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텀] 제임스 카메론의 지구 속 3D탐험대

2011. 2. 8. 15:19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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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가 멋지게 나왔던 1999년 작품 <매트릭스>이후 한동안 ‘매트릭스 제작자 조엘 실버가 제공하는....’이라는 문구가 영화의 홍보 포인트가 된 적이 있다. 영화제작자란 게 도장만 찍으면 되는 것인지 몰라도 이 조엘 실버란 사람 이름을 단 영화가 꽤 쏟아졌다. 작년 전 세계를 3D열풍으로 몰아넣은  대작 <아바타>의 영향은 어떨까. 확실히 극장가에 3D라는 후폭풍을 몰고 왔고 당연히 제임스 카메론의 이름값은 덩달아 뛰어올랐다. <생텀>이라는 영화가 곧 개봉되는데 포스트 상단을 뒤덮는 카피는 이렇다.

<아바타> <타이타닉> 제임스 카메론 초특급 극비 프로젝트

뭔가 굉장한 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름과 영화이다. 설 연휴 전날 시사회가 열렸다. 어찌 잔뜩 기대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도 거의 없고, 제임스 카메론의 ‘극비’ 프로젝트라니. 그리고, 이것도 3D영화이다. <어비스>를 부활시킨 것인가?

동굴탐험가, 동굴에 빠지다


인간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오지에 탐험대들이 속속 모여든다. 남태평양 파푸아 뉴기니의 깊은 정글 속 거대한 해저동굴 ‘에사 알라’(Esa'ala)이다. 아마도 지구생성과 함께 만들어진 것 같은 이 숨겨진 해저동굴은 동굴탐험가들과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겐 꼭 정복하고 싶은 지구의 마지막 오지 같다. 베테랑 동굴탐험가 프랭크는 몇 달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해저동굴의 지형을 탐사하고 있다. 동굴 속 해저 깊숙이 굽이굽이 물길 터널을 따라 들어가면 저쪽 바다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랜 야생탐험을 이끈 베테랑답게 프랭크는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한 인물로 그려진다. 당연히 아들 조쉬와도 편치 않은 관계이다. 이들의 탐험을 지원하는 투자자 칼과 그의 약혼녀이며 다큐 잡지 기자인 빅토리아, 그리고 몇몇 동료들이 해저동굴 입구에서 만난다. 지상에서는 갑자기 열대폭풍이 다가오고 폭우가 쏟아져 내려오며 해저터널과 연결된 출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들은 어쩔 수없이 탐사 중인 (그래서 그 밑도, 끝도 어디인지 모르는) 해저 밑바닥을 통해  땅 끝 저쪽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무서운 잠수병, 제한된 산소통과 배터리, 그리고 무엇보다 뜻밖의 순간에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군상들이 펼치는 삶에 대한 욕망과 불신의 벽은 이들의 수명을 시시각각 낭떠러지도 내몬다.

너무나 아름다운, 해저터널

영화 초반에 탐험대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보는 밀림 속 해저터널 ‘에사 알라’로 진입하는 장면은 <쥬라기 공원>에서 만나게 되는  그 절해고도의 자연풍광과 진배없다. 그 동굴과 동굴 속 호수의 규모와 아름다움이란 것은 확실히 <아바타>급이다. 실제 그렇게 크고 아름다운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에사 알라와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해저동굴을 모델 삼아 제임스 카메론다운 상상력으로 CG가 창조해낸 공간일 것이다. 바로 <생텀>은 바로 그러한 무한상상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물이다. 다큐 전문채널이나 오지탐험 프로그램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지형을 배경으로 극한상황과 마주치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제임스 카메론과 앤드류 와이트의 만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작년 <아바타>로 전 세계 극장가를 뒤흔들어놓았다. <아바타>는 미국에서만 7억 6천만 달러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28억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미 <아바타>의 속편뿐만 아니라 3편까지 제작할 계획을 발표했다. <아바타> 이전에도 여러 프로젝트가 거론되었다. <생텀>도 그 많은 영화들 중의 하나였다. 결국 카메론 감독은 <생텀>의 여러 제작자(Executive Producer)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1편)(84) 전에 '더' 유명한 B급 호러물을 찍었었다. 바로 <피라나2>(81)라는 식인물고기 영화이다. 그리고 <타이타닉> 전에 <어비스>라는 영화도 만들었었다. 상당히 ‘물’을 좋아하는 감독인 모양이다. 그가 <어비스>의 외전에 해당하는 다큐<Ghosts of the Abyss>를 찍으면서 해양전문가 앤드류 와이트와 작업하게 된다. 호주 출신의 유명 스쿠바 다이버이자 동굴탐험가, 그리고 다큐제작자이기도했던 앤드류 와이트는 영화 <생텀>에서와 비슷한 조난사고를 겪었단다. 1988년 14명의 사람들과 함께 호주 남부에 위치한 널라버 평원의 지하동굴을 탐험하는 중 이상폭풍으로 동굴 입구가 무너지고 이들은 이틀간 생사의 고비를 넘었단다. 그 이야기가 결국 영화 <생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앤드류 와이트는 각본 작업에 참가했고 제임스 카메론은 3D촬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 목숨을 갖고...

<버티컬 리미트>나 <클리프행어>같은 액션물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의 설정도 마음에 들 것이다. 어느 특정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갖기 쉬운 어떤 딜레마를 보여준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독선과 아집으로 이해한다. 자존심과 자의식 강한 사람들이 극한상황에 놓이면, 그것도 생명과 관계된 일이라면 '잔인한 선택'과 '비인간적 외면'을 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구가 봉쇄되고 호수 밑바닥으로 잠수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는 해저(?)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믿을짐한 리더가 필요하고, 모두가 수용할만한 리더쉽이 필수적일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란 존재는 나약하고 결정적 순간에 믿기 어려운 선택만을 거듭할 것이니 이 영화 보는 내내 답답한 심정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런 죽음의 고비를 넘어야하는 과정에서 진짜 희생을 마다않는 인간을 만나게 될 것이고, 부자간의 불화란 것도 결국 해소될 것이란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풍광이 아닌 것이 다소 아쉽지만 지구의 장엄한 경관에 비하자면 한낱 먼지에 불과할 인간들이 마치 ‘개미’처럼 꼬물꼬물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노라면 3D가 현미경과 만났다는 착각에 빠질 듯하다. 참, 3D영화라지만 이 영화가 굳이 3D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워낙 CG로 도배를 한 영화이기에 안경 쓰고 이질감을 느껴보라는 심보인 모양이다. 차라리 선명한 지구의 사라있는 속살을 만끽하고 싶다. 맨눈으로 말이다.

추신: 영화를 보고 ‘에사 알라’ 동굴을 찾다 영화에서와 유사한 분위기의 동굴을 ‘뉴 칼레도니아’에서 찾았다. 파노라미오에 올라온 사진 하나 감상해 보시길. ▶여기 (박재환, 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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