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비밀] 여교수방의 CCTV

2011. 11. 14. 16:42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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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현명한 영화제작자라면 영화제작 들어가기 전에 미리 그 영화를 볼 타깃을 연구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하자. “그러니까 40대 여교수가 있고요. 남편이랑 이혼했는데 그놈의 사회적 시선 때문에 비밀로 하고 있어요. 혼자 산 게 오래되다보니 남자 생각도 간절하기는 하지만 역시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논문연구를 도와줄 학생이 하나 들어왔는데 갓 스물 살의 멋진 남자라면. 그리고 지금 연구하고 있는 보고서가 ”남녀의 외도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라니.” 여교수는 알 것 다 알고, 학문적으로 분석할 지위에 까지 올라있는데 현실은 점점 더 젊은 학생에게 끌리니....


제작자는 난감할 것이다. 이건 유부녀의 불륜도 아니고 이혼녀의 판타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젠체하는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고발하는 사회드라마도 아니다. 여배우는 장서희, 남자배우는 정석원으로 캐스팅되었단다. 배우의 백그라운드에 얽힌 기사거리는 많을 것도 같은데  막상 풀어헤쳐보자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를 영화임에 분명하다. 감독은 누구지? 이영미 감독. 이영미는 또 누구지? 여러모로 보아 영화 흥행하기 참 난감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여교수와 남제자의 은밀한 이야기


영화는 ‘혼외정사에 관한 논문을 준비 중인 마흔 살 사회학과 교수 혜정’의 교수연구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연구를 도와줄 조교를 하나 뽑았는데 21살 학생이다. 얼핏 봐도 호감이 가는 멋진 애이다. 같이 다니면서 연구에 몰입한다. 그런데 연구해야할 과제가 여자의 외도이고, 남녀의 정사이며, 이성간 쾌락이다. 욕망의 불꽃을 꺼버릴 수 없는 여교수는 점점 젊은 남자에게 경도되어간다. 그렇다고 속 시원히 말을 할 수도 없고 속내를 내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자는 이미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저 젊은 남자를 한번 안아봤으면, 저 가슴에 한번 안겨봤으면.. 그런 욕망은 점점 커진다.

남자 (이름이 ‘우상’이다)도 나름대로 비밀이 있다. 여교수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자신의 이상형, 혹은 순정의 상대로 적합하지만 자신의 ‘끔찍한’ 현실이 점점 비현실적 남녀관계로 이끌기 시작한다. 단지 머리만 살짝 기대어 잠들었을 뿐인데 그 가슴 속 열망은 제어하기가 어렵다. 과연 여교수는 남학생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볼 수 있을까. 이들의 비밀을 알려면 교수연구실에 CCTV라도 달아야할 것 같다.

여자의 판타지


이 영화의 재미는 온전히 여교수의 ‘확 깨는’ 이중성에 의존해야할 듯하다. 겉으로는 도도하고 이성적이며 머릿속에는 온갖 사회적 도그마로 가득할 것 같지만 일단 강의 끝나고 연구실 문이 잠기면 PC 속에 비밀 디렉토리에는 야동이 가득하고 여교수는 이따금 상상을 초월하는 뽀삽질로 스트레스를 풀지도 모른다. (봉준호의 단편 <지리멸렬>이 그 비슷했다!)

여교수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회학적 일탈과 여성 자의식의 프로이드적 분석 정도로 파헤쳐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교수는 뜬구름을 잡는 대신 감성이 가는대로 몸을 던진다. 그런데 배우 장서희나 이영미 감독은 그러한 상황의 드라마를 브뉘엘만큼 카메라를 들이대지는 못한다. 대신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안타깝게 딱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조마조마해 하면서도 웃음을 짓지만 마지막 한방의 충격은 보류되고 만다.

남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남자의 직업은 호스트바 ‘오빠’이다. 그런 막장 인생을 지낸 사람이 대학교수의 연구조교(학생알바이든)로 간택되었다는 것부터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그들 기묘한 커플이 펼치는 이별과 만남은 사회적 연구과제로 삼기 보다는 통속 드라마에 가깝다.

이 영화를 봐야할지 말아야할지는 고민에 빠질 듯하다. 장서희와 정석원이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둘이서 불륜의 불을 지피는 것도 아니고, 학문적 성과를 거두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뭘까. 이 영화의 비밀은 아마도 여교수의 연구실에 붙박이가 되어 오래 지켜본 사람만이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박재환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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