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와 아기] 양조위와 장학우

2008. 2. 14. 22:06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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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1/7/27]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화양연화>의 부산상영이 끝나고 서울 씨네코아 극장에서 심야상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아주 우연찮게 화장실에서 양조위와 조우한 적이 있다. 그때 느낌은 '깐느 연기상을 수상하여 홍콩에서 影皇(영화황제)소리를 듣는 양조위가 너무나 왜소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양조위 팬들이 말하는 것처럼 눈빛은 아름답다고나 할까 아니면 여자 같다고나 할까. 그랬다.

아비(양조위)와 아기(장학우), 둘은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것이라고는 살인과 도둑질, 야비하고 살벌한 홍콩 뒷골목에서 살아남기였다. 조금 더 똑똑했던 양조위는 장학우를 어릴때부터 똘마니로 키워 10여 년을 흑사회의 그림자에서 자라났다. 하지만 그들이 성장한 후 그들의 흑사회 인생은 엄청나게 안 풀리는 것이었다. 홍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 폭력배 집단에 가입해야만 했다. 그래야 적어도 밥벌이에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첫번째 조직에서는 3일만에 보스가 집단 패싸움에서 살해당한다. 두번째 들어간 조폭에서도 신세는 마찬가지. 조폭의 졸개 명함도 내밀기 전에 보스가 죽는다. 이제 이 두 사람 '아비와 아기'를 수하로 끌어들이려는 조폭은 아무데도 없다. 왜? 저 녀석들만 들어오면 '조직은 붕괴되고, 보스는 죽는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엄청나게 재수없는 두 사람을 거두어 들인 것은 홍콩 최고의 암흑가 대부인 관공(關公)이었다. 관공은 "중국에서는 공산당, 대만에서는 국민당, 홍콩에서는 관공당"을 부르짖는 엄청난 파워맨. 그가 아비와 아기를 끌어들인 것은 올해 관공의 점괘가 불길하기에 엄청 재수없는 놈을 부하로 끌어들여 운세를 역전시켜야한다는 부하의 말때문이었다. 어쨌든 홍콩 최고의 조폭에 들어가서 의기양양해진 아비와 아기. 하지만, 곧 이 재수없는 놈들에게 재수없는 일이 생긴다. 관공을 처치하려는홍콩경찰에 의해 아비와 아기는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홍콩 부둣가에서 아비와 아기는 절대절명의 결전을 치르게 된다.

<아비와 아기>는 1992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감독을 맡은 가수량은 작년 한국에도 소개되었던 정이건의 <승자위왕>에서 조폭의 중간보스로 나왔던 배우이기도 하다. 홍콩의 영화판이 거의 그러하듯 가수량도 제작, 감독, 액션감독, 배우 등을 오가며 이런저런 '홍콩영화'를 만든 인물이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Days of Being Dumb>이다. 역시 양조위와 장학우가 출연했던 왕가위 감독의 걸작 <아비정전>의 영어제목이 이 <Days of Being Wild>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적어도 제목만큼은 패러디이다. 사실, 이 영화는 얼치기 두 조폭 조무라기의 지독히도 재수없는 흑사회 이야기이다. 양조위와 장학우가 파트너가 된 일종의 버디 무비이기도 하고. 홍콩이 저렇게나 위험한 동네인지, 조폭들이 저렇게나 활개를 치고 다니는지는 별로 상관할 바 아니다.

이 영화에는 제작에도 참여한 증지위가 가끔 얼굴을 내밀고, <금지옥엽>의 깜찍했던 원영의도 '레즈비언'으로 출연하여 양조위와 장학우 두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관공'역을 맡은 배우는 '탕진업'이라는 배우. 최근에 장국영의 초창기 필름인 <열화청춘>에서 보았던 배우이다. 이 영화의 촬영감독은 오늘날 홍콩 액션영화의 대가로 성장한 유위강과 마초성이 공동으로 맡았다. 아마, 그래서인지 재수없는 두 놈의 첫번째 조폭 패싸움 장면에서 <고혹자>의 숨결을 느꼈을 것이다. 홍콩 최고의 배우와 홍콩 최고의 가수가 등장한 <아비와 아기>는 어쨌든 새로운 코믹 홍콩느와르인 셈이다. 재미있냐고? 그런대로... 두 톱스타의 여유만만한 연기가 볼만하다.

亞飛與亞基 (1992)
감독: 가수량
주연: 양조위, 장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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