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 제발 전화 끊지 마세요~

2008. 11. 24. 10:54홍콩영화리뷰

반응형





   최근 국내에 소개되는 중국어권 영화는 정말 비참하다. 언제 개봉되었는지도 모르게 곧바로 극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전엔 고만고만한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와 그럭저럭 만든 영화들이라도 극장 내걸리고 비디오로 출시되면 나름대로 마켓 파이를 갖고 있었는데 요즘은 전혀 그러하질 못하다. 그런 리스트에 어울린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커넥트>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홍콩영화일수도 있고, 중국영화일 수도 있다. 요즘 이 동네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거의 홍콩-중국이 대등한 수준으로 합작을 하고 있으니 어느 쪽 영화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주요 출연진은 홍콩, 중국, 그리고 대만배우이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요즘 영화제작경향의 한 특색을 소개해야겠다. 우리나라의 <엽기적인 그녀>나 <시월애> 등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었고, 홍콩의 <무간도>가 <디파티드>로 만들어져서 아카데미까지 손에 쥐었다. 한국과 홍콩뿐만 아니라 태국영화까지 미국시장에서 리메이크된다. 동시에 할리우드 영화도 홍콩에서 리메이크된다. 이건 패러디나 표절이 아니라 정식 판권계약에 의한 현지화 방식이다. <커넥트>의 오리지널은 2004년 할리우드 영화 <셀룰러>( Cellular)이다.

   <셀룰러>는 ‘전화기 스릴러’에는 일가견을 갖고 있는 래리 코엔이 각본을 맡았다. 그의 전작은 <폰 부스>이다. 어느 날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아보니 저쪽에서 다짜고짜로 “살려주세요. 전화 끊지 마세요. 저 납치되었어요”라는 여자의 울먹인 소리가 들린다. 장난전화치고는 너무나 리얼하다. 정말 여자는 납치되었고 겨우 전화를 연결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 남자 끊을 수도 없고... 사건에 휘말려들고 여자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것이다. [폰 부스]만큼 관객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시나리오 덕택에 꽤 재밌는 스릴러로 평가받는다.

  홍콩에서는 이 영화를 선택했다. 미국식 액션물을 홍콩식 액션물로 바꾸려면 아마도 홍콩의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액션 씬이나 중국계 악당이 등장할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서희원도 모토롤라

   공학전문가 그레이스는 딸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중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 영문도 모른 채 감금된 그레이스는 필사적으로 박살난 전화기를 얼기설기 연결한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기를 기대하면서. 하필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은 금융 채권추심원(빚 받으러 다니는 사람) ‘밥’이다. ‘밥’은 지금 정신없다. 수금하러간 집에는 이미 건달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풍비박산 낸 상태이고, 아들놈은 고모 따라 출국수속 중이다. “아빠, 공항에 꼭 오실 거죠? 약속 지킬 거죠?”그러는 상황이다. 아빠의 도리를 다해야하는 입장에 걸려온 전화는 뜬금없이 “살려주세요. 저 납치되었어요. 제발 전화 끊지 마세요.”이다.

  장난전화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와 비명소리에 밥은 이게 실제상황이란 걸 직감한다. 하지만 전화를 끊을 수도, 경찰에 알릴 새도 없다. 게다가 전화 배터리도 딸랑딸랑.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납치된 여자의 절망감, 어정쩡하게 전화기를 붙들고는 본의 아니게 영웅이 되어야할 소심한 남자 ‘밥’, 악당(납치범)은 점점 더 비열하고 흉악하게 협박의 강도를 높인다. 밥은 뛰고, 달리고, 카레이싱을 펼쳐야한다. 그 틈틈이 유머감각도 발휘한다.

고천락도 모토롤라

  그냥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영웅이 되는 ‘밥’ 역은 홍콩의 고천락이 맡았다. 고천락의 매력은 기이하다. 성룡과 나온 [BB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코믹액션에 정말 적합한 마스크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밥’과 함께 액션을 펼치는 교통경찰 역에 장가휘가 출연한다. 그렇고 그런 많은 홍콩 액션물에서 거의 똑같은 스타일의 연기를 하던 장가휘의 전직은 홍콩 경찰이었다. 아마 그 점 때문에 그의 홍콩 경찰 연기는 좀 더 리얼해 보이는지 모른다. (만약 그 사실은 몰랐다면 ‘장가휘 연기는 늘 똑같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장가휘도 모토롤라


유엽도 모토롤라

  영화 내내 오두막집에 붙잡혀서 극한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레이스 역은 대만출신의 서희원이 맡았다. 서희원은 대만 아이돌스타 F4와 공연한 대만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연예인. <커넥트>를 통해 그녀의 연기가 아이돌 수준은 넘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악당 역으로 출연한 배우는 중국의 ‘유엽’이다. <황후화>나 <무극>의 중국 블록버스터에도 등장하지만 역시 유엽은 <란위>나 <그산 그 사람 그 개> 같은 초창기 영화의 순수함이 더 멋있다.


  장가휘의 아내 역으로 잠깐 출연하는 배우는 중국의 공배필(保持通话)이고, 악당 역으로 장가휘를 두들겨 패던 여자는 패안기(貝安琪,베이안치)이다. 기억해두자 패안기!

   진목승 감독은 어쩔 수 없이 2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 <천장지구>의 감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역시 그의 장기대로 홍콩식 스릴러의 정석을 보여준다. 카레이싱 장면은 홍콩 액션영화의 수준이 꽤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참, 이 영화에서 기억남을 것은 아마도 ‘모토롤라 핸드폰’의 대활약이리라. 영화는 시종 ‘핸드폰’이 전면에 등장한다. 관객들이 <매트릭스>를 보고는 ‘노키아’를 기억하듯이 이 영화를 보고나선 ‘모토롤라’를 기억할 것이다. 아마 10년 뒤에는 핸드폰에 비상용 무기 기능이 탑재되어있을 것 같다.  (글 박재환 2008-11-24)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