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화] 산업적 중국영화 ‘만성진대황금갑’ (장예모 감독, 滿城盡帶黃金甲 2006)

2008. 2. 14. 17:01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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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7.2.2.) 장예모 감독이 <영웅>과 <연인>이라는 기묘한 무협물에 이어 내놓은 <황후화>의 제작비는 3억 위엔(우리 돈 360억 원)에 이른다. 물론 중국 영화사상 역대 최고의 제작비가 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최근 몇 년간 ‘산업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영화계의 허와 실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지난 12월 14일 중국에서 개봉되어 최근까지 거의 3억 위엔 가까운 흥행수익을 올렸다. 지금까지 중국내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는 <타이타닉>으로 3억 6천만 위엔 이다.

<황후화>의 원제는 <만성진대황금갑>(滿城盡帶黃金甲)이다. 당(唐)나라 말기 있었던 민중봉기 ‘황소(黃巢)의 난’의 반란괴수 황소가 지은 시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당나라가 절정의 시기를 지나 멸망으로 내리꽂을 때 ‘황소’는 반란군을 이끌고 대당 황제가 있는 수도 장안으로 들이닥친다. 이때 황소가 지은 시 <<不第後賦菊>>는 일반적으로 ‘국화’(菊花)로 알려져 있다. 시는 다음과 같다.

待到秋來九月八 我花開後百花殺
冲天香陣透長安 滿城盡帶黃金甲

황소는 일자무식군은 아니었다. 과거시험을 준비한 적도 있는 사회불만 세력이었다. 민심을 얻은 뒤 수많은 봉기군을 이끌고 질풍노도같이 장안으로 들이닥친다. 시구를 해석하자면 “가을 9월이 되어 국화가 만개한 뒤 국화향기가 하늘을 뒤덮어 장안을 휘돈다. 온 성안은 황금갑 물결이다”이다.

물론 이 시구는 중의적으로 쓰였다. 노란국화와 군사들의 갑옷이 황금갑으로 표현된 셈이다. 강렬한 국화향기에 휩싸여 살기등등한 반란수괴의 혁명의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장안으로 쇄도했던 황소의 난은 곧 평정된다.

그럼 장예모의 새 영화 <황후화>는 황소의 이야기를 다루는가? 아니다. <황후화>는 중국 현대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조우의 희곡 <뇌우>를 원작으로 한다. 1934년 처음 발표된 <뇌우>는 중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격동의 시기를 다룬다. 봉건지주와 노동자 농민의 대결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등장인물의 복잡한 갈등과 대립이 빛을 발하는데 계모가 남편의 전처소생과 불륜을 저지르는 설정도 있다. 장예모는 이 이야기를 당말 ‘오대십국’시기에 맞춰 영화로 옮겼다. 영화에는 ‘양’(梁)나라가 등장한다. 당이 멸망한 뒤 이른바 ‘오대십국’이란 시기가 있었다. 각 지역에서 서로가 왕이라고 칭하며 또 다시 통일중국을 꿈꾸던 시기였다. 오대십국에 왕국을 칭한 나라는 많았지만 당이 망한 서기 907년에서 송(宋이) 중국을 통일한 970년까지 70년 정도 존재했을 뿐이다. <황후화>는 ‘후량’을 염두에 둔 듯하다.

후량의 황제(주윤발)는 전쟁터를 전전하다 오랜만에 황궁으로 돌아온다. 황궁은 불온한 기온이 나돌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황후(공리)는 태자(유엽)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태자는 황제의 전처의 소생. 그런데 태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는 황후의 저돌적(?) 접근을 꺼려한다. 물론 그는 태의의 딸 장선(이만)을 희롱중이다. 황제는 그 사실을 알까? 놀랍게도 황제는 구중심처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실을 파악하고 있고, 그 모든 사건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 있었다. 황제는 오히려 황후의 건강을 생각하는 체하며 특별한 약을 지어 시시각각 약을 마시게 한다. 그 약은 사람을 서서히 미치게 하는 극약. 매일 약탕을 갖다 바치는 시녀가 바로 장선이다. 황후는 자신의 명이 다하기 전에 상황 반전을 꿈꾼다. 황제가 가장 신뢰하며, 세 왕자 중 가장 용맹하며, 가장 효순한 둘째 아들 원걸(주걸륜)을 끌어들인다.

9월 9일 중양절은 온 황족이 모여 천지에 제사를 지내는 명절. 이날 황궁의 중심부에서는 서로의 적의를 충분히 짐작하는 황제일가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슴에 품고 모여든다. 둘째 아들은 어머니를 죽이려는 아버지의 잔인함에 대항하기 위해 십만의 ‘황금갑’ 군사를 이끌고 보무도 당당히 황궁으로 쇄도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황제 또한 엄청난 군사력으로 철벽을 쌓는다. 순식간에 황궁 안은 피가 바다를 이루고 시체가 하늘을 덮는 대살상극이 벌어진다. 결말은? 황제의 권력욕과 인간의 애정은 극단적인 선택과 비극을 낳고 만다.

<붉은 수수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이르기까지의 장예모의 영화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최근 잇달아 내놓은 그의 작품에 대해 거의 기절할 지경일 것이다. (소품 <천리주단기>도 정상적인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장예모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미학을 가지고 있고, 영화를 풀어나가는 재주를 가졌다. 그것은 어찌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데 천부적인 재질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줄곧 원작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도 원작 그대로 영화를 만든 적이 없었던 장예모는 이번에도 시공간을 바꾸며 새로운 장예모식 미학을 창조해낸다. 워낙 영화 스케일이 장대하고, 펼치는 드라마가 大國적이라서 기가 질릴 뿐이다.

물론 <황후화>는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두었지만 평이 좋을 리만은 만무하다. 전형적인 ‘타이타닉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무극>등에서 보여준 ‘화려한 볼거리 빈약한 스토리’에서는 탈피했지만 워낙 시각적으로 화려하다보니 영화 팬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장예모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화’를 ‘영화’같이 만드는 솜씨꾼이다. 민초들과는 다른 세상에 살면서도 결국은 똑같은 욕망을 가진 로얄 패밀리들이 펼치는 허망한 부부싸움, 가족다툼이 의외로 재미있다.

황후화 X파일

[황후화 X파일1] 공리의 복장도 그렇고 이만 등 궁녀들의 풍만한 흉부를 강조하는 의상이 화제이다. 눈요깃감 아니냐는 비난이 많았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당나라 후기가 중국여성들의 권익이 가장 신장되었던 시기이며 그 복장도 가장 화려하고 시각적이었다는 역사적 분석이 나온다. 어쨌든 의상감독을 맡았던 홍콩의 해중문은 이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의상디자인상 후보에 올랐다.

[황후화 X파일2] 장예모 감독은 1997년 <유화호호설>(有话好好说) 영화 이후 줄곧 제작자 장위평(張偉平)과 함께 영화를 찍고 있다. 의약품, 유통업 등을 통해 큰돈을 번 장위평은 장예모 감독에게 매료되어 신화면(新畵面)공사를 설립한 뒤 오직 장예모 감독 영화만을 만들고 있다. 다른 제작자들은 영화 개봉을 앞두면 거의 감독과 배우 띄우기에 급급한데 이 사람은 조금 특이하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 사람 출신이 산동출신이라 격한 면이 있다고 덧붙인다.) 그야말로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중국 시사회 때 주윤발이 참석하지 않은 것과 영화촬영 중에 주윤발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거의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주윤발은 계약대로 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조금 황당할 뿐이리라!) 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장예모와 공리가 10년 만에 다시 뭉쳐 만든 영화’라고 의미를 부여할 때에도 장위평은 ‘공리’ 대신 ‘장만옥’이 출연했으면 더 많은 흥행수익을 올렸을 것이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기도 했다.

[황후화 X파일3] 이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되는 날 가장가(賈樟柯,지아장커)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스틸 라이프>(三峽好人)가 같이 개봉되었다. 극장 대부분을 싹쓸이한 <황금갑>에 밀려 <스틸 라이프>는 개봉관잡기조차 어려웠다. 특히 디지털 상영관의 경우 100% <황금갑>이 독식했다. 지아장커 감독은 이를 두고 불공정 강압식 계약이라며 분통을 터뜨리며 장예모 감독을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장예모 감독이 한국을 찾았을 때 물어보았다. 장 감독은 중국에서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차가 가는 차로(車路)가 있고, 말이 가는 마로(馬路)가 있다. 예술영화가 갈 길과 상업영화 갈 길이 따로 있다.”며 “지금은 중국영화 산업의 규모를 키워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해야할 때”라는 요지의 대답을 했다.

[황후화 X파일4] 화끈한 제작자 장위평은 이 영화의 제작비가 3억 위앤이고, 홍보비는 6천만 위앤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장예모 영화에 대한 비난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적극 장 감독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황금갑>만으로도 이미 국가에 영화기금 1,400만 위앤과 영업세 878만 위앤 등 2,200만 위앤을 납부했으니 큰 공헌한 셈이라고 자부했다. 많이 쏟아 붓고 많은 영화팬을 끌어들이고 국가에도 세금 많이 내는 등 중국영화산업 규모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밝힌 셈이다. 3억 6천만 위앤을 쏟아 부어 ‘중국에서만’ 3억 위앤 가까이 벌었으니 손해 본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장위평 감독은 이런 이야기도 했다. 현재 제작사와 극장이 4:6 비율로 수익을 나눈다고. 장위평으로서는 ‘현재로선’ 중국에서 꽤 큰 손해를 본 셈이다. 현재로선. 장예모 감독이 2008년 올림픽 준비 때문에 당분간 영화를 못 찍게 되어 아쉽지 않냐 는 질문에 장위평은 “전혀. 조금 쉬는 게 좋다. 맹목적인 투자보다 훨씬 좋다!”라는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감각도 잃지 않았다.

[황후花|滿城盡帶黃金甲, Curse Of The Golden Flower, 2006] 감독: 장예모 출연: 주윤발,공리,주걸륜,진준걸,리만, 유엽 개봉: 200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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满城尽带黄金甲(2006年张艺谋执导电影)_百度百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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