 윤성현 감독을 만나 영화 <사냥의 시간>과 넷플릭스 개봉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코로나 이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하나의 포맷으로 자리 잡은 온라인 화상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인터뷰에는 10여개 매체의 기자가 동시에 접속할 만큼 영화에 쏠린 지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가까운 미래, 다시 한 번 IMF사태를 맞은 지옥 같은 한국의 상황을 담고 있다. 경제난과 실업난, 생존의 위기에 처한 네 명의 친구(이제훈,안재홍,최우식,박정민)가 인생역전 한 방을 노리고 도박장을 턴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결정이었는지 영화 후반부는 충격의 총격전으로 장식된다.

● 청춘의 이야기, 서스펜스

- 많은 기대를 모았던 영화가 결국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었다. 공개되자마자 많은 평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불친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서사가 건너뛴다는 평가도 있다.

“영화가 공개된 후 의견들을 꼼꼼하게 보고 있다.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감사하게 생각한다.”

- <파수꾼>에 이어 또 다시 청춘의 이야기이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현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있으면 작품이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이번에도 그런 것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 “

● 사냥의 시간, 디스토피아의 시간

- <파수꾼>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는 시작점은 같지만 '파수꾼'은 사회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개인화한 작품이고, '사냥의 시간'은 장르의 특성에 맞춘 영화다. 생존의 문제가 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라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장르영화라는 틀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해 보고 싶었다.”

- <사냥의 시간>은 온통 디스토피아의 세계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 당시 한국사회를 지옥에 빗댄 표현이 회자되었다.(‘헬조선’) 당시 많은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이나 분노가 표출된 용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통해 실제 지옥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저도 IMF를 겪은 세대이다 보니 청년의 좌절감과 시대의 애환을 느꼈다.”

● 떡밥들과 모호함

- 네 명의 청년을 쫓는 박해수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온통 모호함으로 치장했다.

“궁지에 몰린 청춘들을 추격하는 ‘한’(박해수 분)이라는 인물은 신적인 존재, 은유적인 존재로 보이길 바랐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이른바 많은 ‘떡밥’들을 준비했고, 인물과 그 인물의 백그라운드를 많이 유추해볼 수 있도록 했다.”

윤 감독은 용병의 모습을 띤 ‘한’의 캐릭터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몸의 문신은 출신부대의 표시라는 설명부터 시작하여, 총을 잡는 ‘파지법’, 처음엔 존댓말을 사용하다가 후반부에 바뀌는 말투까지 디테일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 영화의 마지막은 누가 봐도 ‘시즌2’, 속편을 예고한다.

“이른바 떡밥을 많이 깔아놓았고, 그것을 모두 정리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것은 의도적이다. 영화에서 청년들이 보고 느끼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그 너머의 세상을 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VIP로 지칭되는 부패세력, 부정부패와 결탁한 세력에 대해서 말이다. CCTV의 존재나 단편적인 대사들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속편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이 영화 자체가 완결된 작품이라 생각한다.”

● 넷플릭스지만 아쉽다

- 영화팬들이 엄청나게 기대한 작품이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소감은.

“요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안타까웠다. 조급해 하기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러다가 이렇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독립영화 <파수꾼>에 비해 이번 영화는 버젯이 꽤 큰 대중영화이다.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예산이 1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파수꾼’보다 10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쓴 시나리오는 거의 다 사람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드라마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대사에 기대지 않고, 시청각적인 요소가 가득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예산을 떠나서 ‘파수꾼’보다 스트레스도 많았다. 하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고 즐거웠다.”

● 편집된 시간들

- 영화가 불친절하다고 느낄 정도로 많이 가지를 쳐낸 것 같다. 원래 시나리오가 그랬다, 아니면 오랜 작업 과정에서 다듬어진 것인가.

“우선 편집된 장면이 엄청 많다. 시나리오에서부터 많이 잘렸다. 장르적 특성을 담은 추격전을 담기에도 벅찬 시간이라 나머지 요소들이 잘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장르의 특성상 드라마 같은 심도 있는 감정씬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1차 편집 때는 3시간 넘었다. 1시간 넘는 장면들이 편집되다보니 인물의 전사들이 많이 드러내질 수밖에 없었다.”

-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공포영화를 사운드를 끄고 보면 하나도 안 무섭다. 사운드를 끄고 켜는 것만으로도 극단을 오간다. ‘사냥의 시간’은 사운드가 전부인 영화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음악은 물론 총성, 호흡과 비행기 소리 등 수많은 소리를 꼼꼼하게 만들었다. 음악이 없는 구간이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다 깔린다.”

9년 전 개봉된 <파수꾼>으로 각광을 받았던 윤성현 감독이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등 핫한 충무로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디스토피아 코리아’를 담아낸 영화 <사냥의 시간>은 극장개봉 없이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사냥의 시간>의 러닝타임은 134분이다. (박재환 2020.4.28)


[사진=윤성현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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