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의 도곡리 철교] 한국전쟁 참전 美 항공모함 (마크 롭슨 감독 The Bridges at Toko-Ri 1954)

2019. 8. 17. 09:10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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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전쟁영화는 독특한 재미를 갖고 있다. 전쟁이란 것은 결국 국가나 민족의 집단이기주의의 최선봉이며, 정치적 인간이 펼칠 수 있는 행동의 최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전쟁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하다못해 '우주전쟁'까지 영화로 만들어졌으니 우리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한국전쟁-6·25전쟁-이 영화로 왜 만들어지지 않았으리요.

 

지난 시절 충무로에선 국책영화나 문화영화라는 미명하에 용감한 군인들의 활약상을 다룬 전쟁영화가 꽤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선 한국전쟁이란 게 그다지 매력적인 소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월남전에 대한 영화는 <지옥의 묵시록>에서 <람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말이다. 미소 양대 초강국의 등장 이후, 그리고 자유주의와 공산세력의 대립이라는 전세계사적 흐름에서 첫 번째 대결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미국은 태평양 너머 아시아의 신생민주독립국의 운명을 위해 자국의 젊은이 36천 명이 죽고 10만 명 가까이 부상을 입었던 전쟁이 아니었는가.

 

그런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의식, 할리우드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원한의 도곡리 철교>(The Bridges at Toko-Ri)라는 영화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작가 제임스 미치너(James Michener)가 한국전쟁이 끝나자마자 내놓았던 소설을 그 이듬해 만든 작품이다. 도서관에서 우연찮게 원작소설책을 만날 수 있었다. 정한(正韓)출판사에서 1977년에 출판된 <도곡리 철교>에는 죠지 시드니의 <전사 희망자들>이란 작품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특이하게도 두 작품 모두 한국전쟁을 다룬 미국작가의 소설이다. 그 중 <도곡리철교>137페이지 분량의 중편이다. (<도곡리 철교>는 당시 성심여대 영문과 교수였던 이명섭 씨가 번역을 맡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소설이야기를 하겠다.

 

한국전쟁에 끼어든 보통 미국인의 특별한 전쟁이야기

 

소설은 한반도 동해안의 한 항공모함 위에서 시작된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매섭게 불어오는 한파가 한반도의 산야를 강타하고 그 강추위가 동해상의 항공모함 새보 호에 휘몰아친다. ‘77특수기동부대’(Task Force 77)에게는 공산군이 장악하고 있는 도곡리 철교를 파괴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죠지 태런트 제독은 이전의 전쟁(세계대전)에서 사랑하는 두 아들을 잃은 강철의 군인. 그는 밴쉬(F2H Banshee) 전투기 조종사 해리 브루베이커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마치 잃어버린 자신의 아들 같은 그를 이번 작전에서 제외시키고 싶은 마음도 한 쪽에는 있다.

 

브루베이커가 작전 출격을 나갔다가 해상에 추락한다. 20분 내에 건져 올리지 못하면 브루베이커는 차가운 바다 속에서 동사하고 말 것이다. 구조헬리콥터가 출동한다. 추락조종사 구조에는 달인의 실력을 가진 녹색 실크햇을 쓴 마이크 포니와 네스터 개밋지는 브루베이커를 건져 올리고 항공모함으로 무사히 귀환한다.

 

브루베이커는 젊은 나이에 강제로징집되어온 인물. 하필 추락한 날 미국본토에서 아내와 두 딸이 동경으로 남편을 보러왔다. 주요한 작전을 앞두고 항공모함은 일본 요코스카에 정박한다. 전쟁의 위험을 잠시 잊고 동경 번화가로 쏟아지는 미군들. 걔중에는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여자 때문에 사고를 친 마이크 포니도 있다. 생명의 은인 포니를 구하기 위해 브루베이커는 기꺼이 헌병대로 달려간다. 브루베이커의 아내 헬렌은 남편이 곧 아주 중요한 작전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들 부부는 고국-미국-에서의 분위기는 충분히 알고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저 멀리 아시아, 이름조차 몰랐던 나라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다. 브루베이커는 그런 상황에서 참전하게된 것이 못마땅하다. 전투기를 몰고 남의 나라, 남의 땅에 폭탄을 퍼붓는 일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도 깨닫지 못한다. 특히나 한반도 산악지역에 위치하여 중부와 동부전선의 공산군세력에 보급품을 보내는 도곡리 철교를 폭파시키는 더러운임무를 자신이 왜 수행해야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두 아들을 전쟁으로 잃은 죠지 태런트 제독은 그런 브루베이커에게 전쟁의 중요함과 전투기 조종사의 임무의 숭고함을 일깨울 뿐이다. 그리고 아들의 전사가 가져온 자신 가족의 비극을 잘 알기에 헬렌에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라는 삶의 방식을 일러준다.

 

죠지 태런트 제독은 사회란 극소수인의 노력과 희생으로 존속되는 것이라 믿기에 이러한 더러운 전쟁도 해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다음엔 일본, 필리핀, 그리고 하와이가 희생당할 것이며, 최악에는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에까지 전선이 이어질지 모른다고 믿는다.

 

본 작전을 앞두고 브루베이커는 전대장과 함께 항공사진 촬영의 임무를 맡고 도곡리 상공을 비행한다. 4개의 교량이 보이고 그 주위에는 대공화포들이 밀집해 있었다. 12대의 전투기가 임무를 위해 출항한다. 결국 철교는 폭파하지만 하늘을 수놓은 대공포화 속에 브루베이커의 배쉬전투기는 논두렁에 추락한다. 소총을 쥔 공산군이 수색에 나서고, 브루베이커를 구조하기 위해 미군 F4U기가 하늘에서 엄호사격을 한다. 마침내 포니와 개밋지의 구조헬기가 착륙하지만 이들은 모두 공산당의 총에 죽는다.

 

콜로라도 주 덴버 시에서 온 젊은 법관 브루베이커는, 그가 이해하지 못하던 전쟁에서 그가 결코 방어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지점에 추락한 뒤 차가운 논바닥 도랑 속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것이다. 죽음의 순간 그는 생각한다. 그 시간 고향 덴버에서는 그가 좋아하는 대학농구게임이 열리고 있을 것이며 관중석에서는 8천명 이상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 중 누구 한 사람 'KOREA'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란 것을 잘 안다.

미스터 태평양, 제임스 미치너

 

책에는 이명섭 교수가 작가 제임스 미치너를 잠깐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미치너는 미스터 태평양이라고 불렸단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인생역정이나 작품이 모두 범아시아-범태평양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남태평양><사요나라>도 그의 소설이 원작이다. 미치너는 어릴 때 <<내셔널 지오그라픽>>에 실린 중앙아시아에 대한 기사에 매료되었고 이후 평생을 아시아 나라들에 경도되었다. 그는 <도곡리 철교>로 한국(전쟁)을 다뤘고, 그 외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인도네시아, 인도차이나 등 많은 아시아 나라의 이야기를 소설과 기사로 다루었다. 그는 일본의 진주만 습격이 있은 뒤 해군에 자원입대하였고 항공기 정비장교로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일대에서 복무했단다. 소설 <도곡리 철교>를 집필하기 전에는 미국의 항공모함 에섹스호(aircraft carriers Essex)에서 생활하며 항공모함의 일상을 경험하고 관찰했단다.

 

작가 미치너의 종군경험담, 그리고 작가로서의 관찰력은 소설 <도곡리 철교>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특히 우리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는 항공모함에서 생생한 묘사는 경이롭다. (항공모함이 넓다고는 하지만, 육지 활주로보다는 여전히 짧고 모든 것이 제한적인) 갑판 위에 전투기들이 아슬아슬하게 착륙하는 장면, 특히 술꾼 착륙신호수 비어 배럴이 보여주는 신기에 가까운 착지 유도기술은 읽기만해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윌리엄 홀든, 도랑에서 죽다

 

소설은 곧바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윌리엄 홀든은 원작소설의 결말을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영화에 출연한다. 그는 많은 미국 영화 속 주인공들이 영웅적인 승리를 거두거나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에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이들 영화의 결말에 비해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하게 하는 브루베이커의 최후가 맘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영화는 소설을 거의 그대로 옮긴다. (그리고 이런 사연도 있었단다. 윌리엄 홀든의 동생이 2차 대전때 전투기 조종사였고 전사했었단다. 윌리엄 홀든은 죽은 동생을 그리며 이 영화에 출연한 모양이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라지만 실상 한국전쟁의 의미는 없다. 저 아프리카의 알 수 없는 한 나라의 내전에 참전한 미군 조종사의 넋두리라고 받아들여도 일반 독자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사실 1953년 미국 독자에겐 코리아와당카나 둘다 어디에 있는지 구별도 못할 것이고 아무도 없어!“라는 한국말과 붕가붕가의 의미를 외계인의 인사말쯤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니 말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보여주는 산하는 한국 땅이 아니다. 그게 설사 한국 땅 올 로케이션이었다고 하더라도 감정이입을 안 되는 어느 시대, 어느 공간의 눈 덮인 산하의 말없는 철골구조물일 뿐이다.

 

대신 이 영화에서 일본에 대해서는 제법 상세히 묘사된다. 지금 보더라도 당시의 일본 사회풍속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한국전 당시의 미군상대 유흥업소의 정체나 형태에 대해 보아온 텍스트가 없다. 이 소설과 영화에선 한국전 당시 미군에 의해 견인되는 일본의 또 다른 경제를 엿볼 수 있다. 항공모함이 정박하면 많은 일본여자들이 단장을 하고 하룻밤을 즐기기위해서든지 결혼을 목적으로 하든지 서로 뒤엉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아마도 가족온천장면이다. 브루베이커가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호텔의 가족탕에서 여유롭게 온천욕을 즐길 때 갑자기 일본가족이 들어온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옷을 훌훌 벗고는 한쪽 탕에 들어간다. 미국의 두 딸과 일본가족의 두 딸아이는 어느새 재잘거리며 일본식 온천문화평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브루베이커와 아내도 어느새 그런 일본식 온천문화에 동화되는 것이다. 아마 저 장면 때문에 오랫동안 일본온천문화에 대한 인식이 심어졌으리라.

 

도곡리는 어디에 있는가

 

영화를 보면 브루베이커가 작전에 나서기 전에 도곡리 일대를 사전 탐사하는 장면이 있다. 소설 보는 내내 도곡리 철교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다. 북한 쪽 원산 인근에 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면 마전리인근이라고 한다. 영어제목은 ‘The Bridges at Toko-Ri’이다. 영화 속에서도 도곡리라고 하지 않고 독고리라고 하는 게 분명하다. (중국영화사이트를 보니 도곡리가 아니라 독고리(獨孤里)이다.) ‘독고리가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도곡리로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명섭 교수의 번역서 제목은 도곡리(道谷里)이다. ’도곡리를 검색하니 남한 땅에도 같은 지명이 몇 군데 있었다. 구글맵이 암만 좋다하더라도 도곡리는 없다. 도서관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도곡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원산 인근에 마전리는 확실히 있다.

 

이 영화는 반전영화?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라지만 정작 한국은 조연에도 못 미치는 아프리카 붕가붕가신세의 영화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초라하고 비루한 역할이지만 그런 이유도 역설적이게미국 젊은이의 죽음을 더욱 초라하고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마치 <플래툰>에서 찰리 쉰의 마지막 대사처럼 말이다.

 

밀리터리 액션 매니아에게는 이 영화가 흥미로울 것이다. 실제 미국 항모를 이용한 촬영. 한국전 때와는 달라진 전투기 등이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철교 폭격 씬은 지금보아도 스펙터클하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받았다.

 

브루베이커 역에는 윌리엄 홀든이 열연했다. 그의 아내 헬렌 역은 그레이스 켈리가 맡았다. 이 영화의 감독은 마크 롭슨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프랑크 시나트라 나왔던 <탈주특급>(Von Ryan's Express)은 무진장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도곡리 철교>는 원작소설의 참맛을 제대로 옮긴 작품 중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그나저나 브루베이커는 정말 이국땅에서 개죽음이라도 했는가? 6위키 한국전쟁을 보니 미군은 비전투희생자를 포함하여 36,516명이 전사했고 92,134명이 다쳤단다. 죽은 사람 중에는 모택동의 장남 모안영(毛岸英)도 있다. 평양 근처에서 미군 폭격으로 죽었다. 전쟁당시 8군 사령관으로 전쟁을 지휘했던 밴 플리트 장군의 아들도 한국 땅에서 죽었다. 클라크 유엔군(당연히 미군) 사령관 아들도 한국 땅에서 죽었단다. 왜 죽었을까?

 

전쟁에서 군인이 죽는 거야 훈장으로 기억되거나 가문의 명예로 보상받겠지만 그 전쟁기간에 남북한의 민간인이 200만 명이나 죽었다는 것은 어떻게 해원(解寃)한단 말인가.

 

 

우리 땅에서 우리민족이 싸우다 죽은 것은 길고 긴 역사에서 보자면 남 탓할 일도 못되지만 남의 나라 사람들이 이곳까지 와서 희생을 치른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유민주라는 이데올로기 수호? 아마 미치너는, 브루베이커는 전쟁 내내 그 생각을 한 모양이다.

 

어쨌든 한국 전쟁 때 죽은 모든 사람들의 영혼의 안식을 빈다. (박재환 2008-12-17)

 

추가설명..

 

한국전쟁관련 책자를 찾다보니 이 영화와 관련이 있는 작전이 하나 나왔다. 1950년 말에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전세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고 중공군의 지속적인 남하로 연합군은 곤경에 처한다. 게다가 미그기의 활약도 대단했고 말이다. 미국은 19518월부터 그해 말까지 북측의 병참선을 저지하기 위해 대규모 폭격작전을 펼쳤다. 이른바 철도차단을 노린 '스트랭글'작전이라고 한다. 1951818일 시작된 북한철도에 대한 공중폭격이 얼마 안되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자 미 제5공군은 날마다 북한땅 서북부에 대한 철도차단 폭격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 공격은 낮에는 폭격, 밤에는 곧바로 복구 등 패턴이 반복되면서 효과가 떨어졌다고 한다. 미군 폭격기는 이 기간동안 무려 87,552회나 출격했다고 한다.

이미지출처 : < 韓國戰 에서의  美空軍戰略 > R. 프트렐 편저  ( 행림출판 )  (446 쪽 )

 

 

The Bridges at Toko-Ri - Wikipedia

The Bridges at Toko-Ri is a 1954 American war film about the Korean War and stars William Holden, Grace Kelly, Fredric March, Mickey Rooney, and Robert Strauss. The film, which was directed by Mark Robson, was produced by Paramount Pictures.[Note 1][3] Den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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