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옛날, 영국 탄광촌 마을에서

2008. 12. 20. 18:59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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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Green Was My Valley 감독: 존 포드

    1942년에 열린 14회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은 존 포드 감독의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How Green Was My Valley)가 차지했다. 그 해 작품상 후보에는 모두 10편이 올랐었는데 후보작 중에는 오슨 웰즈 감독의 [시민 케인]과 죤 휴스톤 감독의 [말타의 매] 등이 있다. (작품상 후보작이 5편으로 축소된 것은 1945년 시상식 때부터이다.) [시민 케인]이 영화사 100년의 최고걸작이라는 평가는 그 어떤 영화개론서에도 꼭 나온다. 오손 웰즈의 놀라운 데뷔작 [시민 케인]을 제치고 작품상을 차지한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잘못된 수상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말들이 따라 다닐까. 실제 그럴까?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는 영국작가 리처드 루엘린(Richard Llewellyn)의 소설을 20세기 폭스사가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감독은 [수색자] 등 서부극 영화로 유명한 존 포드이다. 물론 존 포드 감독이 서부극만 잘 만든 것은 아니다. 그 전 해 [분노의 포도]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는 웨일즈 지방의 한 작은 탄광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제는 늙은 주인공이 수십 년 전을 회상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1890년대 전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간 집안은 탄광촌의 전형적인 집안. 가부장적 권위의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그리고 6남 1녀의 아들딸들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이들 가족은 탄광에서 석탄을 파는 것으로 일상의 행복을 누린다. 아버지와 장성한 다섯 아들은 막장에서 얼굴이 새까매지도록 탄을 캐고 저녁이면 대오를 맞춰 노래를 부르면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들이 유쾌하게 샤워를 한 뒤 온 가족이 오붓이 모여 어머니가 준비해둔 따뜻한 만찬을 즐기는 것이다. 주말이면 가족이 다함께 교회에 가서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막내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이 모두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며 언덕에서 바라본 자기 마을이 언제나 푸르를 것이라 생각한다. 형에게 어여쁜 신부가 시집온다. 그리고 누나는 마을 목사님을 짝사랑한다.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이 마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탄광촌에 불경기가 들이닥친 것이다. 광부들의 임금은 깎이고 해고당한다. 아들은 이대로 당할 수 없다며 파업을 하자고 요구하고,  노조를 결성하여 권익을 보호하자고 흥분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예전 방식의 노동조건과 조금 어렵지만 여전히 평화로운 마을을 꿈꾼다. 어느 겨울날 사고로 막내아들은 차가운 얼음물에 빠져 한동안 침대에만 누워 지내게 된다. 목사님의 기도와 사랑과 관심으로 막내는 다시 두 발로 설 수 있게 된다. 목사를 짝사랑하던 큰 누나는 탄광회사의 아들에게 시집가서는 불행한 날들을 보내게 된다. 탄광촌은 더욱 어려워지고 아들들은 하나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짐을 사들고 신천지(미국, 캐나다, 호주...)로 떠나간다. 마지막 아버지는 탄광에서 사고로 매몰된다. 목사와 막내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가지만 아버지는 탄광촌에서의 영원한 행복을 생각하면 마지막 숨을 거둔다
 
   영화는 막내아들의 회상으로 시작되고 회상으로 끝을 맺는다. 6살 소년 역은 로디 맥도웰이 맡는다. 로디 맥도웰의 연기는 세기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은 드라마틱한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19세기말. 영국 웨일즈 마을의 한 탄광촌의 자연스런 몰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광부들은 탄광촌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부의 기원이며, 그것으로 가족의 행복을 책임지고, 그 가족의 행복은 자자손손 이어지는 것이다. 영화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노조 이야기가 나오자 ‘빨갱이’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나온다. 그만큼 보수적인 시대의 보수적인 마을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노동자의 권리쟁취라든지 하는 노동운동의 찬가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한 시대를 마감하며 저물어가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이 영화는 확실히 흑백영화의 전성시기에 나온, 걸작의 반열에 들 충분한 자격이 있는 영화이다. 가족의 사랑과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고, 삶과 죽음과 희망이 병존하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아버지 역을 맡은 도널드 크리스프나, 누나 역을 맡은 모린 오하라, 그리고 아역배우 로디 맥도웰,  그루피드 목사 역의 월터 피전 등 배우들은 흑백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인간적인 느낌까지 전해준다.
 
 이 영화는 1942년 1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아버지 역의 도널드 크리스프), 촬영상, 미술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명 제작자 대릴 자눅(Darryl F. Zanuck)은 이 영화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항할 대작으로 준비했단다. 웨일즈에서 직접 로케이션 촬영까지 할 계획이었지만 전쟁(2차 세계대전)으로 좌절된다. 대신 산타모니카 근처에 대규모 세트장을 만들어 완벽한 웨일즈 탄광촌을 재현해 냈다고 한다. 산타모니카 풍광이 너무 좋아 탄광촌 분위기를 만들기가 어려워 흑백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by 박재환 2007-09-10)
 
DVD극장 (캡쳐 해 봤어요~)
 

▲ 그 유명한 '20th Century Fox' 로고 

 

▲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물론 'Vally'는 계곡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이 동네 이름이 원래 '벨리' 마을인 모양.

▲ 존 포드 감독은 모두 4번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The Informer (36), 분노의 포도(41) 

▲ 웨일즈 마을의 탄광촌 

▲ 퇴근 길.. 

▲ 로디 맥도웰 

▲ 아빠와 엄마 

▲ 누나 역의 모린 오하라 

▲ 마을 목사 

▲ 누나와 목사님 

▲ 모린 오하라와 로디 맥도웰 

▲ 꼬마, 학교에 가다 

 꽤 슬픈 장면이다. 탄광촌에서 태어나면 탄광촌에서 '광부'로 죽는다. 목사님 때문에 산 너머 국립학교에 진학한다. 하지만 부잣동네 아이들의 텃새로 곧 학업을 접는다. 첫 등굣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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